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한인들 한방 주치의로 37년 ‘한의학계 선구자’
1976년 플러싱에 이수호 한의원을 개원한 이래 수십년간 한인들의 몸과 마음을 다스려준 이수호 한의사, 그는 미국병원에 침술을 보급시키고 대학원에서 한방 강의도 한다. 그의 동양의학 미국 알리기를 들어본다.
▲미국에 한의학 알리다
미국에서만 37년째 뉴욕 한인 및 미국인들에게 한방 및 침술의 효능을 알리는데 앞장 서 온 이수호 한의사, 그는 지난 4월 새장소(36-32 유니온스트릿 유니온약국 3층)로 한의원을 옮겼다. 함께 일하던 다른 전문의들은 대부분 은퇴해도 그는 여전히 외래환자를 보고 대학원 강의를 나간다.
12년째 커네티컷 브리지포트 대학교 한의과 대학원에서 침술치료의 기초가 되는 경혈학, 한방내과학을 강의하고 클리닉에서 임상진료를 맡고 있다.“처음에는 영어로 강의하려니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한의학 학술의 기본이 음양오행으로 형이상학적인 배경을 가진 한의학을 현대 과학적 지식을 갖춘 학생들에게 강의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부담 가는 지, 아침일찍 일어나 강의 준비하고, 학생 리포트 받아 평가하고, 결강 한번 없이 착실하게 하니 학교에서 인정을 받았다.”
그는 요즘도 커네티컷 가는 날은 기쁘기 그지없다. 학생 중에는 의사, 간호사, 일반대학원 석사를 하고 한방을 배우러 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졸업 후 스승에게 편지를 하고 한방 진료 중 잘 모르면 전화로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그는 플러싱의 이수호 한의원에 한인 환자가 70%, 타인종 환자가 30%인데 “타인종 15~20명 중 1명은 한약도 지어달라고 한다”고 말한다. 물론 처음부터 미국에서 한의학이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그는 한걸음, 한걸음 쉬지 않고 미국 의학계에 동양의학을 심기위해 노력해 왔다.
▲환자로 찾아온 마리아 칼라스
이수호가 미국에 온 것은 1975년, 견문을 넓히고자 뉴저지의 김 물리재활병원(김기호 M.D. 원장) 초청으로 와서 2년간 근무했는데 당시 뉴저지에는 침술법이 통과되지 않아 병원 감독하에 환자를 진료해야 했다.
“이 병원에 침술과를 둔 것은 미국 종합병원에서 처음이 아닌 가 한다. 중풍후유증, 마비질환, 요통, 관절계통, 앨러지, 비만, 금연 치료를 하자 병원 내과의가 어떻게 침으로 통증을 치료 하냐고 했다. 마침 그 내과의 부인이 만성 편두통이라 침술로 낫게 했더니 직접 여러 환자들에게 침의 효과를 알리고 추천했다”
이즈음 한인 전문의들이 모여 한인들이 미국 병원에서 겪는 언어 소통 장애와 문화적 차이로 오는 어려움 없이 진찰받게 하고자 한국말이 통하는 병원을 개원하기로 뜻을 모았다. 유니온 스트릿에 위치한 한국의료원에 내과, 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안과, 신경과 등이 한자리에 모였고 2년후 공영주차장 옆으로 이전하며 중앙의료원으로 명칭을 바꾸게 되었다. 1977년에는 뉴욕에서 침술 제도가 통과되었다.
이수호는 이곳에서 34년간 환자 진료를 해오면서 1998년부터 코넬 의과대학 뉴욕의료원과 코넬대학의대 플러싱 의료원의 두 병원의 물리재활의학과 산하 침술과장을 지냈다.
한번은 임산부가 분만 전 경직 상태가 되면서 수술로 분만을 했지만 분만 후 의식불명이 되는 일이 일어났다. 여러 전문의가 진료 했으나 방법이 없자 내과과장을 비롯 여러 의사들이 그에게 침술을 시도할 것을 권했다. 그는 일주일에 3~4회 침술을 시도, 5~6주후 눈꺼풀이 움직이며 3개월후에는 눈을 떴고 7개월후에는 의사소통을 하게 되었다. 모든 의사들이 환자가 좋은 상태로 회복되니 동양의 신비한 의술에 감탄했고 환자들의 문의도 쏟아졌다.
“플러싱 병원에서 침술에 대한 효과 실험도 했다. 과장이 환자에게 침술을 2주 동안 놓게 한 후 갑자기 침술을 중지하니 환자들의 통증이 심해졌다는 경우가 95~98%였다.”
이처럼 현대의학에서 통증을 치료하는데 한계점이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침치료를 임상에 도입하여 환자의 도움과 혜택을 주자는 움직임이 거세졌다. 침술이 효과 있다는 소문이 나자 미국인 환자가 증가했다. 그가 진료한 환자 중에는 유명인이 많지만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의 전 부인이자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도 있다.
“마리아 칼라스의 음성이 갑자기 갈라지고 인후가 답답하고 건조하고 쉰 목소리로 변하여 정상적인 발성을 할 수 없게 되자 찾아왔다. 진찰해 보니 인체의 음양이 부조화 불균형으로 정상적인 발성이 나오지 않았다. 그 이유를 설명하니 한의학 이론에 관심을 가진 마리아 칼라스는 기(Qi, enery)에 대해서 설명해달라고 했다. 기란 인체 생명력의 근원이며 이는 신장의 정기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2~3회 치료로 쉰 음성이 깨끗하게 완치되자 기뻐하며 항상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양의학이 미국 내에 자리 잡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이수호 한의사, 그는 로컬 뉴욕한의사협회 활동도 잊지 않았다. 1978년 창립된 뉴욕한의사협회는 2달에 한번 정기모임을 갖고 초청 세미나 등으로 실력을 연마하고 있다.
“전에는 침 맡는 것을 미국인들이 꺼려했으나 현재 50개주 모두 침술을 인정하고 미국 병원에서도 침술 클리닉이 많다. 현재 미국내 침술면허 취득자가 2만3,000명, 뉴욕내 침술면허 소지자가 2,200여명 정도이다”
▲경희대 한의대 수석입학, 수석졸업
이수호는 이화여전(이화여대) 한문과 수신과목(도덕) 교수인 이기정씨와 개성 호수돈 고녀를 졸업한 어머니 김순희씨의 3남3녀 중 차남으로 서울 마포구 대현동에서 출생했다. 경기도 포천에서 소년기를 보내고 아버지의 권유로 경희대 한의과 대학을 수석입학, 1962년 수석졸업 했다.
경희대대학원(한의과), 서울대보건대학원(보건학 석사), SAMRA(University of Health Science) 한의학박사학위를 받은 후 64년부터 75년까지 경희대 한의과대학 조교수, 경희의료원 안암한방병원 침구실장을 지냈다. “한의과 대학 재학시절에 권영준 한의학 과장 댁에서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여러 학생들이 그룹으로 달려가서 한의학의 깊은 이론과 임상에 관한 것을 많이 배웠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침구학 교실에서 연구생활을 하게됐다.”
이때 이수호 한의는 누구나 알만한 정계 최고 VVIP와 가족의 치료를 담당했고 탁월한 성과를 보아 경희대 한의대의 명성을 높였다. 본인의 앞날은 탄탄대로였지만 더 넓은 물을 찾아서, 동양의학을 미국땅에 심고자 한국을 떠났다. 이후 뉴욕에 오랜 세월 환자들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면서 힘들지만 보람된 일도 많았다.
“성의껏 치료했지만 결과가 안 좋았을 때 힘들었다. 입이 돌아간 직장인이 무난히 직장생활을 하게 했을 때, 10년이 되도록 아기를 못 낳던 백인여성이 임신했을 때, 환자가 회생하면 보람이 있다. 때로 한의원에 온 환자를 보니 양의로 가야해 바로 응급실로 보내어 생명을 구한 적도 있다.
무엇보다도 환자와의 인간관계 성립이 중요하다. 의사는 환자가 6.25당시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나올 수 있을만큼 속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이수호는 부인 이행화와의 슬하에 1남1녀를 두었다. 부인 역시 뉴욕 한의과대학을 나온 한의사로 이수호 한의원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딸 연실은 클리블랜드 하스피탈의 노인내과의이며 아들 한석은 한의과대학을 졸업, 현재 미국 클리닉에서 근무 중이다.
그동안 ‘침구학 상편’, ‘침구학 하편’, ‘침구경혈학’ 등 8권(최용태, 이수호 공저)을 출간했고 한의학 관련 논문 100여편을 미국 저널과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다.
2005년부터 브리지포트 대학교 한의과 대학원 교수로 일하며 1주일에 5번, 왕복 3시간 거리인 커네티컷까지 오갔지만 얼마 전부터는 2주에 한번,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강의한다. 목요일과 금요일(오후 7시~10시)에는 사우스 캘리포니아 유니버시티 플러싱 브랜치에서 강의한다.
그는 강의를 온병학(溫炳學), 정해 침구학, 침구경혈도감 등 한의학 원문으로 한다. “그 사람이 아니면 가르치지 말라, 그 사람을 찾았는데 가르치지 않으면 도를 잊어버리는 것이다” 는 이수호는 오늘도 미국 내에 동양의학 뿌리 내리기에 시간을 잊고 있다. 일하는 그에게 나이는 무의미하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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