최덕광 <원자력학 박사>
지난달 빌 게이츠가 한국 대통령 예방시 취한 악수의 자세는 수긍이 안되는 결례였음이 분명하다. MS사의 신화적 성취와 그의 입지에 걸맞는 예의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게이츠는 자기의 현 벤처사업을 과시하고 이를 통해서도 가치의 창조와 고용확대의 소위 창조경제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린다며 자만적인 태도를 취했을 런지도 모른다. 혹시 자기의 창업이 한국과 상호 호혜적임을 강조하며 대통령의 도움을 얻는 데는 정중보다 친밀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는지도 모른다.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다는 게이츠는 에너지 밀도가 낮은 풍력이나 태양열로는 탄소를 태워 생기는 온난화 가스를 대폭 줄이기는 어렵고 원자력 발전으로만 가능하다고 본다. 게이츠가 회장으로 있는 몇 십 명의 벤처 기업 테라파워는 저렴함과 안전함을 가치로 내세우며 진행파원자로(Traveling-wave Reactor, TWR)라는 소위 4세대 원전을 개발하고 있다.
이론상으로 TWR은 연료의 재장전 없이 수십 년 이상 계속가동이 가능하다. 이 원전은 자연우라늄(U)이나 농축 페기물인 열화우라늄을 합금으로 성형해 핵연료인 플루토늄(Pu)으로 증식하는 폐품이용형 고속증식로다. 원격조정으로 연료봉들을 계속 점진 이동시키며 고속중성자를 U238에 흡수시켜 Pu을 생산하고 이로서 핵반응을 지속시킨다. 장기간의 장전으로 같은 량의 U으로 경수로의 50배까지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양은 무려 85%나 줄인다.
테라파워는 이 진보된 원전의 기본설계를 막 마쳤고 실제 사양과 이의 시험로를 같이 개발할 파트너를 구하고 있는 중이였다. 그간 프랑스, 일본은 물론, 러시아, 중국의 정부나 전력회사등 시험로 건설의 파트너를 찾았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별 반응을 얻을 수 없었다. 한국을 포함한 연구소들과는 개발을 공동 추진하는데 합의는 했다. 공동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방안과 한국정부의 시험로에 재정지원을 모색하기 위한 게이츠의 방한이었으니 아무래도 대통령에 대한 자의적인 결례는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TWR는 경수로와는 달리 감속재가 필요 없어 규모도 작은 풀(pool)형의 로심이며 냉각제로는 액체금속을 사용한다. 액체금속은 중성자의 흡수가 적어 경제적 핵반응에 도움이 된다. 열전도가 우수해 큰 유속 없이 연료봉의 온도를 충분히 낮춘다. 전력차단으로 순환펌프의 정지 시는 자연 순환으로도 연료봉의 냉각이 가능하다. 또 액체금속은 증기압이 낮아 고온을 유지할 수 있고 열 교환으로 과열의 수증기를 얻을 수 있어 발전의 효율을 상당히 높인다.
그러나 냉각제로의 액체금속은 취급이 쉽지 않다. 부식력이 강하고 공기와 접촉에는 심한 산화, 물과의 접촉에는 폭발성이 크다. 미국 등이 지난 60년간 재래식 액체금속로에서 수차례 폭발을 경험했었다. 또 구조물들이 고속중성자에 장기간 노출되면 유연성이 감소되어 재질의 강도가 약해진다. 고준위 방사능의 1차 액체금속회로와 수증기-물의 터빈회로 사이에 2차 액체금속 안전회로의 추가도 필요해 번거로움이 따른다.
테라파워의 뜻대로 구체적인 설계와 시험로의 건설을 10년 안으로 이루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예상비용 50억 달러의 마련도 쉽지는 않다. 미 정부에서 약속한 약 9억 달러의 지원과 한국 등 파트너들의 출자, 자본시장과 게이츠 자신의 투자가 순조로워야 한다. 온난화의 해결책이며 한국의 에너지 생산에도 큰 가치를 제공할 TWR의 성취를 바란다. 좋은 결과로 창조경제에 매료된 대통령을 만족시키면 결례의 실수도 만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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