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외된 여성들의 친정엄마... “힘 닿는데까지 보듬을 것”
무지개의 집 설립 21주년을 맞은 2014년 방은숙 이사장은 큰 결정을 내렸다. 지난 2일 무지개의 집이 뉴욕가정상담소와의 통합을 선언한 것, 오는 7월까지 세부작업을 거쳐 하나의 단체로 가정폭력과 가난으로 힘들어하는 여성들을 돕게 된다. 학대받는 여성에게 삶의 터닝 포인트를 제공해온 무지개의 집 방은숙 이사장을 만나본다.
●갈 곳 없는 여성들의 친정집
1993년 5월 무지개의 집은 미군과 국제결혼한 한인여성을 위한 시설운영과 권익 향상, 활동을 목적으로 창립됐다. 현재는 한인여성은 물론 아시안 여성들에게까지 서비스를 확대 제공하여 성폭력, 가정폭력, 경제적 문제로 벼랑에 내몰린 여성들을 보호하고 자립능력을 키워주는 소중한 일을 하고 있다.
“16년 전 큰 딸이 의대에 들어가던 해 1년 쉬면서 무지개의 집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무지개의 집이 문닫을 위기에 처했다며 내게 도움을 청했다. 무지개의 집을 창립하고 한창 활동하던 인권운동가 여금현 목사가 운영이 어려워서 무지개의 집 활동을 접고 세인트 루이스로 이사갈 때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1,000달러를 시드머니로 은행구좌를 만들었는데 당시 최원태 목사를 비롯한 여러 목사님과 한인들이 도와주어 1년반~2년후에는 기금 10만달러가 모였다.”
2000년도에 무지개의 집이 다시 일어서며 사무실을 오픈하고 재활훈련, 아트 및 뮤직 테라피 등의 활동을 개시했고 2001년에는 플러싱 지역에 셸터를 마련했다. 이때 이사장인 그의 크레딧으로 집을 샀고 운영비가 모자라면 이것도 그의 몫이 되었다.
방은숙은 이사장이자 전문의로서 셸터에 3~6개월간 거주하는 여성들과 그들의 자녀를 진료, 치료하면서 고통 받는 여성들의 피폐해진 몸과 마음, 영혼을 위로 하는데 힘을 보탰다.
사무총장 김은경은 그들과 함께 먹고 자며 같이 울면서 마음을 나누었고 박동규 변호사는 신분관련 문제를 해결했다. 그레이스 지 미용실 원장은 자매들의 머리를 담당했고 뉴저지 베리스타 학원 김세원 이사, 염종원 이사 등이 적극 도와주었고 한인네일업체 ‘대싱 디바’는 20년간 후원금을 전달했다.
“2000년도를 우리는 제2공화국 시대라 부른다. 현재는 한인뿐 아니라 중국, 일본, 네팔까지 아시안 여성의 안식처이자 숨트일 공간이 되고 있다. 셸터에 와 있다가 늬우치는 남편과 다시 합쳐지기도 하지만 재활훈련을 받은 후 웨이트레스, 네일살롱, 홈케어 등의 직업을 얻어 자립해 나간다.”
“제일 흐뭇한 것이 소외되고 버림받고 힘들게 살던 자매님들이 치유와 위로를 받으면서 아, 이게 사랑이구나 하고 사랑받는 자의 기쁨은 느낄 때다. 남편의 구타와 언어폭력에 겁먹고 매사 방어적이던 성격이 재활훈련을 거쳐 성격이 명랑하게 바뀌면서 서로 안고 눈물을 흘리며 좋아할 때 가장 보람있다. 삶을 포기할 까하고 절망에 빠져있을 때 누군가 다가서서 손을 내밀어 주고 같이 손잡아 일어날 때 사람이 달라진다.”
폭력 피해여성들은 어두운 곳에서 나와 밝은 세계로, 먹고 자며 교통비를 지원받다가 전문가들의 실질적인 도움으로 생활의 안정을 찾아나간다.
●자립능력 쌓고 나가
무지개의 집을 거쳐 간 한 배 부른 임산부는 빈손으로 집을 나왔으나 병원 서비스는 물론 ID도 마련해주고 푸드 스탬프 등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게 모든 준비를 마쳐준 일도 있다. 그 여성은 무사히 아기를 낳고 무지개의 집에서 백일잔치까지 치렀고 한국의 친정어머니가 뉴욕에 와서 아기를 돌보기로 하고 본인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자립해 나갔다고 한다.
“남편의 주먹을 피해 집을 나왔는데 갈 곳이 없어하면 콜택시 운전사들이 우리 집으로 데리고 오기도 한다, 이곳을 거쳐간 수백명 여성들의 친정집이 되고있다.”
그러나 셸터가 되려면 60베드가 필요한 뉴욕시 규정상 하루 6명을 수용할 수 있는 무지개의 집 셸터 는 저소득층을 위한 봉제교실 등을 열어 정부의 그랜트를 받으므로 그 액수가 적다.
올 7월까지 가정상담소와 통합이 마무리되면 무지개의 집은 현재 운영 중인 셸터의 공식이름으로 남아 김은경 사무총장이 기존보다 기능이 강화된 셸터의 전반적인 운영을 맡게된다.
“지난 14년간 재정이 가장 힘들었다. 동포사회의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살림이 커지면서 일일밥집, 쉼이 있는 음악회, 사랑의 도시락 등 기금마련 행사도 열심히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상담도 활발해지고 셸터 여성을 위한 롱텀 케어 프로그램을 지닌 더 큰 우산이 필요했다. 가정폭력과 가난으로 힘들어하는 여성을 돕는다는 목적이 같다는 점에서 무지개의 집과 가정상담소의 통합은 아름다운 일이라 생각한다.
지난 1년간 준비를 해왔으며 가정상담소의 명칭아래 무지개의 집 셸터가 들어간다. 무지개의 집 직원은 물론 5명의 이사들도 모두 가정상담소의 새 이사로 합류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희망이자 버팀목 만들어 주기
방은숙은 1949년 9월 강원도 원주 출생으로 방희춘, 김순임씨의 3남3녀의 셋째로 태어나 한국전력에 다니던 아버지, 간호사인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한번도 집안에서 큰소리가 난 적이 없다. 부모님이 싸우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어 세상사람들이 다 그런 줄 알았다.
원주 개천에서 거머리 물려가며 고무신 신고 올챙이 잡던 기억, 홍릉에 살면서 산으로 들로 언니들과 뛰어다니며 놀던 기억, 그래서 내 아이들에도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 사랑을 주고자 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한 것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그저 든든한 울타리 노릇만 했다.”
“혼자 서려면 경제적 자립이 가장 중요한데 다행히 내게는 직업이 있었다. 자매님들은 홀로 서고싶어도 그렇지 못한 점이 안타까웠고 이곳에서 자립 능력을 키운 다음 나가는 것이 참으로 보기좋았다.”
돌보는 이 없이 버림받았던, 삶을 포기하려 했던 여성들은 셸터에서 한가족으로 지내며 차츰 사랑이 뭔지, 행복이 무엇인지 가슴으로 느끼며 재활하고 있는 것이다.
방은숙은 1974년 2월 이화여자 의과대학교를 졸업한 후 1974년 3월~1977년 11월 서울 국립 중앙의료원 피부과 레지던트를 수료했고 같은 의사와 결혼한 후 1977년 미국으로 이민, 뉴욕에 정착했다.
1979년 7월~1982년 6월 Bronx Lincoln Hospital 소아과 레지던트를 수료한 후 1983년 8월 우드사이드에 방은숙 소아과ㆍ피부과를 개업, 1985년 플러싱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2001년 무지개의 집 이사장으로 일할 무렵 남편과 이혼했고 현재 큰딸은 마운트 사이나이를 졸업한 후 LA에서 소아과 의사, 둘째딸은 하버드대 건축과를 졸업후 LA에 있고 셋째딸은 스탠포드 대학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필라델피아 병원에서 일하는 등 세 자녀 모두 훌륭하게 성장했다.
자신의 고통을 딛고 타고난 친절함으로 힘없는 여성을 위해 봉사해 온 그는 2012년 1월 뉴욕한인회 봉사상, 2012년 4월 CMP 아시안 자원봉사상을 수상했다.
방은숙은 플러싱에 살며 주중에는 소아과 피부과 전문의로서 환자를 돌보고 휴일인 수요일 하루는 조이풀 합창단에서 노래하고 요가를 하면서 자기개발을 한다.그는 2014년도에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을까.
“하루에도 몇 건씩 셸터를 찾는 한인들 문의전화가 온다. 무지개의 집을 찾는 여성들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데 힘 닿는데까지 도와왔다. 앞으로도 가정상담소 이사로서 봉사할 것이다. 한인사회가 함께 힘을 합쳐 가정폭력으로 두려움 속에 있던 분, 생활고에 시달리는 여성 등 타국 땅에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희망이자 버팀목을 만들어주기 바란다”는 방은숙, “매일 바쁘게 살면서 하나님께 감사하며 산다”는 그의 이야기가 참으로 솔직하여 감명깊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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