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유층 대상 고급 전당업체들 성업
▶ 사치품 많지만 현금압박 받는 부자들 많아 다이아몬드, 롤렉스시계 맡기고 ‘급전’ 융통
전당업체 서튼스 & 로벗슨스의 제프리 와이스 사장.
맨해턴에 문을 여는 고급 전당업체 서튼스 & 로벗슨스 매장. 지난 금융위기 이후 부유층을 대상으로 물건을 저당잡고 돈을 빌려주는 전당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뉴욕 맨해턴의 이스트 사이드에 서튼스 & 로벗슨스라는 업체가 문을 연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최고급 상품들을 파는 백화점이나 경매장 같다.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 에메랄드로 반짝이는 목걸이들이 진열장을 채우고 왕궁에나 어울릴 법한 목제 식탁에 순은 칼과 포크, 스푼들이 놓여있다. 뒤편에 있는 비공개실에 가보면 더 크고 빛나는 보석들이 즐비하다. 이번 달 뉴욕에서 첫 매장을 여는 서튼스 & 로벗슨스는 백화점이 아니다. 고급 전당포이다.
서튼스 & 로벗슨스는 근 250년 역사를 가진 영국의 최고급 전당업체이다. 구질구질하고 음습한 전당포와는 분위기가 천양지차이다. “우리는 블루 칩 고객 즉 부유층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제프리 A. 와이스 사장은 말한다.
이 기업이 미국 진출을 결정한 것은 미국 부유층 가운데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출한도 이상으로 돈을 펑펑 쓰고 난 후 급하게 그리고 소리 소문 안나게 현금을 융통했으면 하는 부자들이 많은 것이다. 그 대가는 소장하고 있던 사치품들을 기꺼이, 최소한 잠정적으로, 없이 살아보는 경험이다.
“재산은 많은데 일시적으로 유동성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와이스 사장은 말한다.
“그들은 현금 압박을 받고 있고 우리는 1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갖고 있지요.”
고소득층을 겨냥한 전당업계에 서튼스 & 로벗슨스 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폰고우(Pawngo) 보로(Borro) 같은 웹사이트가 등장해 보석이나 시계 등 값비싼 물건들을 저당 잡고 돈을 빌려 준다. 저당 잡힐 물건들을 페덱스로 보내면 은행 구좌로 돈을 입금 시켜주는 것이다.
이후 등장한 얼트라폰(Ultrapawn)이나 I폰(iPawn) 등 사이트는 융자 규모가 더 크다. 호화 자동차나 보석들을 담보물로 잡는다. 1938년부터 가족경영을 해온 베벌리 힐스의 전당포, 베벌리 론 컴퍼니(Berverly Loan Company)는 맨해턴 다이아몬드 구역에 뉴욕 론 컴퍼니라는 이름으로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와이스 사장은 10개국에서 전당업과 첵캐싱 업을 하는 DFC 글로벌이라는 회사를 운영해서 돈을 모은 인물이다. DFC 글로벌은 미국에서 머니 마트와 첵캐싱 스토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크레딧 검사가 엄격해진 것이 자사가 뉴욕으로 진출하게 된 계기라고 그는 말한다. 지난 5~6년 동안 전통적 융자업체들은 대출을 꺼려왔다. 융자 받으려면 그만큼 절차가 까다로워 진 것이다.
하지만 뉴욕의 우리 업소에 오면 한두 시간 내에 자금을 융통해 갈 수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물론 수수료는 꽤 높다. 예를 들어 롤렉스 시계를 맡기고 몇 천 달러를 빌리면 온라인 전당포의 경우 연이자율 12%에서 60% 이상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실제 전당포에 가면 세자리 숫자의 이자가 붙기도 한다.
시카고 지역에서 집을 사서 수리해 파는 사업을 해온 마이크 월시는 이 정도 수수료를 기꺼이 감수한다. 지난 2008년까지 그는 은행에서 융자를 받곤 했다. 하지만 은행 융자 과정이 성가셔지고 주택 몇채에 대한 월 상환금을 갚지 못하게 되면서 그는 롤렉스 시계 두어개를 담보로 얼트라폰에서 융자를 받았다. 물건을 보내자 그 다음날로 돈이 도착했다.
처음 융자의 경우 이자는 월 5%, 최근 받은 융자는 월 3%, 즉 연 36%이다. 일반적 전당포에 가면 1만 달러 빌리는 데 월 1,800달러를 내야 한다. 그에 비하면 월 300달러는 상당히 괜찮은 것이다.
보로에는 45만 달러짜리 머세데스 맥래런이 담보로 나오기도 했다. 매달 이자 2.5%에서 4%로 19만 달러를 빌리려는 것이다.
보통 전당포에 물건을 잡히면 매달 이자를 물어야 한다. 물건을 되찾으려면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아야 한다. 이자를 못 내면 맡긴 물건을 압류 당할 수도 있다.
고급 전당업계는 부유층 고객들을 작은 기업처럼 본다. 기업이 운영이나 확장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면 기업 자산을 근거로 융자를 받듯이 부유층 고객들도 비슷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얼트라폰의 한 고객은 시카고와 플로리다, 마코 아일랜드에 집이 있고 두 군데 모두에 벤틀리 콘티넨탈 GT를 가지고 있다. 각각 25만 달러 가치의 이들 자동차 중 한 대를 그 고객은 저당 잡혔다. 마코 아일랜드의 집에 보트를 사기 위해서다. 다른 투자처에서 현금이 충분히 나올 테니 융자금 갚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그는 확신하고 있다.
그 외 고급 전당업체를 찾는 유형은 돈이 호화품들에 너무 많이 잠겨 있어서 당장 필요한 현금이 부족한 사람들. 아이들의 사립학교 등록금이나 이혼 절차에 필요한 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전당업체를 찾는다.
부유층 대상 전당업계는 이자가 상대적으로 낮고 상당히 큰 액수를 하루 이틀이면 융자해줄 수 있는 자금력이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계속 찾아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간에게는 내일이야 어찌 되든 오늘 쓰고 보려는 욕망이 있으니 비즈니스는 계속 번창할 것”이라고 보로를 창업한 폴 에이트켄 사장은 말한다.
“주머니에 돈이 있으면 사람들은 사치품들을 사고 싶어 하지요. 그러다 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그 사치품들로 돈을 마련해 다음 일을 도모하고 싶어 하지요.”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