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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봉이’냐 ‘쓰레기’냐의 선택에 ‘해태’의 반전을 기대했지만 결국 ‘쓰레기’로 끝난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속에 삼풍백화점이 등장 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그 날의 충격을 나는 잊을 수 없다. 다음날 치러질 기말 고사 시험을 준비하다가 도서관 TV에서 백화점 붕괴 사고를 봤다.
잠시 후, 백화점 바로 옆에 있는 모교 병원으로 밀려들어오는 환자들을 도와 달라는 교내 방송을 들었다. 주사도 못 놓는 간호학생인 주제에 당장 응급실로 뛰어갔다. 흙먼지 뒤집어쓰고 피범벅 되어 들어오는 환자들을 분류하는 걸 도왔다. 부모와 헤어진 어린애들을 달래면서 그 애들의 부모가 살아 있기를 발을 구르며 기도했었다.
삼풍백화점이 들어서기 전부터 그 동네를 잘 알고, 삼풍백화점에서 냉면을 사먹고 자주 군것질을 하던 나에겐 응급실에 들어오는 환자들이 내 친구일 수 있고, 지하 올리브 빵집의 식빵을 좋아하던 엄마가 생각나서, 이제 그만 학교로 돌아가도 된다는 말에도 쉽게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다시 도서관에 가서도 시험공부에 집중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음날 시험은 당연히 망쳤다. 나는 과 친구들이 모두 나처럼 삼풍백화점 사고 때문에 시험공부를 못했을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나와 몇몇 친구들만 제정신이 아니었지 대부분 전혀 요지부동으로 공부를 했었다.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런 대형사고 앞에서 침착하게 공부를 할 수 있는지.
그러다가 몇 달 뒤에 성수대교 붕괴사건이 터졌다. 잠수대교와 동작대교만을 이용하던 나에겐 성수대교가 서울에 존재하던 다리인 줄 그 때 알았고, 붕괴소식에 ‘아 붕괴되었구나. 사람이 죽었겠구나.’ 하고는 곧 내 할일을 했다. 하지만 성수대교를 매일 건너는 학과 친구들은 충격 속에 며칠 동안을 계속 그 이야기를 했다. 그때 알았다. 아무리 대형사고 라고 해도 나와 연관이 안 되면 강 건너 불이고, 아무리 작은 사고라 해도 나와 연관이 되면 내 일생을 뒤흔들어 놓는 태풍이 된다.
작년 한 해 한국에서 벌어진 끔직한 아동학대사건들, 대한민국을 뒤흔든 철도노조 파업사건, 여기저기 시작된 의료 민영화 건들을 미국에 살고 있는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로, 그냥 지나가는 사건으로 흘려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사건들은 이곳의 우리와도 연결이 된다. 미래의 대한민국과 연관이 된다.
나와 상관이 없다고 관심을 갖지 않으면, 내가 일생을 뒤집어 놓는 사건 앞에서 발을 구르고 있을 때 어느 누구도 내 손을 잡고 기운내자고 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응답하라 1994’에 동참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추억 되씹기가 아닌, 우리가 지금 잃어버린 인간의 향기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래서 2014년에 또 다시 사람다움과 투명하게 순전한 삶에 대한 열정을 공감하고 싶고, 20년 뒤엔 우리의 오늘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에 한번 귀를 기울여 보면서 ‘공감하라 2014’에 주연이 될 준비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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