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한민족축전 위해 고국에 온 문대원 사범
▶ 1969년 멕시코에 정착 도장 450곳 운영하며 30만명의 제자 키워 내 대사부로 불리며 영향력 “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인생에서 진정한 승자”
아즈텍 전사의 후예인 멕시코인들의 태권도 열기는 종주국인 한국에 못지않다. 아니, 그 이상이다. 멕시코 전역의 태권도장은 3,500여개, 태권도 수련자는 멕시코 인구의 10%를 넘는 150만명에 달한다. 7월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태권도대회 경기장엔 생중계 카메라가 장사진을 이룰 정도였다. 세계 최초의 프로 태권도리그가 출범한 곳도 한국이 아닌 멕시코다. 멕시코가 태권도에 흠뻑 빠지게 된 데는 현지에서 태권도장 450곳을 운영하며 지난 44년 동안 30만명의 제자를 키워 낸 문대원(70) 사범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멕시코인들이‘그랑 마에스트로’(대사부)라 부르는 문 사범이 대전에서 열린 2013 세계한민족축전 참석차 고국을 찾았다.
“이제 태권도는 한국의 것이 아니라 세계의 것입니다. 전 세계인들에게 자신감과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 책임감을 주죠.” 문 사범은 태권도의 세계화를 강조하면서 그 방법으로 태권도 프로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4년 만에 1명씩 스타가 나오는 올림픽 시스템으로는 빛을 볼 수 없는 만큼 올림픽보다는 더 재미있는 태권도가 돼야 한다”며 “그러려면 축구처럼 지역·국가별 프로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1962년 미국으로 건너 가 텍사스 주립대에서 건축학을 공부하던 문 사범이 유명세를 탄 것은 이듬해 우연히 출전한 오클라호마 무술대회에서 우승한 것이 계기였다. 당시 미국엔 태권도는 이름이 없고 대부분 일본의 가라테가 무술계를 휩쓸고 있었다. “‘깡다구’와 빠른 몸놀림, 두려움을 주는 격파술로 경량급을 휩쓸었죠. 중량급 챔피언 통합전에서 키가 2m가 넘는 거구를 넘어뜨리고 두꺼운 벽돌을 손날로 깨뜨리자 미국이 난리가 났죠.” 문 사범의 키는 171㎝, 몸무게는 68㎏이다.
멕시코 무술대회 초청을 받은 문 사범은 1969년 정식사범으로 멕시코에 정착했다. 처음 접수한 가라테 도장에 붙은 일장기를 떼고 이름도‘무덕관’으로 바꿨다.“처음엔 수련생 대부분이 가라테에서 태권도로 전향한 동호인이었어요. 하지만 제자들이 69년부터 75년까지 멕시코 전 무도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면서 태권도가 가라테를 앞섰죠.” 76년 멕시코태권도협회가 창립된 데 이어‘문대원컵 전국태권도대회’도 태권도 열기를 부추겼다.
문 사범은 단지 무술 실력만 전수한 게 아니다. 그는 집 없는 소녀들의 기숙학교 등을 찾아가 무도로서 태권도 정신을 가르쳤다. 15세 미만 청소년들은 학교 성적이 80점 이상 돼야 검은 띠를 따게 했다. 그런 문 사범에게 멕시코 정부는 훈장과 표창장을 수여했다. “인생에서 승자는 경기에서 금메달을 얻는 사람이 아니라 삶의 순간마다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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