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가주에 고래 떼 몰려들어 고래 관광 인기
▶ 멸치류 폭증하면서 물 반 고기 반, 수천 바다사자, 수백 돌고래 떼 장관
앤초비가 말 그대로 물 반 고기 반이 될 정도로 풍성하자 바다사자들도 수천마리가 몰려들었다
북가주 몬터리 만 해안에 고래 떼가 몰려들어 고래 관광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앤초비가 폭발적으로 많아지면서 이를 먹이로 삼는 고래들이 모여들어 떠날 줄을 모르고 있다.
북가주 몬터리 베이에 고래들이 몰려들어 고래 관광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예년 같으면 고래 관광선을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도 어쩌다 한두 마리 보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고래가 떼로 몰려다니며 한꺼번에 여러 마리가 해면 위로 뛰어오르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몬터리 인근 바다에 멸치류가 갑자기 너무 많아진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몬터리 만의 이변은 멸치류인 앤초비로부터 시작되었다. 은빛 감도는 푸른 빛깔의 앤초비가 몰려드는 데 그 양이 너무 엄청나서 수 마일에 걸쳐 말 그대로 물 반 고기 반이 되었다.
그러자 바다사자들이 몰려들었다. 캘리포니아 해안을 위아래로 휩쓸며 수천마리가 모여들어들었다. 그리고는 펠리칸이 등장했다. 거대한 V자 편대를 이루며 오고 또 왔다. 다음에 합류한 것은 청백 돌고래. 병모양의 큰 코가 특징인 돌고래들이 떼로 몰려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던 인근 주민들을 정말로 놀라게 한 것은 고래 떼였다. 200마리가 넘는 흑고래들이 나타나 물을 뿜어내고 해면 위로 뛰어오르고 꼬리만 물위로 내놓고 흔드는 묘기를 부렸다. 최근 어느 날은 19마리의 범고래들이 나타나서는 고래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몬터리 베이에서 고래 관광업을 하는 낸시 블랙은 승객들에게 고래 구경을 안내하면서 어디다 눈을 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해양생물학자인 그는 사방 어디를 보든 고래 천지라며 놀라워한다.
몬터리를 중심으로 한 캘리포니아 인근 해안이 고래와 돌고래, 바다사자들의 보금자리가 된 지는 거의 3개월이 되었다. 해양생물학자들도 이렇게 바다 동물들이 몰려든 것은 기억에 없는 일이라며 마치 아프리카에서 영양 떼들이 지평선 가득히 끝없이 몰려드는 장관에 비교할 만하다고 한다.
흑고래와 펠리칸, 바다사자는 여름철이면 항상 몬터리 해안에 나타나곤 한다. 이곳이 먹이가 풍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동물이 이렇게 많이 모여든 적이 없을뿐더러 11월까지 머물고 있는 것도 이전에는 없던 일이었다.
“정말 이상한 해”라고 UC 산타크루즈의 해양과학 연구소의 연구담당 생물학자인 발도 마리노빅 박사는 말한다.
이들 동물을 불러들인 것은 뒤늦게 번성한 앤초비다. 앤초비의 양이 너무 엄청나서 이들 자잘한 물고기가 해면에 두터운 층을 이루며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바다사자, 바닷새들 그리고 흑고래(하루 평균 2톤의 물고기를 먹어 치운다)들이 아무리 먹어도 도무지 표가 나지 않을 정도이다. 지난달, 산타크루즈 항에서는 앤초비가 너무 많이 몰려들면서 산소 부족으로 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을 정도이다.
앤초비가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난 원인은 분명치 않다. 마리노빅 박사는 지난 5~6년 동안 앤초비가 비정상적으로 적었던 점을 주목한다. 한편 앤초비가 번성할 때는 시기적으로 보통 봄과 초여름이다. 그런데 왜 올해 그리고 늦가을에 갑자기 앤초비가 많아졌는 지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를 포함한 해양 과학자들은 몇 가지 요인들이 합쳐진 때문으로 추측한다. 평년보다 온화한 가을 날씨, 한류의 강한 상승, 만의 수온의 순환 등이 합쳐지면서 이변이 생겼다는 것이다.
앤초비가 특별히 몬터리 만 해안에 모여든 이유는 물이 좀 더 따뜻하기 때문으로 보이며 산란된 알들은 빨리 부화할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앤초비를 먹이로 하는 모든 동물들은 지금 향연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해양동물들이 몰려들자 특히 신이 난 것은 고래 관광업체들과 고래구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몬터리 만 고래 관광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블랙에 의하면 평년의 경우 관광선 승객들은 고래를 한 두 마리 보고 고래가 물 위로 뛰어오르는 장면을 한번 쯤 보면 운이 좋은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주 고래 관광선 승객들이 바다 한가운데로 나갔을 때 고래 60여 마리가 있었고 고래가 물 위로 떠오르는 장면은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을 정도였다.
한번은 고래 두 마리가 동시에 물위로 뛰어 올라 마치 올림픽의 싱크로나이즈 수영을 보는 것 같은 장관을 연출했다.
지난 1986년부터 고래를 연구해온 블랙은 흑고래들이 수천의 바다사자들과 협동해서 먹이를 먹는다는 사실을 올해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말한다. 바다사자들은 한꺼번에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 몇 분 후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때 앤초비 떼를 한 곳으로 몰아 단단한 공처럼 만들면 고래가 그걸 먹어치우는 것이다. 고래는 한입에 수백마리를 꿀꺽 삼켜버린다.
흑고래는 성년의 수컷의 경우 길이 45~50 피트, 몸무게는 피트 당 1톤에 달하는 거대한 동물이다. 워낙 먹이가 풍성하다 보니 이들 흑고래가 여유롭게 노는 시간을 다 가질 수가 있다.
캘리포니안 연안의 흑고래 숫자는 한때 급속히 감소되었다가 포획 금지 규정이 생기면서 다시 늘어나 현재 2,000마리 정도 된다.
평년 같으면 지금쯤 흑고래는 이미 수주 전에 멕시코를 향해 떠나고 펠리칸도 남쪽으로 날아갔을 것이었다. 그러나 앤초비가 여전히 넘치게 많다 보니 이들이 얼마나 더 여기 머물지 알 수가 없다. 12월을 여기서 다 보낼 수도 있고 당장 내일 떠날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이렇게 고래며 돌고래 바다사자 펠리칸이 끝없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라고 블랙은 말한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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