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미(용커스 거주)
“안뇽…핫쎄요?” 등뒤에서 누군가 인사를 건넨다. 약간 어눌하면서 수줍음을 잔뜩 머금은 목소리. 반가운 마음에 얼른 뒤를 돌아보니 귀엽게 생긴 한 흑인소녀가 웃고 서있다.그곳이 어디인가? 한인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는 브롱스의 어느 샤핑몰. 그런 곳에서 서툰 한국말로 내게 인사를 건네는 소녀를 만난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제시카라고 했다. 어리둥절한 내게 조심스레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말은 인사말 정도 밖에는 못하지만 한국가수와 한국드라마를 잘 안다고 한다.
다운받아 시청한 드라마에서 배운 몇몇 단어를 자랑스레 우물거린다. 이렇게 기특하고 대견할 수가…품에 꼬옥 안아주고 싶은 정도다. 이민 생활 30년이 가깝도록 어디에서 흑인소녀의 저렇듯 다정하고 수줍은 인사와 미소를 만난 적이 있었던가? 좋아하는 가수는 샤이니와 소녀시대란다.
샤이니는 누구지? 필자도 잘 모르는 가수들 이름과 드라마를 줄줄이 말한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신문과 매스미디어를 장식하던 ‘한류’의 힘이란 게 바로 이거였다. 잘은 모르지만 그 한류스타들을 배출한 한국의 유명프로덕션 빌딩 앞에는 국적을 불문하고 많은 어린 청소년들이 밤낮 없이 진을 치고 있다던가? 외국인들은 그 부모조차 함께 말이다.
사실 싸이의 노래가 빌보드차트를 장식하고 미국의 주류공중파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유명 연예인들이 그의 춤을 따라 추고 할 때에조차 그저 거참 신통하네 정도였는데…
대만이나 베트남을 비롯해 많은 동남아국가를 넘어 유럽에도 한국의 드라마가 수출된다는 소식은 신문지상에서도 심심찮게 접하기는 했다. 그러나 뉴욕 땅 , 느닷없는 장소에서 그 한류에 동화되어 버린 이국 소녀를 만난 기분은 참으로 묘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뭔가 신이 나고 기분 좋은 느낌이 한 동안 나를 들뜨게 해주었다. 이 작은 사건을 계기로 문득 내가 나고 자란 대한민국을 다시금 절실한 마음으로
되새겨보게 되었다.
저 지구 동쪽 끝자락에 자리한 아주 작은 나라. 오래전부터 지정학적 이유로 주변의 강대국으로부터 숱한 침략을 받았으며 심지어는 이웃의 섬나라 일본의 식민지로까지도 살아 냈던 그 나라, 자원도 변변찮은데 그나마 남과 북으로 반동강이 나있는 내 조국, 비록 정치적으론 아직 미숙해서 눈살 찌뿌려지는 소식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대단한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나라.
UN사무총장을 배출하고 명망 높은 미국대학의 총장도 키워낸 나라,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우리의 영화와 감독이 인정을 받아 수상하고 늘 이슈가 되는 나라.
그 작은 나라에서 생산된 가전제품이 웬만한 미국의 관공서나 가정에는 거의 보급되어있다. 자동차와 전화기는 또 어떤가? 새삼스럽지만 참으로 놀랍고 자랑스럽다. 한류를 생각하다가 나는 오늘에야 진정한 애국자가 된 느낌이다. 대한민국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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