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경기 중 잠잠하던 대저택 매매 활기
▶ 융자 어려운 서민들 주택 구매는 여전히 저조, 부유층이 주택시장 주도하면서 고급주택 인기
넓이가 480평방피트나 되는 매스터 욕실.
버지니아, 리스버그에 새 집을 마련한 케이티와 조다단 슬립 부부. 6개 침실을 갖춘 이 집의 모델 하우스 기본가격은 85만달러였지만 다양한 옵션을 추가해 65만달러가 더 들어갔다.
주택시장이 회복세라고는 하지만 서민들의 주택 구매는 여전히 저조하다. 첫 주택 구입자들의 경우 돈을 모아 다운페이먼트 장만하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다 주택 융자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서 융자 받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고소득층은 점점 더 넓고 화려한 대저택들을 선호하면서 고급주택 시장이 불경기 이전 수준으로 활기를 띄고 있다.
워싱턴 D.C. 교외지역에 사는 케이티와 조나단 슬립 부부는 지난 23년 동안 이사 한번 가지 않고 침실 4개인 집에서 계속 살았다. 2년 전 케이티(57)가 은퇴하기로 결정하면서 부부는 새 집을 보러 다녔다. 그래서 정한 것이 기존의 집에서 40마일 떨어진 버지니아, 리즈버그의 저택이다. 주택개발 단지의 모델 하우스를 보고 내린 결정이다.
그런데 은퇴자들이 보통 집을 줄이는 데 반해 이들은 집을 더 늘리기로 했다. 평소 필요하다고 느낀 모든 것들을 갖출 기회로 삼은 것이다.
2012년 4월 슬립 부부가 선택한 모델하우스의 기본 가격은 85만달러였다. 부부는 여기에 여러 옵션들을 추가하느라 65만달러를 더 투자했다. 근 20년 전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한 케이티는 회사를 팔기로 결정하면서 집안에 갖추고 싶은 것들을 모두 추가했다. 지하실에 창문들을 설치하고 당구대를 놓았고, 미디어 룸, 바, 홈 오피스, 그리고 대학에 간 막내딸이 집에 와서 쓸 스위트도 추가했다.
그리고 1층에는 두 번째 매스터 베드룸을 들여놓았다. 더 나이 들어서 계단 오르내리기가 불편할 때를 대비한 것이다. 바닥을 더 고급스럽게 격상시키고 선 룸과 커다란 덱을 추가하고 대형 차량에 맞춰 차고 문을 아주 크게 만들었다. 그리고 집안의 조명과 온도, 총 14개 TV와 사운드 시스템은 모두 원격 조정 가능하게 했다.
침실 6개와 6개의 욕실 3개의 간이욕실을 갖춘 이 집의 건평은 지하실 합쳐서 9,000평방피트. 슬립 부부는 3에이커의 정원 조경에 25만달러를 더 배정했다. 케이티는 말한다.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며 어려운 시기를 거쳤어요. 이제 여기서 살게 되니 축복 받은 느낌이어서 자꾸 꼬집어보게 되지요.”
지난 불경기 이후 비싼 대저택 시장은 급속히 위축되었다. 2008년 7월 75만달러~100만달러 주택 매매건수는 전년도 7월에 비해 35.5% 줄어들었다고 전국 부동산중개인 협회는 밝힌다. 100만달러 이상 주택 판매는 31.4% 떨어졌다.
그런데 주택거품이 터지고 경기가 생각보다 느리게 회복되고 있지만 대저택에 대한 구매자들의 취향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잠시 주춤했을 뿐이었다. 2013년 7월 100만달러 이상 주택 판매는 전년도 7월에 비해 46.6% 증가했다.
신규주택을 보면 집이 클수록 인기가 있다. 시장에 나온 신규주택의 중간크기는 지난 2007년의 2,295평방피트가 최고치였다. 그리고는 2년 후 주택시장이 붕괴되고 나서는 2,159 평방피트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대저택이 다시 인기를 모으고 있다. 2012년 신규주택의 중간크기는 2,384평방피트로 2007년에 비해 더 커졌다. 그리고 신규주택 중 침실 4개 이상의 집이 41%나 된다. 지난 2009년에는 34%에 불과했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에 의하면 현재 주택 시장은 집을 늘리려는 구매자들, 돈많은 구매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고소득의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고 주식 포트폴리오가 탄탄한 사람들이 큰 저택들을 사는 추세라고 한다.
슬립 부부가 집을 산 고급주택 건설업체 톨 브라더스 같은 회사는 그래서 특히 성업 중이다. 지난 12월 이 회사의 4 분기 수익은 전년도 동기에 비해 65% 증가했다. 이 업체 주택의 평균 판매가격은 전년도 동기에 비해 21% 상승했다.
디자인 디렉터인 팀 게만에 의하면 요즘 가장 잘 팔리는 집은 부엌이 아주 크고 매스터 스위트가 최대한 넓은 집으로 불경기 이전과 비슷하다. 부엌과 매스터 스위트이 얼마나 넓은 가 그리고 구매자가 얼마나 돈을 쓸 수 있는가가 포인트라고 그는 말한다.
지난 몇 년 불경기 동안 톨 브라더스의 고객들은 옵션이나 업그레이드에 돈을 덜 썼다. 그런데 이제는 다시 돈을 풀기 시작했다. 2013년 이 업체 고객들은 모델 하우스로 나온 기본 가격보다 20.7%를 더 옵션에 썼다. 이전 최고치를 기록한 2007년의 경우보다 약간 더 많은 액수이고 2012년에 비해서는 2% 상승했다.
이 회사가 내놓는 옵션은 다양하다. 평수를 늘릴 수도 있고 새로운 공간을 추가할 수도 있다. 미디어 룸, 선룸, 하다못해 사돈용 스위트 등도 추가될 수 있다. 어떤 고객들은 소위 ‘지저분한 부엌’을 추가하기도 한다. 요즘은 넓고 산뜻한 부엌에서 가족들이 모여 앉아 담소하는 것이 유행이다. 그래서 원래 부엌 뒤편으로 안 보이는 곳에 조리 준비하며 지저분해지는 공간을 추가하는 것이다.
슬립 부부가 특히 좋아하는 공간은 흙투성이 방. 운동하고 돌아와 더러워진 옷과 신발들을 벗어 바로 세탁할 수 있고 샤워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세탁기와 건조기 그리고 옷장, 간이 욕실이 갖춰져 있다.
모기지 은행 협회에 의하면 부유층 구매자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점보 론 신청이 늘었다. 지난 2012년 8월부터 2013년 8월 사이 62만5,000~72만9,000달러 사이 융자 신청건수는 56.7% 상승했다. 72만9,000달러 이상 융자신청은 41% 상승했다.
그런가 하면 저렴한 서민층 주택 시장은 여전히 저조하다. 15만달러 이하 주택융자 신청은 같은 기간 0.6% 하락했다. 첫 주택을 장만하려는 구매자들은 우선 다운페이 마련이 어려운 데다 모기지 융자 승인받는 것이 여간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첫 주택 구매자들은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들이 많은 데 이들은 보통 학비융자 빚만 해도 상당해서 매달 쓸 수 있는 돈이 제한되어 있다. 다운페이를 마련하기 위해 돈을 저축할 형편도 못되고 수입 대비 부채 비율이 높아서 주택 융자 자격을 갖추지도 못한다.
반면 소득이 높고, 불경기 중에도 주택을 잘 지켜낸 사람들은 기존의 집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쉽게 은행 융자를 받을 수가 있다. 점보 론 즉 41만7,000달러 이상(뉴욕과 LA 같은 비싼 지역에서는 62만5,000달러 이상) 금액으로 패니매나 프레디 맥의 지원을 받지 않는 주택 융자는 패니와 프레디 지원 융자에 비해 이자율이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서민층 주택시장은 매기가 없고 부유층 주택 시장만 활기를 띄는 추세이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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