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는 게 있다. 일제의 조선침략과 식민지배가 결과적으로 한국의 산업화와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주로 일본 우익 사학계가 일제의 한국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사용했다. 이 이론을 우리나라의 뉴라이트 라는 단체가 갖다 쓰고 있고 이 단체에 속해있는 인물이 주도가 되어 만든 역사교과서가 최근 논란이 된 교학사 역사교과서이다. 논란의 내용은 역사교과서에 실린 근·현대사 부분에서 일제의 식민지배 내용을 왜곡 미화하고 역대 독재정권을 미화 찬양했다는 것이다. 일제의 조선침략, 독도, 위안부 망언을 일삼던 구로다 가츠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지시장이 이 교과서 내용을 보고 극찬했다고 하니 일본 우익의 관점에서 보면 마음에 쏙 들지 모르겠으나 한국민의 일반적인 정서와는 많이 뒤떨어진다는 게 주된 여론이다. 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와 동떨어진 것이라면 여야나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수정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 맞다. 일본정부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없는 상태에서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면도 많았다”라는 왜곡된 역사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데 이를 한국사회가 용인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런데 여당이나 일부 보수진영은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자신이 만든 역사모임에서 ‘교학사 역사교과서는 새누리당이 나서서 지켜줘야 한다’라고 말했고 박근혜 정부는 역사편찬 위원장에 교학사 논란을 일으킨 뉴라이트 계열 한국현대사학회 상임고문 출신이자 뉴라이트의 정신적 지주라 불리는 유영익 한동대교수를 임명했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이나 보수인사들 중에서 이 같은 행태를 비난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보수진영에서 암약하는 친일파 후손들의 농간에 참 보수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국익을 위하여 북한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정보를 수집하기에 열중해야 할 국정원이 집권 여당후보의 당선을 위하여 그 조직원들에게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달기를 실행하게 한 것이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사건이다. 경찰은 야당의 고발에 따른 수사를 통하여 이 사실을 알아냈음에도 윗선의 눈치를 봐서 고의로 은폐하려 했고 당시 새누리당 대선캠프 관계자 몇 명도 정황상 이 사건에 관련이 있었음이 검찰수사 결과로 밝혀졌다.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수단의 하나인 공명정대한 선거를 방해하고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금지하는 법을 위반함으로써 법치주의를 훼손시키는 등 국기문란과 헌법유린의 중대한 범법행위였으며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평소 주장으로 봐선 보수진영에서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야 할 문제였는데 정작 들고 일어난 사람들은 보수들이 평소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국기문란을 일삼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한다고 비난하던 진보진영이었다.
진영논리라는 것이 있다. 사실여부나 개인의 소신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속한 진영의 이익을 위하여 펴는 억지논리로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가로막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역사왜곡을 막고 국정원의 불법 정치개입을 막고 개혁하는 일은 역사를 바로 세우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로 보수와 진보를 떠나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해야 할 일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애국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보수들이 단지 같은 편이라는 이유로 민족의 자존을 짓밟는 역사왜곡과 자유민주주의의 정신을 훼손하는 일에 침묵하고 나아가 편드는 것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철학에 대한 무지와 의식의 천박함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일이며 진영논리에 빠져 국가발전과 건강한 사회 확립을 이루는 일에 반하는 행동이다. 이제는 철 지난 이념대결에 매달리지 않고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모두가 나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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