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샬레프, 김혜숙 부부. 멀리 보이는 네 개의 기둥은 둘의 결혼을 기념, 한국의 사주(四柱)라는 개념에서 만든 작품, <11.11> 11월 11일은 1차 세계 대전의 휴전 기념일로 평화를 상징한다.
엔크램 전원 위에 세워진 삶과 예술의 공간
여름 한 가운데를 달리듯 타코닉 파크웨이를 타고 한 없이 북쪽으로 운전하다가 시골 길로 들어서서 한참을 더 가면, 도자 조각가 폴 샬레프(Paul Chaleff) 씨와 롱아일랜드 대학 사회학 교수 김혜숙 씨 부부의 앤크램(Ancram)시골 집이 나타난다. 집이라고 하기 보다는 웬만한 뮤지엄을 연상시켜주는 건물이다.
실제로 샬레프 씨의 작품이 군데군데 세워져있는 넓은 정원은 조각 공원이라 할 수 있으며 건물 내에는 아래층과 위층 두 군데에 갤러리가 있다. 거대한 작업장 뒤로, 부엌과 다이닝 룸과 리빙 룸이 시원스럽게 자리 잡고 있는 완벽한 주거 공간이 갖추어져 있어 명실 공히 이곳을 ‘생활이 있는 미술관’이라 할 만하다.
대범한 터치와 중후한 색감으로 마치 지구의 한 부분을 창조해 내듯 작업을 하는 샬페프 씨는 또한 손쉽게 접시나 꽃병 등도 만들어 친구들에게 선물을 한다고 한다. 리빙 룸 선반에는 동서양의 골동 도자기가 전시되어 있는데 브롱스에서 케이크 전문가였던 샬레프 씨 부친이 만든 케이크 장식과도 같은 모양의 도자기도 놓여 있다.
집안 어디에서나 허드슨 밸리의 숨 막히는 경치가 내다보인다. 광활한 언덕 저 너머엔 또 다른 능선이 이어져 먼 나라 숲 속을 바라보는 듯하다. 학기 중에는 브루클린 아파트에서 생활하던 김혜숙 교수는 방학 때면 뉴욕 시내에서 2시간 남짓한 거리인 이곳에 와서 남편과의 풀타임을 시작한다. 김혜숙 씨는, ‘Black Nationalism in America’로 이대에서 석사를 한 후 장학금으로 컬럼비아 대학에서 사회학으로 석사를 했으며 2000년에 한국 법조계 여성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를 취득했다. 김 씨는 법과 사회, 그리고 동남아 여성 문제 뿐 아니라 종교와 무속신앙, 동남아 예술과 영화 등 관심의 폭이 넓다.
20여 년 전, 박사코스를 할 무렵 친지들과 함께 샬레프 씨의 스튜디오를 방문했을 때 벽에 걸려 있던 한국 지게가 인상 깊었던 김혜숙 씨는 그 후 약 15년 후 다시 샬레프 씨를 만나게 되었고, 그 인연이 결혼으로 이어졌다.
샬레프 씨가 1970년대 초, 일본에 머물며 가마 제작법을 배우던 당시 잠시 방문했던 한국의 농부한테 사온 그 지게는 아직도 이 곳 스튜디오 벽에 걸려있다. 그는 일본식 장작 가마(Ana-gama, Wood Klin)를 처음으로 미국에 도입해 온 파이어니어로서 현재 미국에 있는 수백 개의 장작 가마는 대부분 그에게서 전수된 것들이다.
이미 동양적 요소가 가미되었던 그의 작품 세계는 어쩌면 한국 여성과의 결합에서 한 겹 더 깊고 넓어 졌을지도 모른다. 2010년 한국 서미 갤러리에서의 개인전 출품 작 중에서, ‘큰 솥(Cauldron)’이란 작품 등에서 한 솥밥을 나누어 먹는 한국적 정서가 배여 나와 큰 호응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샬레프 씨가 영국 조각가 안토니 카로(Anthony Caro)씨의 작업장이었던 이곳에 옮겨 온 것은 1997년. 귀국하는 카로 씨로부터 구입을 하고 근 2년에 거쳐 보수 했다. 도예가로 활동하던 그가 80년대 말 부터 조각가로서 더욱 그 위치를 굳히게 된 데에는 20여년 연장자인 카로 씨와 함께 작업을 하며 받은 영향이 컸다.
호프스트라 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MoMA, 메트로폴리탄 , 예일대학 , 프린스턴 대학, LA 카운티 등 수많은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현재 카토나 뮤지엄(Katonah Museum of Art, 134 Jay St. Katonah, www.katonahmuseum.org )에서 그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노려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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