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에 사치품 선물, 대북제재 위반 처벌받나
▶ 미 상무부 허가 안받았으면 사법당국 처벌 대상
개인 경우 건당 최고 25만 달러 벌금.징역 10년
사치품 북한반입 금지한 안보리 결의도 위반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데니스 로드먼 전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가 최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부부에게 고가의 ‘사치품’(luxury goods)을 선물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의 조사는 물론 미국 사법당국의 수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데니스 헬핀 연구원은 지난 7일 미국 시사주간지 ‘더 위클리 스탠더드’(The Weekly Standard)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로드먼이 김정은과 부인 리설주에게 생일선물 형식으로 건네줄 1만 달러 이상의 사치품을 갖고 방북했다고 주장했다.
헬핀 연구원은 기고문에서 복수의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로드먼이 김정은에게 줄 ‘아일랜드산 제임슨’(Irish Jameson) 위스키 술, 유럽산 크리스털 용기, 이태리제 고급 양복과 리설주에게 줄 ‘영국산 멀버리’(English Mulberry) 손가방, 모피 코트, 이태리산 의류를 선물로 갖고 갔으며 이는 사치품의 북한 이전(transfer)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들을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8일 “체육교류를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있는 미국 NBA(전국롱구협회) 이전 선수들로 무어진 명수팀과 우리 홰불팀 선수들의 롱구경기가 8일 평양체육관에서 진행되었다”며 “우리 당과 인민의 최고령도자이신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께서 리설주동지와 함께 평양체육관에 도착하시였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데니스 로드맨은 경애하는 원수님을 다시 만나 뵙게 되어 정말 기쁘고 눈물이 난다고 하면서 이번 경기를 조직한 것은 존경하는 원수님의 탄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이라고 말하였다”며 “경애하는 원수님에 대한 다함없는 흠모의 마음을 담아 데니스 로드맨은 원수님께 지성어린 선물을 삼가 올리었다”고 밝혔다.
유엔 대북제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 10월9일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우려를 반영해 같은 해 10월14일 대북한 제재결의 1718호를 채택했다.안보리 결의 1718호는 북한의 핵실험 비난과 함께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 중지를 요구하는 포괄적인 제재 방안을 담고 있으며 그중에는 회원국들의 대북 사치품 거래 금지 조항이 포함돼 있다.
결의는 구체적으로 “모든 회원국들은 사치품들이 그 원산지를 불문하고 각국의 영토나 국민, 국적선, 항공기 등을 이용해 북한으로 직간접적으로 제공되거나, 판매, 이전되지 못하도록 막는다”고 규정했다.또 모든 회원국들이 결의가 채택된 이후 30일 이내에 대북한 제재 규정들을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취한 조치들을 안보리에 보고할 것을 촉구했다.
각 회원국이 제각기 통제할 ‘사치품목’을 자체적으로 정하도록 한 것이다.
안보리는 이외에도 북한의 2013년 2월12일 핵실험에 대해 같은 해 3월8일 대북 제재와 범위를 한층 강화한 새로운 결의 2094호를 채택했다. 안보리 결의 2094호는 특히 회원국들이 직간접적인 북한 이전을 막을 금수 대상 사치품 예시 목록을 지정하고 보석, 고급 자동차, 경주용 자동차, 요트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또 안보리의 효율적인 대북제재 이행을 위해 구성된 1718 위원회(대북제재위원회)는 2011년 12월5일과 2013년 6월25일 공고한 “회원국들을 위한 ‘금수 대상 사치품’ 관련 안보리 결의 조항 이행 지침서”에서 각 회원국이 ‘사치품’을 정하는데 있어 ‘메리암-웹스터 영어사전’(Merriam-Webster Dictionary)이 정의한 ‘사치’(luxuary)의 뜻을 참고토록 했다.
사전은 ‘사치’를 “습관적으로 호화로운 환경 또는 생활,” “호화로운 생활에 기여하는 비필수적 물품 또는 서비스,” “필수 이외의 장식 또는 편리,” “개인적 흡족이나 기분 좋은 경험의 수단 또는 원인” 등으로 정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제재
존 볼튼 전 주유엔 미국대사는 안보리가 1718호를 채택함에 따라 2006년 11월13일 유엔에 미국의 대북제재 이행보고서를 제출했다.볼튼 대사는 보고서에서 미국이 정한 ‘금수 대상 사치품’을 ▲담배와 담배 품목 ▲고급 시계, ▲의류와 패션 품목, ▲장식 품목, ▲장신구류 ▲보석과 귀금속, ▲전자제품, ▲교통(요트·고급 승용차·경주용 자동차·모터사이클) 수단, ▲오락(악기·스포츠 기구) 용품, ▲술(양주·와인·맥주) 등으로 신고했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대통령행정령과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 물품, 서비스와 기술의 직간접 미국 수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미국에서의 북한 수출과 재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재무부 규정에 따르면 북한 물품, 서비스와 기술의 미국 수입을 위해서는 사전에 반드시 재무부의 면허증(license)을 받아야 하며 상무부 규정은 북한 수출을 위해서는 식량과 의약품을 제외한 모든 물품, 서비스와 기술 이전에 앞서 반드시 수출행정규정(EAR)에 따른 상무부의 사전 면허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특히 수출행정규정 EAR 740.12는 미국인이 북한인에게 개인적인 차원에서 선물을 제공할 경우에도 시가가 총800 달러를 초과하거나 선물이 EAR 746 부록 1호에 명시된 ‘사치품’에 해당되면 반드시 상무부의 사전 수출 또는 재수출 면허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상무부 대북제재 규정위반은 개인의 경우 건당 최고 25만 달러 벌금과 징역 10년이 가능하며 회사는 건당 최고 100만 달러 또는 위반 수출품 가치의 5배 벌금 처벌이 가능하다,
재무부 대북제재 규정위반은 최고 100만 달러 벌금과 20년 실형 선고가 가능하다.
따라서 헬핀 연구원이 제기한 로드먼의 김정은 부부 사치품 생일선물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고 로드먼이 선물을 북한으로 가져가기 전에 미 상무부의 사전 수출 및 재수출 허가를 받지 않았다면 그가 미 사법 당국의 형사 또는 행정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법률적 근거이다.
또 만일 미국 사법당국이 로드먼을 대북제재 규정 위반으로 처벌할 경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미국에 보고서 제출을 요청해 로드먼에 대한 유엔 차원의 조치를 검토할 수 있는 동기가 된다.
이에 대해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9일 정례브리핑에서 “(위반 여부를) 살펴본 다음에 발표할 게 있으면 하겠다”고 말했으며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상무부 관리가 10일 로드먼의 사치품 선물이 미국법이나 유엔 제재를 위반하는가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식량과 특정 약품을 제외한 모든 미국 제품을 북한에 수출하거나 재수출하려면 허가증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해 관련 미 사법 당국의 후속 조치가 주목된다.
한편 김정은 북한 제1국방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하는 농구대회를 마치고 13일 뉴욕으로 돌아온 데니스 로드먼은 앞서 미국행 항공편 환승을 위해 베이징에 도착한 직후 미국 AP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다음 달 또 다시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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