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뷰 DC코믹스 공동발행인·만화가 짐 리
▶ “캐릭터 내 가족처럼 사랑, 새로운 ‘수퍼 히어로’ 등장, 팬들 사랑 듬뿍받았으면”
짐 리씨의 연필 데생으로 그려진 DC코믹스 작품들.
DC코믹스 공동발행인이자 만화가인 짐 리씨는 수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 등 수퍼 히어로들의 세상이 다시 찾아왔고 앞으로는 더 많은 수퍼 히어로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박상혁 기자>
DC코믹스 공동발행인인 한인 만화가 짐 리(50·한국명 이용철)씨를 찾은 것은 지난 16일 오후였다. 그의 사무실은 버뱅크에 있는 DC엔터테인먼트 빌딩에 있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오가는 만화(Comics) 세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공간. ‘맨 오브 스틸’ ‘수퍼맨’ 영화 속 의상 전시와 더불어 미래적인 꿈을 담은 인테리어가 우주 세계인가 싶다가도 벽면을 가득 채운 종이 만화책들을 만져보고서는 지금 서 있는 곳이 지구임을 깨닫게 한다. 수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그린랜턴, 아쿠아맨 등이 한꺼번에 등장한 만화 ‘저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의 모든 수퍼 히어로들이 회의실로 들어가는 입구의 벽면 전체를 장식하고 있고, 곳곳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디지털 만화는 스마트폰 세상에서 살고 있는 하이테크 시대 독자들의 변화를 반영한다. 다음은 DC코믹스 짐 리 공동발행인과의 일문일답. <하은선 기자>
-만화가의 길이 쉽지 않았을 텐데
▲만화가는 혼자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이다. 네 살부터 그림을 그렸고 학창 시절 내내 만화책을 사 모으고 만화 그리기를 즐겼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도 포기하지 못해 만화가의 길로 들어선 거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부모와의 마찰이었던 것 같다. 기대를 저버리지 못해 의사가 되려 했지만 내가 정하는 미래는 늘 달랐다. 대학 전공도 생물학이 아닌 심리학을 택했고. 부모님도 어렴풋이 알고 계셨던 것 같다. 결국 심한 말다툼을 하고 집을 뛰쳐나갔는데 막상 집을 나와 보니 갈 곳이 없었다. 다행히도 아버지가 따라 나왔고 한 발 양보하셨다. 그렇다고 허락을 받은 것은 아니다. 부모가 원하는 방향과 다른 길을 택할 때 허락을 기다리는 것은 포기나 마찬가지다.
-80년대 후반 만화가는 돈 버는 직업은 아니었다
▲부모 입장에선 만화 그려서 어떻게 먹고 살까 걱정됐을 것이다. 그러나 집을 나갈 만큼 만화를 하고 싶어 하는 아들의 열정을 존중해주셨다. 그래서 의대 진학을 미룬 1년 동안 뭔가를 보여드려야 했다. 만화가를 꿈꾸는 3명이 원 베드룸 아파트를 구해 아트 스튜디오를 차렸다. 3개의 책상을 두고 90달러를 투자해 구입한 팩스가 우리의 살 길이었다. 코믹북 컨벤션에 참가한 후 마블 코믹스로부터 1,760달러를 주겠으니 만화를 그려보겠냐는 제의를 받았을 때 어머니의 기뻐하던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지금은 어떤가. 2세 한인들의 롤 모델로 꼽힐 만큼 성공했는데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우리 가족(아내와 세 딸)은 모두 샌디에고에서 15분 거리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코믹콘에서 1시간 넘게 줄서서 기다렸다가 나를 만나곤 한다. 아들이 이렇게 유명해졌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고 자신은 몰랐던 만화 세계를 접하는 게 마냥 좋으신 거다. 내 입장에선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한다는 것이 즐겁다.
-딸들은 아버지가 만화가라고 좋아할 것 같다
▲ 글쎄… 우리 딸들은 아버지가 그리는 수퍼 히어로 코믹스보다 망가나 K팝을 더 좋아한다. 각 세대마다 열광하는 문화가 있지 않은가. 나도 현 세대가 좋아하는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들 덕분에 요즘 인기 있는 K팝 가수, 엑소의 ‘으르렁’도 알게 됐고 틴탑 노래도 들었다.
-프린스턴 대학 출신 만화가로 유명한데
▲프린스턴이 만화 그리기라는 예술적 면에 도움을 주진 않았다. 알다시피 현재 나는 2가지 업무를 하고 있다. 밤에는 혼자서 만화를 그리고 낮에는 DC코믹스 공동발행인의 업무를 한다. 발행인은 새로운 포맷이나 채널, 유통, 디지털 파트너, 컨텐츠 , 파트너십, 워너브라더스와의 협력 등 비즈니스 경영자이다. 이 같은 업무수행능력을 높이려면 대학에서 받은 교육이 토대가 되어야 한다. 대학 교육의 목표가 분석적 사고와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는 것 아닌가. 18~21세에는 다양한 책을 읽어 사고력을 키우고 사회에 진출해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하면 된다.
-DC코믹스 공동발행인이 하는 일은
▲DC코믹스가 매월 출판하는 76권의 만화책을 책임진다. 어떤 때는 90권 가까이 출판한다. 물론 만화에 대한 열정이 강한 직원들 덕분이다. 뉴욕에 150명, LA에 90명이 있는데 그 중 3분의 2가 출판을 위해 밤새워 일한다. DC코믹스 소속 만화가들은 좀 특이하다. 만화책의 주인공인 수퍼 히어로와 함께 성장해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족에 대한 사랑 같다. 지난해가 수퍼맨 탄생 75주년이었다. 알다시피 수퍼맨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수퍼맨을 그리려면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애정이 필수다.
-DC코믹스 만화가가 되고 싶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프로젝트마다 만화가의 역할이 다르고 팀웍이 중요하다. 와인과 푸드 페어링처럼 아티스트와 프로그램을 매치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내가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던 1987년은 수퍼 히어로의 인기가 높지 않았다. 지금은 수퍼 히어로가 영화 주인공이 되고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그들만이 살던 은밀한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 강해졌다. 초인적 능력과 인간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뇌에 빠진 수퍼 히어로가 나오기도 하고. DC코믹스만 봐도 배트맨, 수퍼맨 외에 수많은 수퍼 히어로 캐릭터가 존재한다. 앞으로는 새로운 수퍼 히어로의 세상이 될지 모른다. 그들만의 이야기를 담은 새로운 수퍼 히어로와 성장해나갈 수 있게 창의성과 다양성을 겸비하면 좋겠다.
# 짐 리는 누구인가
1964년 서울 태생. 한국명 이용철. 5세 때 오하이오주로 가족 이민을 왔고 세인트루이스, 미주리에서 자랐다. 아버지를 따라 의사가 되기 위해 프린스턴 대학에 진학했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의대 진학 준비를 하다가 졸업을 앞둔 1986년 어릴 적부터 키워오던 만화가의 꿈을 저버리지 못하고 미술 수업을 수강하며 만화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듬해 마블 코믹스에 입사했고 ‘수퍼맨’ ‘배트맨’ ‘엑스맨’ 등의 연필 데생작가(펜슬러)로 명성을 쌓았다. 1992년 마블 코믹스를 나와 이미지 코믹스를 공동 설립했고 자신의 회사인 ‘와일드스톰 프로덕션’을 통해 그만의 독창적인 만화 ‘와일드 캣츠’ ‘젠 13’ 등을 발표했다. 1998년 와일드 스톰 프로덕션을 DC코믹스에 매각한 후 만화 그리기에만 몰두하다가 2010년 DC코믹스의 공동발행인에 올랐다. 샌디에고에서 아내와 딸들과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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