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습적 폭력 땐 우울증·불안감 등 정신건강에 해악 성인된 후도 직장서 적응 못 하고 주눅·자부심 파괴
■ 미 어린이 수천명 대상 연구 보고서 주목
“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고 한다. 이같은 통설의 밑바닥에는 어린 시절 형제사이의철없는 다툼은 누구건 겪고 넘어가는 일종의‘통과의례’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사실형제자매 사이의 싸움을 거의 하루단위로 터진다. 형과 아우가, 언니와 동생이 다부지게 맞붙는다. 별 것 아닌 이유로 서로 씨근거리며 설전을 벌이다가 욕설이 섞여들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주먹다짐을 하거나 상대의 머리털을 쥐어뜯는다.
피붙이 간의 싸움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성서에 등장하는 인류의 첫 형제인 가인과 아벨도싸웠다.
가인은 여호와가 그가 드린 제사를 물리치고동생인 아벨의 제사를 받아들이자 시기심에 사로잡혀 그만 살인까지 저질렀다. 성서가 전하는인류의 첫 살인사건이다.
부모는 자신도 그렇게 자랐기 때문인지 형제사이의 다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드는 경향을 보인다.
자녀들 사이에 선의의 경쟁을 유발시키려다 뜻하지 않게 반목과 다툼의 씨앗을 뿌리는 부모도없지 않다.
최근 발표된 새로운 연구결과는 형제 간의 정상적인 경쟁으로 간주되는 싸움이 그저 단순하고무해한 통과의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설사 육체적 상처를 수반하지 않는 말싸움이라 할지라도 형제 간의 다툼은 학교나 놀이터에서 당하는 왕따와 이지메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심리적 상처를 남긴다.
그저 리모트 콘트롤이나 게임 조정기인 조이스틱 등을 둘러싸고 티격태격하는 정도라면 그리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형제 가운데 한 명을 겨냥해 상습적으로 가해지는 물리적인 폭력이나 언어폭력은 무심히 넘길 일이 아니다.
미 전역의 어린이 수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된연구결과에 따르면 형제나 자매로부터 공격이나협박을 당한 아이들은 높은 수준의 우울증과 분노,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번 연구의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코리나 젠킨스 터커 박사는 “형제 사이의 공격적 행동이도를 넘어 학대로 발전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뉴햄프셔 대학의 가정학 부교수인 터커 박사는 “역사적으로 보아도 아이들 사이의 싸움은별 것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급우들 사이의 공격 행위는 용납할 수 없지만 형제 간의싸움은 괜찮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터커 박사는 “학교나 다른 환경에서의 괴롭힘(불링)과 폭력을 막기 위한 프로그램과 공익광고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같은 노력은 형제자매 사이의 싸움으로까지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형제자매 사이의 건강한 경쟁은 권장할만하다. 임상심리학자인 존 카파로는 그러나 한 아이가 지속적인 공격의 표적이 된다든지 해를 입히거나 모욕을 주려는 고약한 의도의 제물이 된다면 이는 건강한 관계와 거리가 먼 학대라고 보아야한다고 말했다.
부모의 편애도 형제간의 우애에 균열을 조장하는 씨앗이 될 수 있다.
다섯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곳 없다지만, 사실 유난히 아픈 곳이 있다.
아이들은 부모가 보이는 관심의 향방에 대단히 민감하기 때문에 제 아무리 편애의 감정을 숨기려 들어도 이들의 레이더에 금방 포착된다.
자녀에게 꼬리표를 붙이는 것도 후유증을 불러오기 십상이다.
예컨대 머리가 좋은 딸을“ 똑순이” , 몸집이 튼실한 아들을 “몸짱”으로 부르게 되면 긍정적 호칭을 얻지 못한 다른 자녀의 시기심을 자극해 형제간의 다툼을 일으키게 된다.
전국적으로 가정폭력의 가장 흔한 형태는 단연 형제자매 폭력이다.
임상심리학자인 존 카파로에 따르면 형제자매폭력은 배우자, 혹은 부모에 의한 어린이 학대에비해 4배가량 발생률이 높다.
이제까지 나온 관련 논문은 전체 어린이의 거의 절반이 친형제나 자매에 의해 주먹으로 맞거나 발길질을 당한다든지 물린 적이 있는 것으로밝혀졌다. 또한 피해자 가운데 15%가 동일한 상대로부터 여러 차례 되풀이해서 공격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파로 박사는 그러나 신고된 피해사례는 의심의 여지없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자녀들의 싸움을 신고하려들지 않기때문이다.
아이들이 서로 손찌검을 하고 발길질을 해도부모는“ 조금 거친 장난”으로 넘겨버린다.“ 사내놈이 다 그렇지”라는 식으로 안이하게 생각하는탓이다.
형제자매 폭력을 다룬 이전의 보고서들은 그숫자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공격 형태에 초점을맞추는 공통점을 보였다.
이에 비해 어린이와 부모의 인터뷰를 통해 작성된 최근 보고서는 폭력의 광범위한 충격을 측정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보고서는 무기를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은가정 내 형제자매 사이의 물리적 폭력과 재물손괴, 협박, 욕설, 그리고 다른 형태의 심리적 겁주기 등을 살펴보았다.
또한 비교분석을 위해 집 밖에서 동년배 그룹들에 의해 자행되는 유사한 타입의 공격적 행동사례도 취합했다.
이 보고서는 연구에 참여한 전체 어린이들 가운데 3분의 1이 바로 직전 해 형제나 자매에 의해 피해를 당했다고 말했다. 불안증, 우울증, 분노를 측정하는 검사에서 이들은 상대적으로 높은점수를 올렸다.
불링 전문가인 존스 홉킨스대학 청소년폭력 예방센터 부소장 캐더린 브래드쇼 박사는“ 최근 연구는 규모와 범위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어린이들 사이의 다툼이 정신건강과 연결되어 있다는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인상적”이라고평가했다.
브래드쇼 박사는 “때때로 부모는 어린 자녀의싸움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여기서 발생하는피해 역시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곤 한다”며“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피해자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는 문턱이 상당히 낮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카파로 박사도 “형제자매에 의한 학대의 영향이 종종 성인이 된 후에도 지속된다”고 경고했다.
어린 시절 형이나 언니로부터 당한 거듭된 수모로 장성한 뒤 일터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잔뜩 주눅이 든 환자들을 여러 명 치료했다고밝힌 카파로 박사는“ 성장기의 이런 경험은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오고 자부심을 파괴한다”고 말했다.
< 뉴 욕 타 임 스 특 약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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