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에 비해 최고 40% 껑충 뛰어올라
▶ 코코아 수요 증가에 비해 공급 달려 수확량 줄고 초컬릿 입맛 바뀐 탓
제네바의 파스코에트 초컬릿사에서 초컬릿 제조전문가가 초컬릿들에 마지막 장식을 하고 있다. 초컬릿 가격이 상승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40% 이상 비싸졌다.
연말 인기선물 중의 하나인 초컬릿이 올해 많이 비싸졌다. 지역에 따라서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가격이 40% 이상 오른 곳도 있다. 아이보리코스트 같은 코코아 산출국의 수확량이 줄어든 데다 세계인들의 초컬릿 입맛이 달라진 것이 원인이다. 밀크 초컬릿을 좋아하던 사람들이 코코아가 많이 들어가는 다크 초컬릿을 점점 선호하면서 코코아가 공급량이 달리는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 카루지 지역의 파스코에트 초컬릿제조사. 고급 초컬릿으로 유명한 이 공장은 크리스마스 대목을 맞아 밀려든 주문량을 채우느라 전 직원이 정신없이 바빴다. 초컬릿 제조전문가들이 섬세하게 초컬릿을 만들어내면 다른 직원들이 조심스럽게 상자에 담아내는 작업이 한없이 이어졌다. 20개 한 박스의 가격은 29 스위스 프랑, 달러로는 32달러에 달하는 고가의 제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초컬릿은 파스코에트 초컬릿사가 직접 운영하는 작은 상점들로 우선 나간다. 제네바에 3개 상점이 있고 모로코에 상점 하나가 있다. 아울러 달라스와 도쿄 등 전 세계의 고급 손님들에게로 팔린다. 거의 40%는 고급스런 상자에 담겨서 롤스로이스 같은 호화 기업의 회사 선물로 나간다.
이 공장을 운영하는 필리프 파스코에트 사장은 놀랄 만큼 다양한 맛의 초컬릿을 만들어 낸다. 파란 사과 카라멜에서부터 패션 푸룻까지 종류가 엄청나다. 시가 맛 나는 초컬릿도 있을 정도이다. 하바나의 시가를 잘게 다진 것에 크림을 뿌려서 만드는 것이다.
시가 맛 초컬릿은 식사 코스의 맥락에 맞게 먹어야 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좋은 음식에 코냑이나 아르마냑 혹은 양질의 위스키 등 독주를 곁들인 식사를 마친 후 마지막 코스로 먹으면 좋을 것이라고 그는 조언한다.
초컬릿 제조업은 큰 사업이다. 지난 해 스위스에서만 4,000여개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16억 스위스 프랑의 수익을 올렸다. 이중 거의 절반은 수출을 한다. 이 숫자는 네슬레 같은 대기업들만 계산에 넣은 것으로 파스코에트 같은 소규모 장인 초컬릿 공장들은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시장 분석가들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초컬릿 욕심을 채우기에 공급이 달리고 있다. 코코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격이 상승될 조짐을 보이자 투자가들이 코코아로 몰려들고 있다.
“생산이 늘지를 않고 있어요. 최소한 수요만큼 빠르게 늘지는 않지요. 그게 바로 가격 인상 조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프랑크푸르트 소재 코머즈방크의 애널리스트인 마카엘라 컬의 말이다. 시장의 수요 공급 불균형으로 코코아 가격은 지난 봄 최저치에서 40%가 뛰어 올랐다고 그는 말한다.
초컬릿 가격이 올라가는 원인은 코코아 수확량 외에도 몇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입맛의 변화이다. 다크 초컬릿이 인기를 끌면서 코코아 사용량이 늘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 코코아 기구에 의하면 일반적 초컬릿 바에서 코코아 함량은 1/10 정도이다. 그런데 다크 초컬릿의 경우는 코코아 함량이 8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도 초컬릿 가격은 계속 오름세이다. 지난 2012년부터 45%가 올라 파운드 당 5달러75센트가 되었다. 영국에서는 초컬릿 바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25%가 올랐다.
제네바에서 북동쪽으로 80마일 지점에는 네슬레의 고급 브랜드인 매종 카이에 공장이 있다. 1819년 창업된 카이예는 1929년 네슬레에 합병되었다. 이 공장에서는 모든 것을 직접 한다. 카카오 콩을 굽는 작업부터 초컬릿에 들어가는 우유 공급까지 직접 한다. 우유는 인근의 자사 목장 젖소에서 직접 공급받는다.
연간 생산량을 보면 파스코에트 같은 소규모 장인 제조사와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카이예 공장에서 매일 구워내는 카카오 양은 20톤. 파스코에트가 1년간 판매하는 초컬릿 양보다 많은 규모이다.
공장 규모는 이렇게 차이가 나지만 코코아가 필요하다 점에서는 큰 회사나 작은 공장이나 같다. 코코아는 적도를 따라 가늘게 이어지는 지역에서 생산된다. 대부분 가난한 나라들로 아이보리코스트, 가나, 인도네시아가 대표적이다.
세계적 코코아 부족 현상은 아이보리코스트의 수확량이 떨어진 것이 한 원인이다. 투자가 불충분하고 비가 잘 오지 않은 탓이었다. 네슬레의 경우는 다른 작은 초컬릿 제조사들에 비해 향후 코코아 확보에 대한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고급 초컬릿뿐 아니라 크런치, 킷캣 등 대중적 초컬릿을 대량생산하는 네슬레는 세계 최고의 코코아 소비 기업이다.
네슬레의 총무담당 수석부사장인 호세 로페즈는 시장이 가격 인상 기법으로 코코아 부족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코코아 가격이 올라가면 고무나무나 야자유 나무를 재배하려던 농부들이 코코아로 돌아설 것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맞다 싶으면 사람들이 코코아 재배를 계속 하게 될 것이고 그 자녀들이 가업을 잇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네슬레는 아이보리코스트 같은 나라에서 코코아를 충분히 공급받기 위한 대책으로 대대적 ‘코코아 플랜’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농부들에게 수확량 증대 기법들을 교육하고, 수확량이 많고 질병에 잘 견디는 품종을 대량으로 공급하고 있다.
코코아 산출국에 대한 투자 확대 등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면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한 가지 걱정되는 문제는 지구온난화이다. 지구온난화로 작물이 자랄 시즌에 가뭄이 들면 작황이 나빠지면서 코코아 공급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는 벨기에, 아이스랜드와 함께 세계에서 초컬릿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이다. 연간 1인당 코코아 소비량은 거의 6Kg(13 파운드)이다. 미국은 그보다 훨씬 적어서 2.5Kg 정도.
서구에서는 초컬릿 소비량이 서서히 증가하는 데 반해 중국 등 뜨는 시장에서는 붐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의 13억 인구가 현재 소비하는 코코아 양은 1인당 연평균 44g 정도. 하지만 도시의 신흥부유층을 중심으로 초컬릿의 인기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몇 년 내에 중국, 브라질, 인도의 초컬릿 수요는 최소한 10% 증가할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보고 있다. 이들 국가의 초컬릿 소비량이 서구 수준에 근접하게 되면 초컬릿 품귀 현상은 불을 보듯 뻔하다. 파스코에트 같은 고급 초컬릿 가격은 더 뛰어 오를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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