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실 들어서자마자 “잭(숨진 신용재씨) 어딨나”
▶ 사장실서 발견 직후 머리에 총격
최형용 사장이 필답을 통해 사망한 신용재씨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욕타임스>
집 공사비 추가 요구로 잦은 마찰
지난 25일 롱아일랜드의 한인 회사에서 금전 문제로 60대 한인남성이 옛 고용주와 동료 직원을 찾아가 총격을 가한 사건이 발생하자 한인사회가 불안감에 휩싸였다. 더구나 이번 총격사건이 앙심을 품고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고용주였던 최형용(64) 사장은 물론 동료 직원이었던 신용재(24)씨 등 2명을 살해할 목적으로 벌인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정황이 속속 들어나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다.
■사건 당시 어떤일 있었나=사건이 발생한 세이브에너지사의 직원과 지인들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전 10시께 김씨는 사무실로 들어와 직원들에게 이 회사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는 “잭(신용재씨의 미국명) 어딨냐“고 물었다. 직원들이 “사장실에서 사장과 면담하고 있다”고 하자 김씨는 곧바로 사장실로 들어갔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미리 준비해간 권총을 꺼내 의자에 앉아있던 최 사장과 신씨에게 각각 1발과 2발씩 차례로 머리 부위에 총격을 가했다. 근접한 거리에서 총을 2발이나 맞은 신씨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최 사장은 머리와 목 부위에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졌다. 총성이 올리자 사장실 밖에 있던 직원 3명은 사장실쪽으로 달려갔다. 그때 김씨가 직원들을 밀치고 건물 밖으로 나와 타고 갔던 자신의 혼다 파일럿 차량을 타고 도주했다.
■무슨 불만 있었나=용의자 김씨가 사무실에 오자마자 신씨를 직접 지목했다는 직원들의 증언을 감안할 경우 밀린 급여문제로 최 사장만을 살해하려했다는 당초 분석과는 달리 처음부터 최 사장과 신씨 두명 모두를 노렸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추정이 맞다면 김씨는 과연 마흔 살이나 어린 신씨에게 어떤 원한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김씨는 회사에서 세일즈 직원으로 일하면서도 별도로 사무실 보수와 리노베이션 공사를 맡곤 했는데, 신씨가 부모과 함께 살고 있는 퀸즈 와잇스톤 소재 집의 보수공사를 김씨에게 맡기게 되면서 분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신씨의 부모 집 공사를 마친 후 김 씨가 당초 계약했던 공사비 보다 더 많은 액수를 요구하면서 마찰을 빚었고 이후 이 일로 인해 신씨와 김씨 간에 자주 언쟁을 벌이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김씨는 사건 발생 2주전 신씨와 언쟁을 벌인 후 “두고 보자”라는 말을 남기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부인 이모씨 역시 본보와의 통화에서 “그 쪽 직원의 집을 수리해 준 뒤 2,000달러를 받지 못했다고 남편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며 신씨와의 분쟁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씨는 “여전히 남편은 최 사장에게 받을 돈이 많았다”며 “29건의 계약 수주에 대한 커미션 외에도 최 사장의 사무실을 수리하며 재료비와 인건비 등 최소 9,000달러가 넘는 돈을 개인돈으로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사장이 마치 밀린 돈을 줄 것처럼 월요일(23일)에 찾아오라고 해놓곤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아 남편이 화가 많이 났다”며 “아마도 그 다음날인 화요일(24일)에 범행을 준비하고 수요일(25일)에 일을 저지르지 않았나 생각한다. 총기 역시 화요일에 준비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씨 살아있나=경찰은 김씨가 산악지대 바로 앞에 차를 버려둔 점에 미뤄 산속으로 숨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김씨가 도주 중에 가족들에게 자살을 암시한 메시지를 남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범행 후 약 2시간 만인 25일 정오께 여동생인 김상혜 씨의 셀폰 음성 메시지에 “사랑한다. 미안하다. 만약 내가 잘못되면 어머니처럼 허드슨강에 내 유해를 뿌려 달라”고 말했다.
여동생 김상혜씨는 이날 롱아일랜드 사요셋 자택에서 본보와 만난 자리에서 “오빠가 사건이 있기전 올케한테 애정을 자주 표현하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오빠가 살아있으면 좋겠다”며 흐느꼈다. 한양대를 졸업한 김씨는 35년전 도미해 9·11테러가 발생 전까지 맨하탄에서 델리가게를 3개나 운영했지만, 테러 여파로 문을 닫았다. 이후 부동산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마저도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1997년부터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 등의 혐의로 수차례 체포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천지훈·함지하 기자>
최형용 사장 기적적으로 회복
가족 알아보고 필답 대화 가능
옛 직원이 쏜 총을 머리에 맞고 낫소카운티 대학병원에서 치료 중인 최형용(64) 세이브에너지 사장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가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수술을 받은 후 중태에 빠져 있던 최 사장은 이날 의식을 회복, 가족들을 알아보고 질문에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호전됐다. 특히 취재진이나 지인과 필답으로 대화를 주고 받기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직원이었던 신용재(24)씨의 사망소식을 듣곤 종이에 애도의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또한 도주 중인 김씨에게도 “예수께 돌아오라. 천국은 멀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최 사장은 용의자 김상호씨가 쏜 총에 이마 정중앙을 맞았으나 총알이 왼쪽 목 아래로 관통해 빠져나오면서 다행히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최 사장과 약 1년간 함께 일을 했다는 한 직원은 “평소 많은 사람들에게 덕망이 높았던 분”이라며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격을 가한 김씨는 3년 전 모든 것을 잃고 방황할 때 최 사장님의 배려로 일을 하게된 인물”이라며 “항상 다른 직원보다 배려를 더 받았으면 더 받았지 돈을 못받은 일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이 직원은 “어쨌든 사장님이 기적적으로 살아나서 정말 다행”이라며 “빨리 회복해 다시 회사로 돌아오시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1974년도 도미한 최 사장은 한인공공정책위원회(KAPAC) 경제위원장, 롱아일랜드 한인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한인사회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인물이다. 지난 2008년에는 한인 최초로 낫소카운티 정부로부터 ‘올해의 소수계 기업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함지하 기자>
참변 신씨 " 성실한 청년이었는데..."
애도 물결...장례식 29일 중앙장의사

25일 롱아일랜드 한인 LED조명설치 업체 ‘세이브에너지’사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으로 참변을 당한 신용재(24·퀸즈 와잇스톤)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신씨가 고교 졸업 직후인 2008~2011년까지 파트타임 교사로 근무했던 퀸즈 베이사이드 소재 ‘아이템플 학원’의 이모 원장은 26일 "1.5세였던 용재군은 퀸즈 프랜시스루이스 고교 재학시절부터 우리 학원을 다녔던 성실한 학생이었다. 시라큐스 대학 진학 후에도 여름방학 마다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생을 가르치곤 했었는데… 비통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용재군은 학원 학생들도 무척 잘 따르던 교사였으며 예의까지 바른 젊은이였다"며 "누구에게 원한을 살 만한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닌데 이같은 끔찍한 변을 당했다고 히나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메리칸 아이돌시즌 11에 출연해 아시안 최초로 ‘탑 9’까지 올랐던 한희준도 고 신용재 씨와 고교시절 절친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희준은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용재의 소식을 보도로 접하고 한동안 말문을 잃었다"며 "학창시절 의협심이 넘치고 쾌활한 성격으로 주변에 항상 사람들이 많았다. 아직도 친구의 죽음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신씨의 장례예식은 29일 오후 6시 퀸즈 플러싱 중앙장의사(136-25 41ave)에서 ‘뉴비전교회’의 황동익 목사의 집례로 거행된다. 발인은 30일 오전 10시이며, 장지는 롱아일랜드 파밍데일 파인론 메모리얼 공원이다. ▲장례문의: 718-353-2424<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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