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회원국 대북제재 결의 이행 ‘용두사미’
안보리, 지난 3월 북 3차핵실험 규탄 대북제재결의 2094호 채택
192개 회원국 중 제재이행보고서 기한내 제출 8개국 불과
북한 "안보리 결의 미국과 그 꼭두각시들의 정치적놀음"비하 빌미 제공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유엔 192개 회원국 가운데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 2094호(2013년)가 요구한 제재이행보고서를 권고기일 내에 제출한 국가가 불과 8개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1718 제재위원회) 기록에 따르면 지난 5일 현재 안보리 결의 2094호에 따라 제재이행보고서를 제출한 회원국은 벨기에, 브라질, 싱가포르, 멕시코, 카타르, 그리스, 일본과 한국뿐이었다.물론 문제의 보고서는 회원국이 권고기일을 지나 언제든지 제출할 수 있으나 2094호의 권고기일 준수는 안보리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막으려는 가장 최근 노력에 대한 각 국가의 이행의지를 실제로 확인하는 첫 ‘리트머서테스트’(Litmus Test)로 간주할 수 있기에 주목을 받아왔다.
안보리는 3월7일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하며 대북 제재 결의 2094호를 15개 이사국 만장일치 찬성으로 채택했다. 이는 2월12일 북한이 핵실험을 주장하자 안보리가 긴급회의를 소집, 각 이사국 소속 정부의 입장을 확인·조율하는 회의를 갖고 특정 국가에 대한 비무력적 제재 조치를 규정한 유엔 헌장 제7장 41조에 의거해 대북 제재에 뜻을 모은 결과였다.
당시 안보리 순회의장국이었던 러시아의 비탈리 체르킨 주 유엔 대사는 2094호 표결 후 유엔출입기자들과 만나 “국제사회의 일치된 우려 및 요구”라고 밝혔고 그동안 안보리에서 북한을 두둔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중국의 리바오동 대사도 “마땅히 전면 집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물론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나머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P5)이 대 환영 입장을 표명했으며 관련국인 김숙 유엔 주재 한국 대사는 한국 언론과 가진 별도의 인터뷰에서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안보리 결의 2094호는 안보리가 이미 채택한 4개 대북 제재 결의들의 범위와 강도를 한층 강화한 내용을 담았다.그리고 이 같은 추가 제재조항들의 이행을 위해 회원국들에게 제각기 취한 조치들을 안보리에 보고하도록 주문했다.구체적으로 안보리 결의 2094호의 25항은 “모든 회원국은 결의 채택 90일 이내에, 그리고 그 이후에는 (1718 제재·대북제재)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이번 결의 조항들을 효율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취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안보리에 보고할 것을 ‘요구’(calls upon)한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안보리 결의 2094가 채택된 이후 90일은 지난 5일이다.
그러나 안보리의 주축인 P5는 물론 당시 결의안을 채택한 10개 비상임 이사국 중 한국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국가도 자신들이 표결해 회원국에 제출을 요구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다만 러시아의 경우 제출 권고기일이 이틀 지난 7일 안보리에 보고서를 전달해 국가적 차원에서 안보리 결의를 무시한다는 지적을 피해갔다.
하지만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등을 비롯해 나머지 유엔 회원국들은 기일 내에 안보리에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안보리 결의가 각 회원국으로부터 이날까지 2094호의 이행 결과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이행을 위해 국가차원에서 취한 조치를 보고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일 보고서를 제출한 카타르는 “정부가 관할 당국에게 2094 결의 조항들에 대해 알렸다. 이에 대해 관할 당국은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짤막하게 통보했다.추가 보고서는 나중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대북 제재 의지가 확고한 한국은 지난 5일 제출한 보고서에서 안보리 결의 이행 의지를 천명하는 ‘서언’ 부분에 이어 ▲금수, ▲검색 및 차단, ▲금융 경제 제재, ▲여행 금지 등 4개 분야별로 한국의 2094호 이행 현황과 향후 계획을 구체적으로 안보리에 전달했다.
또 보고서를 지난 달 20일 가장 먼저 제출한 벨기에도 2094호 결의안 공동발의 국가였음을 상기시킨 뒤 “벨기에뿐만이 아니라 유럽연합(EU) 회원국 모두는 (안보리 2094호 결의를 반영한) EU의 4월22일자 ‘공동외교 및 안보정책’(CFSP) 결의 183호를 도입했다”며 ”북한의 핵 또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기여할 수 있는 EU의 추가 제재와 규제 조치가 고려되고 있기에 (진척 현황은) 후에 통보 하겠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대한 회원국들의 ‘시큰둥한’ 반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안보리가 2006년 채택한 결의 1718호는 회원국들이 30일 이내에, 또 그 이후 2009년 채택한 결의 1874호는 45일 이내에 국가이행보고서를 제출토록 주문했다.
그러나 17일 현재 이들 결의의 주문 결과는 1718호 85개국, 1874호는 62개국이다.이들 결의에 대한 공감대가 전체 회원국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집계다.
이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회원국들의 보고서 제출을 지원하기 위해 2010년 8월10일제1차 참고서(1718호와 1874호 제출 이행 지원 참고서), 2011년 1월21일 제2차 참고서, 2011년 12월5일 3차 참고서(사치품 조치에 대한 안내) 등 3차례에 걸쳐 안내문을 회원국에 회람시켜 국가이행보고서 제출을 유도했고 지난 4월9일에는 제1차 참고서 내용에 최근 2094호 조항들을 반영한 새로운 참고서를 내놓았음에도 나온 결과이다.매번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미국과 그 꼭두각시들의 정치적 놀음”으로 비하하며 자체를 무시하고 있는 근원이다.
실제로 대북제재위원회 의장직을 올해 넘겨받은 룩셈부르크의 실비 루카스 유엔 대사는 지난 달 16일 “북한이 유엔 대북 제재 이행의 허점을 포착해 의무를 회피하려하고 있다”고 질책했다.루카스 대사는 이날 비공개로 열린 안보리 대북 제재 실현 현황 회의를 가진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회원국들의 대북 제재 이행보고서 제출 미미현황을 꼬집으며 이 같이 지적했다.
또 P5 중 하나인 영국의 마크 라이얼 그랜트 유엔주재 대사도 “북한이 대북제재위원회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며 회원국들의 안보리 결의 조치 이행을 강조했다.
이과 관련 루카스 대사는 19일 오후 유엔본부에서 관심 회원국가를 상대로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위원회에게 부여한 권한과 활동에 대한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회원국들에게 안보리 대북 제재 조치들을 이행하라는 압력이다. 안보리 이사국인 한국이 이번 대북 결의에 대한 회원국들의 이행보고서 제출 현황을 참고해 외교활동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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