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과거사 부일할수록 국제사회 관심 높아질 것”
▶ 작년 유엔총회 기조연설서 위안부 문제 언급, 국제사회 관심 끌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한국 여성들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지난해 12월26일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재집권한 이후 일본의 우경화가 갈수록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따라서 한국 정부가 내달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제68차 유엔총회에서 일본 정부의 잘못된 역사인식 문제를 또다시 제기하고 나설지 주목된다. 한국 정부는 지난 해 제67차 유엔총회 무대에서 위안부 강제 동원의 전쟁범죄를 짓고도 사과와 반성을 거부하는 일본을 강하게 성토한 바 있다.
■ 과거 잘못 시정노력 보여줘야
김성환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은 2012년 9월28일 제67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무력분쟁 하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 근절 문제는 국제사회가 심각히 다뤄야 할 문제”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언급했다.한국이 1991년 유엔에 가입한 이후 총 21차례에 걸쳐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지만 총회장에서 위안부와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 등 대일 외교 현안을 처음으로 거론한 것이어서 국제사회의 깊은 관심을 모았다.
김 장관은 당시 “한국 정부는 유엔의 관련 결의에 따라 유엔과 회원국들이 무력분쟁 하에서의 여성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할 뿐 아니라 피해자들에 대한 효과적인 구제조치와 배상 제공, 가해자 처벌을 통해 이러한 잔혹한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시 성폭력은 심각한 인권 침해이자 인간의 존엄성과 고결함에 대한 모욕이며 역사는 우리에게 이러한 끔찍한 행위에 대해 경고하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고 덧붙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후 70년이 다 되도록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 정부 차원의 사과와 배상,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김 장관은 또 “국가간 평화와 안정을 견고히 구축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 인식과 과거의 잘못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이 필요하다”며 “어두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의 잘못을 시정하려는 진정한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해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죄를 거부하는 일본을 질타했다.
이어 “유엔 헌장에 명시된 영토 및 주권에 대한 존중은 안정적 국제관계의 기본 원칙”이라며 “어떤 나라도 다른 국가의 영토와 주권을 침해하거나 역사적 정의를 왜곡할 목적으로 국제법 절차와 법치주의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국제사법재판소(ICJ) 공동제소 요구도 함께 비판했다.
■ 전시 성폭력 문제는 전쟁범죄
한국 정부의 제67차 유엔총회 무대 대일 공세는 김 장관의 기조연설에서 그치지 않았다. 한국은 같은 해 10월15일 열린 유엔총회 제3위원회의 ‘여성 지위 향상’ 의제 토의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또다시 제기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거듭 촉구했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국제사회가 인권 문제를 실무적으로 다루는 공간이다.
당시 토의에서 한국 정부 대표(신동익 유엔 차석대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대 성노예’로 강제 동원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한국은 특히 이 부분에서 “2차 대전 당시 ‘군대 성노예’(military sexual slavery)로 강요당한 희생자들을 일컫는 이른바 ‘위안부’(comfort women)란 문구를 사용하면서 구체적으로 일본의 책임을 물었다.
한국은 전시 성폭력 문제에 관한 국제법 제도의 진전과 유엔인권위원회 특별보고관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촉구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시했다. 또 전시 성폭력 문제가 국제형사재판소(ICC) 규정에 ‘전쟁범죄’와 ‘인도에 반하는 죄’로 성문화됐고 국제전범재판소가 관련 가해자를 처벌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유엔과 전 회원국들이 전시 성폭력 희생자들을 위한 효과적인 구제조치와 예방, 가해자 처벌 등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는 한편 역사적 사건에 관한 정확한 교육을 통한 재발 방지가 중요하다며 일본의 왜곡된 역사 교육을 겨냥했다.
한국은 특히 당시 토의에서 일본측이 위안부 권리문제가 법적으로 해결됐다는 기존주장을 되풀이 하고 나서자 즉각적인 반론을 제기하며 강하게 대응했다.
일본 정부 대표는 위안부 여성에 대한 사죄를 표시하면서도 권리구제 문제는 법적으로 해결됐고 아시아 여성기금을 통해 보건 서비스 및 배상금을 지급했다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자 한국 정부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전쟁범죄 및 인도에 반하는 범죄에 해당될 수 있는 사안으로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남아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 청구권 협정 과정에서도 일체 거론된 바 없었고 유엔 보고서 등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나 그 이후 양자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는 사실도 상기시켰다.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형태로 해결책을 강구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 일본 우경화 추세 좌시할 수 없어
한국이 당시 일본과의 관계 악화 위험을 무릅쓰고 유엔총회 무대에서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한 것은 양국간 분쟁의 근원이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에 있음에도 ‘적반하장’ 식의 도발이 그치지 않고 나아가 일본사회가 우경화 추세를 보이는데 대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국제사회에 확고히 밝히려는 의지로 평가됐다.
실제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는 5월30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고문행위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CAT는 이날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같은 달 21~22일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심사 결과를 토대로 채택한 제2차 결의문을 설명하면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CAT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답변에 대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정부 차원의 배상과 사과는 물론 교과서에 이를 기술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클로디오 그로스맨 CAT 위원장은 특히 “일본은 보상했다고 주장하지만 보상도 충분하지 않고 대부분 민간 부분에서 온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기본적 인식 자체가 희생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며 반드시 공식적인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본 정부는 이 일이 과거에 발생한 일이라며 외면하고 있지만 피해자가 여전히 살아있고 따라서 법적 책임이 있다”고 전제한 뒤 “이번 결의안과 관련된 논의를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마리오 멘데즈 특별보고관이 지속적으로 조사하도록 했고 아무런 처벌 없이 이 문제가 끝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CAT는 경찰과 국가 권력에 의한 고문과 비인간적인 대우를 금지하는 고문금지조약에 따라 1988년에 설치됐으며 일본에 대한 심사는 2007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였다.
CAT에 앞서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CESCR)도 5월21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제3차 일본 국가 보고서 심의 결과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에 범국민 차원의 위안부 문제 교육을 권고해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일본이 부인하면 할수록 더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유엔의 인권협약은 9개로 이 중 CAT, CESCR, 시민·정치 권리위, 여성차별철폐위 등 4개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돼 있으며 이들 기구는 일본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통해 일본에 법적책임을 인정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지난 2일 공식 논평을 내고 “정부는 일본 정부가 수시로 독도에 대한 터무니없는 주장을 계속하고 일본의 일부 정치 지도자들이 오만한 언행과 그릇된 역사인식을 되풀이해 보여주고 있는 것을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러한 몰역사적 언행은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과 동북아시아의 화합에도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보편적 역사인식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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