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쥐 실험결과 암 일으키는 독성물질 함유 드러나 기억력 향상 등 영양보조제로 큰 인기 더 충격 업계선“실험 쥐에 지나치게 많은 양 투입”반박
깅코 빌로바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 연방정부 발표에 관련업계 ‘발칵’
각종 영양보조제 가운데 가장 잘 나가가는 베스트셀러는 무엇일까? 두 말할 나위 없이깅코 빌로바(ginko biloba)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은행잎 추출물로 기억력 향상과 치매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로 그 제품이다. 몇 년전 실시된 서베이에 따르면치매는 미국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노년기 질환이다. 머릿속의 기억을 깨끗이 증발시키고 인지기능을 무력화하는 치매와 알츠하이머는 산 사람을 좀비로 만들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이다. 이 몹쓸 병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고 인격을 말살한다.
에이브러햄 링컨 이후 미국의 가장 위대한대통령 가운데 한 명으로 추앙을 받는 로널드레이건은 자신이 서방 세계의 최고 지도자였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치매환자로 생을 마감했다.
치매는 달리 치료제가 없다. 일단 증상이 나타났다 하면 환자 자신을 비롯한 전 가족이 신의 저주라도 받은 양‘ 패닉상태’로 빠져든다.
치매는 본인 자신보다 간병을 담당해야 하는주위사람들이 더 힘들어하는 병이다. 환자에게본격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아닌 말로온 가족이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치매 간병인들의 평균수명이 단축된다는 조사 결과가 이같은 사정을 대변해 준다.
치매는 나이가 들수록 발병확률이 높아진다.
미 연방 질병예방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85세 이상의 미국인 2명 중 1명이 치매에 걸린다.
현재의 발병 추세와 인구 고령화로 보아 오는2050년에는 미국에서만 1,000만명이 넘는 치매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치매를 방지한다는 깅코 빌로바가 숱한 영양보조제 가운데 폭발적인기를 누리는 이유다.
그런데 지난달 정부가 한 건의 독성 연구결과를 내놓으면서 잘 나가던 깅코 빌로바에 덜컥 급제동이 걸렸다.
미국 연방 정부가 실시한 첫 번째 독성조사에서 깅코 빌로바가 암 발병물질이라는 의혹이제기된 것.
조사 결과 깅코 빌로바를 주입받은 쥐들 가운데 간암과 갑상선암, 비강종양의 발병률이 깜짝 놀랄 정도로 높게 나왔다.
특히 깅코가 쥐를 비롯한 설치류에게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대단히 공격적인 타입의암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했다.
그동안 민간단체들이 다투어 실시한 각종 연구를 통해 깅코 빌로바의 안전성이 거의 확실히 입증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 정부의 독성검사결과는 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연구진은 실험실 쥐를 이용한 독성검사에서이처럼 암 발병건수가 높게 나온 것은 유례를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깅코 빌로바의 매출이 줄어들 판이니정부의 부정적인 보고서에 업계가 들고 일어선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우선 약초로 만든 각종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의 권익단체인 ‘아메리칸 허벌 프러덕츠 어소시에이션’ (American Herbal Products Association)이 보고서 내용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약용식물에 관한 교육과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 그룹인 ‘아메리칸 보태니칼 카운슬’(American Botanical Council)도 실험에 사용된깅코 추출물이 미국에서 판매되는 영양보조제와는 다른 화학적 구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한 정부 측 과학자들은 미국 영양보조제 제조사들에 원자재를 납품하는 대형 공급업체로부터 실험에 쓰인 재료를 구입했다고 맞받았다.
비판론자들은 또 동물실험을 통해 도출한 결과를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동물실험이 암 위험을 평가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식으로 간주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건 조금 억지다.
반면 정부 측 학자들이 실험과정에서 지나칠정도로 많은 양의 깅코 빌로바를 쥐들에게 투입했다는 반박은 타당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험실 쥐들에게 주입된 깅코 추출물의 양은 체중 1킬로당 최고 2,000밀리그램, 혹은 몸무게 1 파운드당 900밀리그램이었고 주입 횟수는 주당 다섯 번이었다.
이에 비해 영양보조제 형태로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깅코 추출물의 양은 체중에 관계없이 30~120밀리그램에 불과하다. 쥐에게 엄청난 양의 깅코가 사용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셈이다.
연방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음식과 음료수에 깅코 빌로바 사용을 금지했고 드링크류 제조업체들에도 깅코를 원료에서 제외시키라고 수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지시했다.
가장 최근의 예로 FDA는 오리건주 후드 리버에 위치한 스튜어트 브라더스사의 주스 드링크에 “안전하지 않은 데다 당국의 승인조차 받지않은 깅코가 첨가물로 사용됐다”고 경고했다.
락스타(Rockstar)와 저스트 칠(Just Chill) 등일부 음료업체들도 FDA의 경고서한을 받은 뒤깅코를 원재료에서 빼버렸다.
문제는 건강보조 제품들이다. 정부는 이들에대해 다른 잣대를 사용한다.
식품에는 사용할 수 없는 금지된 물질이라도건강보조제로 둔갑시키면 얼마든지 판매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 FDA의 타마라 와드 대변인은“ 출시되기 전까지 우리는 건강보조 식품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강보조 식품의 경우 소비자에게 위험이 가해지는 때에만 개입한다는게 FDA의 기본원칙이다. 소비자 신고가 여러건 접수되면 그제야 어슬렁어슬렁 움직인다.
와드 대변인은“ 건강보조 식품이 소비자에게위험을 가하지 않도록 하고 건강효과가 그들의주장과 일치하도록 만드는 것은 제조사들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바로 이 때문에 소비자보호 단체들이 바빠진다. 감독의 사각지대를 감시하는 것이 이들의‘존재 이유’다.
이들 가운데 하나인 ‘공공이익 센터’의 소장마이클 제이콥슨은“ 깅코 빌로바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며 소비자들에게 이를 멀리하라고경고했다.
제이콥슨은 75세 이상의 미국 노인 3,000명,70세 이상의 프랑스 노인 2,820명을 대상으로5년간 진행한 실험결과 깅코 빌로바가 인지기능 저하를 막아준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한편 와드 대변인은“ 현재 FDA가 독성 연구보고서 내용을 검토 중이며 이를 토대로 깅코빌로바에 대한 정부의 공식 지침에 변화가 올수 있다”고 밝혔다. 뉴 욕 <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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