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부급들 이동하며 실적에 급급 기존 대출 빼가기 경쟁 가열
다운타운에서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L모씨는 지난 일주일사이 무려 한인은행 3곳으로 부터 방문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예전부터 한인 은행들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L씨에게 은행 담당자들은 각각 예전과 다른 은행 명함을 건넸고 L씨가 가지고 있는 400여만달러의 비즈니스 대출 라인을 자기 은행으로 옮겨 줄 것을 부탁받았다.
토랜스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는 한 한인도 최근 한인은행 담당자들로 기업 대출 라인을 옮겨다라는 청탁성 전화를 수 차례 받았다.
최근 한인은행들의 간부급 직원 조직개편이 일단락되고 영업을 강화하면서 대부분의 한인은행들이 신규대출보다 기존의 ‘대출 빼가기’ 경쟁에 중점을 두고 있어 고객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자리를 옮긴 간부급 직원들이 실적을 보여주기 위해 전에 몸담았던 은행의 고객을 빼오는 현상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대출의 경우 이미 대부분의 고객들이 낮은 이자율로 재융자를 마친 상태로 일부 직원들은 수수료 면제 등의 조건을 내세우면서 은행을 바꿀 것을 권유해 결국 제살 깎아 먹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인은행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몇 십만 달러의 소액 대출을 놓고도 은행 간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실력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자리를 옮긴 직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수를 둘 수 있어 은행마다 특별한 관리감독이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특히 은행 지점간 경쟁도 치열해 일부 지점에서는 우량 고객들의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은 기본이며 항공권 예매 등 개인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인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사태는 은행의 전문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결국 한인은행의 발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직한 직원들이 우량 고객을 뺏어오기 위해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은행마다 지닌 문화적 특이성과 경영진의 스타일 차이로 인해 고객들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한 은행이사는 “‘관계’(relationship)를 중시하는 한인은행권에서 보이지 않게 은행마다 손님에게 대하는 고유한 스타일과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 이러한 것에 익숙한 손님들의 경우 특정 직원이 다른 은행으로 이직했다는 이유만으로 따라가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며 “결국 은행들이 우량 고객 유치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무리한 조건을 경쟁적으로 제시할 경우 은행의 수익은 감소하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 6월30일을 기준으로 남가주 지역에서 영업중인 한인은행들의 대출고는 125억551만1,000달러로 전년 동기인 114억7,202만5,000달러에 비해 9%가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낮은 이자율로 재융자가 활발했던 원인이 크며, 특히 최근에는 이자율이 급상승하면서 고객들이 크게 줄어들고 있어 이같은 은행간 대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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