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합동 군사훈련 중단할 것” 촉구
▶ “사소한 우발적 충돌도 전면전쟁으로 확대 가능성”
신선호(가운데) 유엔 북한대사가 24일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준비한 발표문을 낭독한 뒤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영성 참사, 신 대사, 김은철 2등 서기관.<사진=유엔>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신선호 주유엔 북한대표부 대사는 24일 한국과 미국이 연례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신 대사는 이날 오전 11시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소한 우발적인 충돌도 그 즉시 전면전쟁으로 번져 질 수 있는 것이 오늘의 조선반도현실이다”며 이 같이 주문했다. 그는 김영성 참사와 김은철 2등서기관을 대동하고 나타난 회견장에서 유엔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낭독한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이룩하려는 것은 우리 군대와 인민의 변함없는 립장’이라는 제목의 발언문을 통해 “이제 이 땅(한반도)에서 터지는 전쟁은 대국들에게는 어부지리를 주게 되고 우리 겨레에게는 민족의 공멸을 가져다주는 상상 밖의 재난으로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신 대사의 기자회견은 하루 전 북한대표부가 유엔에 공식 요청해 “2014년 1월16일 발표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중대제안과 관련한 유엔주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상임대표의 기자회견”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신 대사는 발언문에서 “이로부터 우리는 외세와 야합하여 동족을 겨누고 벌리는 모든 군사적인 적대행위들을 무조건 즉시 중지할 것을 다시금 제의하였다”며 “당면하여 남조선당국은 ‘년례적’이며 ‘방어적’이라는 미명하에 2월말부터 강행하려는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부터 중단하는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할 것이다”고 강조했다.그는 또 “미국과의 ‘합동’과 ‘협동’이 그처럼 버릴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면 그것을 조선반도의 령토와 령해, 령공을 멀리 벗어난 한적한 곳이나 미국에 건너가 벌려놓으라는 것이 우리의 립장이다”고 밝혔다.
신 대사는 이어 “우리는 사태가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로 번져지고 상상 밖의 재난이 초래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지금 미국과 남조선은 북남관계의 현 대결국면이 우리 때문인 것처럼 여론을 조작하고 그 무슨 ‘급변사태’와 있지도 않는 우리의 ‘도발’과 ‘위협’에 대하여 꾸며대면서 정세를 고의적으로 긴장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외에도 “해마다 핵전쟁장비들을 포함한 온갖 형태의 대량살륙무기들과 최첨단 륙해공군 살인장비들을 남조선에 집중전개한속에 벌어지는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들은 그 규모와 성격에 있어서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북침전쟁연습이며 핵전쟁연습이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과 남조선이 세계최대열점지역인 조선반도에서 이러한 성격의 군사연습을 또다시 벌려놓는 경우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파괴한 책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으며 평화와 발전에로 힘차게 전진하는 우리 인민과 국제사회의 응당한 규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신 대사는 앞서 지난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편지를 보내 북한 국방위원회의 1월16일 “중대제안” 발표문이 이사국들에 회람될 것을 공식 요청했으며 같은 날 안보리는 신 대사의 편지와 신 대사가 편지에 첨부한 북한 국방위원회 발표문을 일반 배포용 안보리 공식문건(S/2014/37)으로 채택해 회람시켰다.
한편 신 대사는 15분에 걸쳐 낭독한 발표문에서 ‘조국’과 ‘동족’, ‘겨레’, ‘민족’ 끼리라는 단어를 16번이나 사용해 기자회견이 국제사회가 아닌 대내와 대남 선전용이라는 의혹을 자아냈다. yishin@koreatimes.com
■기자의 눈/ 질문 꾸러미와 꾸러미 답변
“아니다. 나는 꾸러미(package)로 받겠다. 그 다음에 내가 당신들에게 답변을 주겠다.”신선호 주유엔 북한대표부 대사가 지난 24일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질의응답 순서에서 한 말이다.
신 대사는 당일 오전 11시 유엔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2014년 1월16일 발표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중대제안과 관련한 유엔주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상임대표의 기자회견 발언문’을 낭독했다.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이룩하려는 것은 우리 군대와 인민의 변함없는 립장’이라는 제목을 달은 이 발언문은 그가 또박또박 읽어 15분 분량이었다.
그런데 내용은 발언문 표지에 명시된 그대로 북한 국방위원회가 앞서 16일 북한 당국의 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미 발표한 것이었다.
따라서 참석 기자들은 신 대사로부터 질의응답 순서에서 새로운 내용을 얻어내려 했다.
신 대사의 발언문 낭독이 끝나자 곧바로 진행된 질의응답 순서에서 첫 질문 기회는 유엔 관습에 따라 유엔특파원협회(UNCA) 회장에게 주어졌다. 현 회장인 CBS 방송의 패말라 포크 기자는 북한 국방위원회의 제안에 대해 한국 국방부가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상기시킨 뒤 왜 지금 시점에서 북한의 제안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생각하는가를 물었다.
그는 또 신 대사의 발표 내용 중 “중대제안에는 외세를 배격하고 우리 민족끼리의 립장에서 나라의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을 앞당겨오려는...”이라는 대목을 지적하면서 외세 배격이란 북한이 6자회담 복귀에 관심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인가를 추가로 질문했다.
그러나 신 대사의 답변이 있기에 앞서 또 다른 기자가 나서 “지금 그 질문에 답변을 할 것인가 아니면 먼저 다른 질문들을 더 받을 것인가”를 묻자 신 대사가 질문을 “꾸러미로 받겠다”고 답한 것이다.
그에 따라 곧바로 던져진 두 번째 질문은 내달 실시될 예정인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진행돼도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것인가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박근혜 한국 대통령의 신년 전화통화와 관련, 이미 알려진 내용 이외에 신 대사가 추가로 알고 있는 것이 있는가를 물었다.
이어 또 다른 기자는 세 번째 질문에서 파나마에 억류 중인 화물선 청천강호 조사에 대한 북한 당국의 입장과 한국 통일부의 북한정보포털 웹사이트 개설 계획을 북한 국방위원회가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저해되는 요소로 생각하고 있는가를 떠보았다. 이들 질문을 ‘꾸러미’로 받은 신 대사는 먼저 “이 같이 중대한 문제들을 질문해 주어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치렀다.그리고는 “제기된 질문들을 모두 내가 설명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왼손으로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자신의 발표문을 가리킨 뒤 “그러나 내가 조언을 하건데 해답은 여기 나의 발표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그 다음에 만일 당신들이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다른 언론들을 자세히 읽어보면 답을 찾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신 대사는 이어 “(그러면) 당신들은 특히 이달 16일 발표된 국방위원회의 중대제안 관련을 비롯해 코리안(남북) 상황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을 모두 상세하게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한 뒤 “여러분의 관심에 감사하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끝냈다.
질문을 ‘꾸러미’로 받고 모든 질문들에 대한 답을 북한 당국 선전매체 발표들에서 찾아보라는 ‘꾸러미’ 답변을 한 것이다. 쉽게 말해서 기자들의 질문에 자신은 답변하지 않겠다는 답변이다. 결국 신 대사가 “아니다. 나는 꾸러미로 받겠다”고 한 말이 질의응답 순서에서의 첫 답변이자 유일한 답변이 된 셈이다. 북한 당국이 유엔에 파견한 특명 전권 대사가 기자회견을 자청하고도 기자들의 질문에 자유롭게 답변조차 하지 못하는 북한 체제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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