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여 년을 한글교육에...한국학교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
한국에선 영어교사. 미국에선 주말한국학교 교사로서 평생 교육에 헌신해 온 이광호 한국학교 40년사 편찬위원장, 그는 한국학교에 관한 일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의욕과 정열이 넘친다. 그를 만나본다
●모국을 떠나 살아도...
재미한인학교 협의회 회보 제11권 2호(2003년 5월) 표지에 희귀하고도 의미있는 사진이 실렸다.1926년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한국학교( Korean Language School)라고 밑부분에 펜글씨로 쓰여있고 학생 20여명, 교사 3~4명이 함께 찍힌 고색창연한 흑백사진이다. 끈 달린 단화를 신은 단발머리 여학생들과 새하얀 셔츠에 넥타이까지 맨 어린 소년들의 얼굴이 해맑기 그지없다. 1903년 하와이 최초의 한인 이민이 시작된 후 겨우 13년이 된 해니 이때 벌써, 우리 선조들은 일제하의 조국을 잊지말라고 한글과 문화, 역사를 교육시켰던 것이다.
이 사진은 당시 재미한국학교 전국협의회 (NAKS) 총회장인 이광호가 찾아낸 사진으로 2003년 7월 하와이에서 열린 이민 100주년 기념 제21차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 예고 소식과 함께 실렸다.
작년 11월부터 현재 뉴욕 뉴저지 일원 한국학교 40년사를 집대성 하고 있는 이광호 편찬위원장, 그는 한국학교의 역사에 관한한 척척박사이다.“현재 선정된 각 한국학교에서 원고를 쓰고 있는 중이며 2월경 책이 나올 예정이다. 여러 학교의 사례를 통해 개교 준비요령과 어려움 극복 노하우, SAT 진행여부 등의 일종의 지침서다. 학교 건물의 렌트 여부, 학생 수와 교사 수, 교과서와 보조금 여부 등 학교 운영의 전반적인 것을 살펴보고 총13교를 선정했다. 현재 활성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40년 역사를 지닌 곳으로 뉴욕 9개교, 뉴저지 3개교, 커네티컷 1개교가 선정되었다.”
이광호외 편찬위원으로 퀸즈칼리지 민병갑 교수, 박종권 뉴욕한국학교 교감이 수시로 모여 책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재미한국학교 동북부협의회 주관, 뉴욕한국교육원이 후원하여 재외동포재단의 맞춤형 한글학교 지원사업을 통한 한국정부의 재정지원이 이뤄졌다.
최근 이 일로 바빠진 이광호는 미국거주 31년을 거의 한글교육에 바쳤는데 가장 보람있던 일로 1997년 SATII 제2외국어 과목 한국어 채택을 꼽는다.
“SATII 제2외국어 과목에 일본어가 1993년, 중국어가 1994년 채택됐다. 1996년 1월27일자 재미한인학교 동북부지역 협의회 회보에 일본어와 중국어 SAT문제를 번역하여 교사들에게 견본을 보여주면서 한국어모의시험 준비를 해왔다.”
1996년 칼리지보드를 방문해 ETS 관계자로부터 정보를 얻었고 맨하탄에서 ‘Item writing’웍샵을 개최하여 동북부 지역 한국학교 교사들에게 연수기회를 제공했다.
‘한국어 채택이 단순히 언어시험이 아닌 한인2세들의 정체성 확립과 다민족 사회 일원으로 살아가는 발판을 구축하는 일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다민족 언어에 자유로운 미국 언어정책에도 부합된다. “
드디어 1996년 4월 20일 SAT 한국어 제1회 모의고사가 출제되었다. 이렇게 차근차근 준비를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금이었다. “한국어가 채택되려면 SATII 측에 50만달러가 전달되어야 했다. 재미한인학교 전국협의회를 통해 성금을 걷고 교사들이 주머니돈도 내었다. 한국 삼성이 일시불로 50만달러를 기부해주었다. 교사들의 성금은 SAT진흥재단의 SAT 시험 출제비와 출제위원 숙박비로 쓰였다.”
그 결과 2013년 11월에는 제17회째 모의고사가 실시되었고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미 전국적으로 한국어를 제2외국어 필수로 채택한 학교가 60여개이고 3,000명의 학생들이 한국어 SAT 시험을 치른다. 1995년 한국어진흥재단 창립, 2007년 미동부에 한국어정규과목 채택추진회가 발족되고 2008년 럿거스대학에 단기한국어교사 양성과정이 개설되었다.”
럿거스에서 5명의 교사가 배출, 2011년 뉴저지 팰팍, 2012년 리지필드가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했다.
이광호는 1985년 에리자베스 한국학교 교사, 교감, 교장으로 일하며 1995년~1999년 6대,7대 재미한국학교동북부협의회 회장, 1996년~1998년 재미한국학교전국협의회(NAKS)부회장, 2002년~2004년 낙스 제11대 회장을 역임하며 하와이 호놀룰루 개최 연례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 협의회의 위상을 높였고 2007년 한국어정규과목추진회 공동회장, 2010년~2013년 재미한국학교협의회 이사장으로 일했다.
●100% 한국 말하는 가정
1946년 경북출생인 이광호는 1남5녀중 막내로 태어나 1964년 계명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 대구 대륜고등학교에서 70년부터 81년까지 영어교사로 일했다.
“영어교사로 일하던 1979년 대구문화방송과 경북교육위원회가 고향펀드장학회를 만들어 40세이하 영어교사 미국 연수기회를 제공했다. 2명을 뽑는 공개시험에 수석합격, 미국에 왔다.”
1979년 12월부터 1980년 12월까지 뉴저지 베일 딘 스쿨(Vai Dean School)에서 중고등 영어를 어떻게 가르치는 지 견학하고 한국식 시범 수업도 했다.
“1980년 6월 미국으로 전가족이 이민 와서 1985년 아내 조은숙과 함께 스태튼 아일랜드에 서양 그로서리를 오픈한 이래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광호는 1982년~1986년 몽클레어 스테이트 유니버시티에서 영문학, 교육상담학 석사를 받았고 엘리자베스 교회에 1985년 한국학교를 창립, 현재 교장이다.
당시 400~500명의 교인들은 남쪽에디슨, 메타친, 뉴브런스윅에 거주하며 뷰티서플라이, 세탁소, 델리 등 자영업자들이 많았고 교사 출신이 드물다 보니 자연 이광호는 한국말 성경을 가르치고 중고등학생 캠핑 지도교사도 했다.
아버지가 한국학교 교장이니 슬하의 세 자녀 모두 한국말을 안할 수가 없었다.
“집에서는 100% 한국말을 썼다. 아들이 연세 세브란스 어학당에 가니 말을 이렇게 잘 하는데 왜 여기 왔니 하고 물었다고 한다. 막내딸도 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했다. 배우자들이 한국인이고 한국말을 더 잘하니 미국에 살면서 웬 복인가 싶다.”
이광호와 부인 조은숙 슬하의 1남2녀 중 아들과 막내딸은 변호사, 큰딸은 병원 소셜워커로 훌륭히 성장했다.
그가 동북부협의회 회장으로 있으며 얼마나 의욕적으로 일했는지, 동중부협의회(필라델피아 지역)를 독립시키고 뉴욕 100개이상 한국학교 회원 중 30여개를 신규가입시켰다. 뉴욕주 버팔로 지역까지 매주 전화를 나니 자연 전화비가 수백달러가 나왔다. 입을 딱 벌린 아내가 “이 전화비 누가 다 주느냐?”그는 말했다. “이 돈, 우리가 내지, 우리 부자잖아.”
이광호는 이외에도 1991년~1993년 스태튼아일랜드 한인회 4대회장, 13대회장대행, 1998년~2001년 뉴저지 한인청소년센터 공동회장도 지내는 등 지역사회 관심도 잊지 않았다. 그는 편하게 잘 살 수도 있는데 왜 그리 한국어 교육에 열성을 다했을까.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교육이었다. 교육을 그만둔다는 것은 양심에 어긋난 일이었다. 초기 이민자들은 자녀들이 영어에 우선 숙달되어야 하므로 한국어에 소홀하기 쉽다. 한국말을 하면 정체성 이전에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득이 많다. 요즘은 한국의 위상이 높아져 주류사회 진출에도 모국어를 아는 것이 도움된다. 이젠 한국말을 아는 정도에서 고급 한국어와 존대말 등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
“현재 교회부설 한국학교가 95%다. 주일학교 교사나 교인인 엄마가 가르치지 말고 전문적인 교사가 가르치고 적정한 사례금도 주어야 한다. 좋은 스승, 재원을 잘 조달하는 자가 유능한 교장이다.” 그는 한국학교 운용에 관한한 확실한 소견을 거침없이 전달한다. 그의 말을 5분만 들으면 어느 학부형이든 주말에는 한국학교로 아이 손을 잡고 갈 것같다. <민병임 논설위원> <사진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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