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미(용커스 거주)
연말이 가까워올 즈음이 되면 우리 부부는 연례행사처럼 따뜻한 남쪽지방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곤 한다. 성탄절이 끼어있는 한 주간만은 남쪽 어디를 가나 조금 한가롭고 예약이 없어도 숙박요금이 저렴하고 수많은 호텔들이 비어있기 때문에, ‘발길 닿는 대로 여행’을 하곤 한다. 운전해서 10시간 내외의 목적지라면 크게 부담스럽지 않으니 어디라도 상관없다.
지난 연말 여행도 구체적인 계획 없이 날짜만 정해놓고 있었는데, 출발 이틀 전 가까운 지인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가 목적지가 플로리다 쪽으로 기울었다. 그 곳이 운전하고 가기엔 무척 먼 곳이라 망설였지만 ‘일단 가보자’로 마음을 정했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은 중간 지점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틀 만에 도착했다.
도착한 이튿날 우연히 인근의 미국 장로교회의 촛불 예배에 참석하게 되었다. 휴양지라서인지 조부모를 따라 함께 온 몇몇 꼬마 성도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이 내게는 퍽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포인세티아로 아름답게 꾸며진 예배당 중앙으로 아이들이 쪼르르 몰려나와 서로 편안하게 앉았다. 주일학교 교사가 아이들에게 성탄절의 유래와 의미를 질문하고 아이들은 각기 자기생각으로 대답하고 있었다. 그 대답들이 얼마나 천진난만하고 재미난 지 보고 있는 내내 사랑스런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며칠 후에는 포트 마이어스에 있는 ‘Edison & Ford Winter Estates’를 방문했다. 1885년 처음 토마스 에디슨이 St. Augustine에서 보트를 타고와 부지를 매입하여, 1886년부터 건축되기 시작한 이 후 꽤 오랜 시간을 보수하고 증축하였다고 한다. 1914년 에디슨의 초대를 받아 방문했던 절친인 헨리 포드 역시 2년 뒤 그 곳에 별장과 함께 실험실과 전시관 등을 지었다고 하니, 두 사람의 깊은 우정이 느껴졌다.
그 후 하비 화이어스톤이 합류, 함께 식물연구소를 만들어 타이어를 위한 천연 고무 생산의 기치를 마련하였는데, 곳곳에 심어진 엄청난 두께의 뿌리와 가지가 잔뜩 뻗친 고무나무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고무나무 외에도 아름다운 난 종류와 수많은 식물들이 엄격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에 따라 관리 재배되고 있는 점 또한 놀라웠다. 에디슨의 사후 1947년, 미나 에디슨이 포트 마이어스 시에 단돈 1달러에 기증하여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일반에 공개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했다.
세기의 발명왕의 명성에 걸맞지 않다 싶을 정도로 간결한 구조와 소박한 치장이 의외였다. 왕성한 발명과 사업에 대한 욕망으로 인해 자녀들에게는 그리 자상한 아버지가 아니었다고 하지만 가족들을 위해 겨울별장을 짓고 함께 즐기고파 했던 따스한 아버지의 마음이 전해 옴을 느꼈다.
그렇게 즐겁고 뜻 깊었던 짧은 여행을 마치고 뉴욕으로 향하는 중에 만난 많은 여행객들이 북 동부의 한파를 피해 남쪽으로 내려가는데 우리는 뉴욕으로 가는 길이라 하니 다들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마치 왜? 라는 표정으로. 왜라니? 우리는 집으로 가는 길이니까요. 눈보라가 몰아치는 뉴욕이지만 우리에겐 포근한 내 집이 최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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