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장성택 처형은 인권위반”
▶ “매우 극단적이고 놀라워”...주변국 섣부른 행동 자제 당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유엔 본부에서 2013년을 마무리 짓는 기자회견을 열어 출입기자단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유엔>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6일 북한 지도부가 검증이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과 세계 인권 기준을 준수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반 총장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연말 기자회견을 열고 질의응답 순서에 앞선 기본발표를 통해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 처형 소식을 “북한에서의 최신 극적인 진척현황”이라고 지적하며 이 같이 주문했다. 반 총장은 또 “(북한 지도부는) 앞으로의 기간을 국제사회의 신뢰를 구축하는 일과 오랫동안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의 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활용해야 할 것”이라며 “나의 (유엔 사무총장) 직책을 동원한 원조의 준비가 돼 있다”고 제안했다.
반 총장은 장 부위원장 처형 이후 북한의 권력 균형이 바뀌어 그 어느 때 보다도 군부 세력이 강해졌다는 여러 보고와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개선 진척현황이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 권력 2인자였던 장성택의 처형을 둘러싸고 북한으로부터 나온 최근 보고는 매우 극단적이고 놀라운 것 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현재로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모든 관심국가들이 사태의 진척현황을 주의 깊고 조심스럽게 주시해야 하되 섣부른 행동을 취하지 말 것을 호소한다”며 “그로 인해(섣부른 행동) 한반도에서의 긴장이 높아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나 역시 사태를 매우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이와 동시에 나는 북한이 안전보장이사회의 모든 관련 결의들에 응할 것과 자국 국민의 생활여건 개선에 더욱 집중할 것과 국제 인권 기준을 준수할 것을 다시 한 번 더 강조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반 총장은 이외에도 “이번 사형(장 부위원장 처형)에 대해서는 나의 대변인이 이미 사형선고에 대해 발표한 바 있다”며 “유엔은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형선고를 가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매우 뚜렷한 입장을 갖고 있다. 이는 아주 근본적인 인권문제이다”고 말해 유엔이 북한의 장 부위원장 처형을 인권 위반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반 총장은 “나는 아직도 이번 사태를 매우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추가 사태들을 예상하기에는 약간 시기상조인 듯싶다”고 덧붙여 장 부위원장 처형을 시작으로 북한에서 지도급 고위 간부들의 처형이 잇따를 것을 전망한 일각의 분석을 조심스럽게 부정했다.
반 총장은 이날 회견에서 시리아 분규와 화학 무기, 중아프리카공화국 내전과 대량학살 위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이란의 핵 프로그램 등 2013년 한해 유엔을 바쁘게 한 주요 문제들에 대해 언급하며 “2014년은 사람들의 안전을 보호하고 기본인권과 복지를 보호하는 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외교적인 전기가 마련되도록 세계 지도자들이 도덕적, 정치적 책임감을 지는 해로 삼아줄 것”을 독려했다.
■기자의 눈/ 장성택과 이석기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이 12월12일에 진행되었다”며 “흉악한 정치적 야심가, 음모가이며 만고역적인 장성택을 혁명의 이름으로, 인민의 이름으로 준렬히 단죄규탄하면서 공화국형법 제60조에 따라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하였다”고 발표했다.그리고 “판결은 즉시에 집행되었다”고 전했다.
장성택은 김일성 주석의 외동딸인 김경희의 남편이자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매제이며 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부이다. 또 김정은에 이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사실상 북한 체제의 권력 서열 2위로 알려져 왔다.그런 그가 지난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도중 모든 직책에서 해임됨과 함께 칭호 박탈, 출당, 제명 처분을 받고 3명의 보안원에 의해 끌려 나간 뒤 불과 4일 만에 처형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이 주장한 죄명은 “적들과 사상적으로 동조하여 우리 공화국의 인민주권을 뒤집을 목적으로 감행한 국가전복음모행위”였다. 한국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적용한 내란음모 혐의와 유사한 죄상이다.하지만 장성택 사건과 이석기 사건이 닮은 점은 그 것이 전부이다. 오히려 극과 극의 차이다.
이석기는 검찰이 8월28일 의원회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이후 현재 20명이 넘는 변호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재판정에서 검찰과 석 달째 법리 공방을 벌이고 있다. 또 검찰 압수수색 이후 열흘 뒤 구속 수감될 때 까지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으며 소속 당과 단체, 측근들은 한국 정부를 향해 연일 시위와 독설을 뿜어대고 “이 동지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물론 재판이 끝나면 항소 기회도 보장돼 있다.
이에 반해 장성택은 당 회의 도중 끌려 나가 나흘 만에 진행된 하루 재판 끝에 즉시 처형된 뒤 다음날 체제 선전 매체를 통해 그 소식이 발표됐다.그 과정에서 장성택에게 자신을 변론할 기회가 주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사형 판결에 대한 항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 북한이 처형소식 발표와 함께 공개한 사진은 재판정에 끌려나온 장성택의 퍼렇게 멍들고 부어오른 눈두덩과 붉은 핏기로 거의 불구가 되다시피 한 양손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어 채포 후 재판 전까지 어떠한 형태의 "조사"를 받았는지 의혹의 여지가 없다.
한 국회의원의 인권이 ‘법적철차’(due process of law) 아래 철저하게 보호되고 있는 반면 체제 권력 2인자의 인권이 무참하게 짓밟힌 이들 사건의 극적인 차이는 발생한 곳이 각각 한국과 북한이기 때문이다. 세계 국가들의 연합 기구를 대표하는 유엔 수장이 북한의 장성택 처형을 인권위반으로 단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이 장성택 처형의 정당화를 아무리 선전한다 해도 국제사회는 이를 체제 유지를 위한 ‘윈도우 드레싱’(window dressing)으로 보고 속지 않는다.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보고서들과 북한 지도부의 반인륜범죄 여부를 조사 중인 유엔 북한조사위원회가 수차례 열은 공청회들을 통해 북한 체제의 잔혹함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총회는 이주 중 총회 제3위원회(인권)가 이미 표결 없이 채택한 북한인권결의를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따라서 인권을 안중에 두지 않는 북한 체제와 공포정치의 실상이 또다시 국제사회 심판에 부쳐진다.
장성택 처형 소식을 발표한 조선중앙통신은 같은 날 ‘해외동포들 도착’이라는 제목으로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 서거 2돌 추모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김칠성 제1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국제고려인통일연합회대표단과 리채선 재로조선공민중앙협회 부회장이 13일 평양에 도착하였다"며 "이에 앞서 로길남 재미동포인터네트신문 ‘민족통신’ 대표가 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 세습을 떠받친 1등 공신의 인권을 체제 유지를 위해 순식간에 무참히 짓뭉개버린 한편 굶주리는 국민을 먹이기 위해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을 구걸해야 하는 처지를 무시하고 거액을 들여 그 같은 체제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대규모 행사를 벌인다는 얘기다.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억제된 북한인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국에서, 또 미국에 와서까지 그 같은 체제를 흠모하고 숭배하고 추종하는 종북자들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정답이 나오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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