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양 <노후복지법 변호사/ 법무법인 파이퍼>
도움을 드린 의뢰인 분 중 총재산을 모두 정리하여 자녀들에게 생전에 나눠주신 분들이 있었다. 그 중 한 분께 왜 하필 그렇게 하셨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가슴 아픈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약 40여년전, 아버지께서 상속 계획 없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 많은 땅과 유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하셨다는 것이었다.
아버님 작고 후 숱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고, 그 때마다 “비빌 언덕 없는 소??처럼 아버지를 원망했다는 것이었다. 상속 싸움으로 형제간 우애에 금이 가는 것도 경험하며, ??적어도 나는 죽으면 자녀들 사이에 원만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게 하고 자식들이 경제적 기반을 세울 수 있도록 재산을 미리 주고 떠나겠다??고 결심하셨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았던 문제가 발생했다. 한 아들과의 관계가 갑자기 악화된 것이었다. 아들은 아버지와 연락을 두절했고 얼마 후 아버지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타주로 이사가 버렸다. 심한 배신감으로 “미리 재산을 주는 것이 아니었는데??라고 뒤늦게 한탄했지만, 이미 배는 떠나가 버린 후였다.
이처럼 의외로 많은 한인 시니어 분들이 생전에 모든 재산을 정리하여 자녀들에게 주려 하신다. 상속 계획을 해야 한다는 개념이 없었던 조상들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 하시며 증여하려는 분도 있고, 정부 혜택을 받기 위해 고의적으로 모든 자산을 분배하시려는 분도 있다. 심지어 자녀들로부터 효도 받기 위해, 또는 자녀들에게 전적으로 기댈 것을 은근히 바라시며 재산을 증여하는 분도 있다.
물론 재산이 많고, 비교적 젊고, 건강한 부모가 재산 중 적절한 일부분만을 미리 떼어서 자녀들에게 증여하는 것에는 큰 이의가 없다. 또한 연로한 부모님을 공경하는 것도 당연한 자식된 도리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부모님 생전에 대부분의 재산을 자녀들에게 증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온전치 못한 정보를 근거로 이루어지는 조치들은 처음부터 많은 문제들을 이미 잉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많은 한인 부모님들은 재산을 증여한 후에도 자녀들이 재산을 단지 관리만하고 있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신다. 그러나 자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녀들은 돈이 필요하게 되면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재산을 사용하는 것을 쉽게 정당화한다. 재산을 쓸 핑계와 이유와 논리는 찾으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적인 관점에서 부모님의 재산권은 일단 부모님께서 재산을 자녀에게 넘기시는 순간부터 모두 소멸된다. 상황이 돌변해 재산을 돌려 달라고 해도, 자녀들이 못한다고 하면 부모는 할말이 없어진다. 자녀의 눈치를 슬그머니 살피며 불쌍하게 살아가야 하는 시대는 이렇게 시작된다.
부모님께서 작고하실 때까지 자녀들이 효자, 효녀로 남는 경우에도 재산 증여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 가치가 오른 부동산의 수십만달러의 자본증식세를 없앨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증여로 잃게 된 것은 아닌가? 모든 재산을 넘겨받은 딸이 부모님보다 먼저 사망한 후 사위가 재혼해 떠나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들이 중풍으로 쓰러져 장애인이 될 경우 대책은 있는가? 아들의 사업 실패 후, 빚쟁이들이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재산을 넘기라고 종용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딸이 이혼하면 어떻게 되는가?
이에 더해 부모님께서 중풍이나 심각한 사고, 질환으로 쓰러지셔서 메디케이드 혜택이 갑자기 필요하시게 될 경우, 증여한 재산액은 정부 혜택 수혜의 걸림돌이 된다. 이때 자녀의 재산까지 부모 간호 비용으로 잃게 되는 경우를 본다. 최근에는 심지어 지난 20여년간 매년 적은 액수를 자녀들에게 증여한 노인들에게도 페널티를 부과하는 뉴욕주 행정법원 판결들이 내려지고 있다. 그러므로 증여를 하기 전에 낭패를 보지 않도록 세밀하게 계획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증여를 하지 않고도 부모님께서 원하시는 목적들을 달성할 수 있고 자녀들을 훗날 세금 폭탄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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