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 “예산 20%이상 부당집행하고 허위·과장홍보”
▶ 사업자 선정놓고 한인업계 분란극심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한식세계화 사업’이 배정 예산의 4분의 1을 전용하는 등 수백억원의 혈세를 낭비한 총제적 부실 사업이었던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지난 2월 국회의 요구에 따라 그간 한식세계화 지원 사업 감사를 벌여 온 한국 감사원(본보 2월27일자 보도)은 이 사업이 지난 4년간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고도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예산의 상당 부분이 부당하게 전용됐으며 사업성과도 상당 부분 과장되는 등 문제점을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한식세계화 사업은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센터), 한식세계화재단 등이 나서 LA를 비롯한 미국과 세계 주요 도시들에서 진행해왔으나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전시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아왔었다.
실제 감사원이 이날 국회에 제출한 ‘한식 세계화 지원사업 집행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식세계화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는 2009∼2012년 한식세계화 지원 사업으로 편성한 예산 총 931억1,700만원 중 무려 24%에 해당하는 222억7,800만원을 부당하게 전용하거나 실제 집행하지 않은 채 이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특히 지난 2011년 ‘영부인 식당 사업’으로 불리며 추진하다 무산된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사업을 허술하기 짝이 없는 대표적 혈세 낭비 사례로 지적했다.
이 사업은 당시 예산 50억원을 받아 추진됐으나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해 결국 사업을 접었으나 남은 예산 49억6,000만원이 국회 보고 없이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등의 연구용역비와 콘텐츠개발 사업비로 무단 전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업은 당시 농수산식품부 산하 한식재단이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한인 요식업계의 극심한 분란으로 한인 사회를 시끄럽게 했었고, 남은 예산을 쓰기 위해 연말을 앞두고 낭비성 행사를 벌이기까지 해 빈축을 사기도 했었다.
또 이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한식 스타셰프 양성과정’에서는 교육생 선발 기준을 조리학과 졸업생 또는 경력 3년 이상의 외식업체 근무 경험자로 정해놓고 실제로는 비전공자나 조리 경력이 없는 현직 공무원 등 부적격자를 대거 선발한 사실이 적발됐다. 공무원들이 혈세로 무료 한식 요리 교육을 받았던 셈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0∼2012년 선발된 교육생 227명 중 23.3%(53명)가 조리 경력 3년 미만의 비전공자이며, 선발 당시 직업이 조리사인 교육생 비율은 2009년 70.8%에서 2012년 45.9%로 급락했다.
브룩 쉴즈 등 유명 여배우를 기용해 제작한 한식세계화 홍보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홍보 효과를 과장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쉴즈가 고추장을 고르는 사진 1장만 미국 잡지에 아무런 설명없이 실렸는데도 농식품부는 “쉴즈가 고추장을 쇼핑하는 장면이 보도돼 현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쉴즈는 잡채와 비빔밥을 만들기 위한 당면 등을 직접 골라 주변인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감사원은 ‘한식 세계화 사업’ 추진 준비가 부족했던 당시 관계부처는 예산을 마땅히 소비할 곳이 없게 되자 돈을 승인 내역과 다른 용도로 집행했으며, 실제 경쟁력 강화보다는 홍보에만 치중한 기형적이고 부실한 사업이었다고 지적했다.
<김상목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