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 총장 “이산가족 상봉 예정대로 진행 환영”
▶ 소치 올림픽서 북한 김영남 위원장 30분이상 면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6일 러시아 소치를 방문해 올림픽 빌리지에서 출전선수들을 만나고 있다.<사진=유엔>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4일 한국과 북한이 판문점에서 두 차례 고위급회담을 갖고 이달 예정된 이산가족상봉을 차질 없이 진행키로 합의한 결과를 환영하면서 남북관계 개선 지원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반 총장의 대변인인 마틴 네서르키는 14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사무총장께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과 대한민국(ROK)이 사전계획대로 2월20일~25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상봉을 진행한다는 합의를 따뜻이 환영 한다”고 전했다.
또 “사무총장께서는 특히 그가 최근 소치 방문 당시 김영남 DPRK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산가족상봉과 같은 인도주의적 사안을 정치와 안보 사안들과 ‘분리’(decouple)하는 유연성을 보여줄 것을 권한 이후 합의가 이뤄진 점에 고무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무총장께서는 그동안 두개 코리아들(two Koreas) 사이의 긴장상태가 높았고 코리아 간(inter-Korean)의 관계는 너무도 오랫동안 뒤틀려있었다”며 “따라서 이번 중요한 진척은 올바른 방향을 향한 조치”라는 평가와 함께 “양측이 지속적인 고위급 접촉과 신뢰와 믿음을 쌓는 추가 조치들을 취해 ‘여세’(momentum)를 유지해 나가도록 장려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무총장께서는 코리아 간의 관계 개선은 물론 한반도 평화, 개발과 안정 조장에 기여하겠다는 당신의 강력한 의지를 재차 단언했다”고 강조했다. 네서르키 대변인은 앞서 지난 10일 유엔본부 정례브리핑에서 러시아 소치의 7일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반 총장이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반 총장이 김 위원장과 약 30분이 넘도록 대화를 나누면서 “이산가족상봉은 인도주의적인 사안으로 정치와는 분리돼야 한다며 (남북)합의대로 진행시킬 것을 권했다”고 밝힌바 있다.
북한은 지난 8일 돌연 한국에 고위급회담을 제안했으며 남북은 12일, 14일 두 차례에 걸쳐 판문점에서 만났다. 그리고 그들은 날짜일부가 겹치는 한미연합군사운동을 떠나 이산가족상봉을 사전합의대로 진행한다는데 합의했다.남북 이산가족상봉은 지난 달 북한의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위원장 김정은)가 내놓은 한반도 긴장완화 ‘중대 제안’의 진실성을 가늠하는 한 잣대로 주목을 받아왔다.
■ 기자의 눈/ 남북의 782명
한국과 북한이 합의한 금강산 이산가족상봉에 오는 20일 방북하는 한국인은 상봉 대상자 84명과 동반가족 61명 등 145명이다.그리고 그들과 만나는 북한 가족들은 모두 180명이다.또 23일 후반부 행사에 북한이 내놓는 상봉 대상자는 88명이며 그 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서 가는 가족은 372명이다.
남북의 782명 부모, 형제, 자식과 친척이 생사를 확인하고 잠시나마 서로를 손으로 만지면서 그동안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북한이 1950년 새벽 38선을 넘으며 일으킨 남북(6.25)전쟁 때문에 갈라진 이들은 지난 60여년을 연락조차 못하면서 서로를 그리워하는 삶을 살았다.오늘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비극이다. 국제연합 수장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반 총장이 이를 위해 그동안 물밑에서 조용히 바쁘게 움직였다는 사실이 최근 수면위로 드러났다. 반 총장의 대변인인 마틴 네서르키가 지난 10일 유엔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교도뉴스 특파원의 질문을 받고 러시아 소치의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반 총장이 그곳에서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난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그는 반 총장이 30분이 넘는 “매우 이례적이고 특이한” 만남에서 남북이산가족상봉, 유엔과 북한과의 관계 등을 논의했으며 기회를 틈타 김 위원장을 오는 9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정상회의’(Climate Summit)에 초청했다고 밝혔다.
특히 반 총장이 “인도주의적 사안인 이산가족상봉을 다른 정치적 문제들과 분리할 것을 권했다”고 강조했다.러시아 소치 개막식은 지난 7일 이었다,북한은 하루 뒤인 8일 돌연 한국에 고위급회담을 제안했고 한국의 수락으로 양측은 12일 판문점에서 만났다.남북고위급회담이 7년 만에 열린 것이다. 이는 그동안 닫혀있던 서로의 입장을 경청하고 확인하는 의미 깊은 자리가 됐다.
하지만 그곳에서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실시되는 동안 이산가족상봉을 진행할 수 없다는 기본원칙을 강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20일~25일 금강산에서 개최키로 사전합의 된 행사가 취소, 또는 파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또 북한이 유엔, 중국, 영국, 러시아 등에서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어 그처럼 홍보한 국방위원회의 “중대 제안”이 위장이라는 의혹이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네서르키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반 총장의 반응을 묻는 본보의 질문에 “아직 더 분석해 봐야한다”며 시간을 빌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이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이산가족상봉과 지역안보 문제를 분리할 것을 강조했다는 사실을 재차 상기시켜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은 다시 또 뜻밖에 한국에 접촉을 제안했다. 그리고 양측은 14일 만난 2차 회담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떠나 사전계획대로 이산가족상봉을 진행키로 합의했으며 반 총장이 그 결과를 “따뜻하게 환영”한 것이다.
유엔 인권위원회 산하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17일 “북한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반인도 범죄가 자행됐다”는 결론과 함께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범죄재판소(ICC)에 사건을 회부할 것을 권고하는 등 북한인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호책임’(R2P: Responsibility to People)을 촉구하는 최종 보고서를 내놓았다.
또 오는 20일에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1718 위원회’가 90일 정기 활동보고에서 “북한이 안보리결의를 전면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며 2012년 6월 북한 외교관들의 ‘우크라이나’(Ukraine) 미사일 기술 도입 시도 사건 등 구체적인 위반사례들을 증거로 제출하고 회원국들을 위한 ‘이행지원조침’(IAN: Implementation Assistance Notice) 마련을 비롯한 추가조치들을 권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한국은 지난 해 2월에 이어 오는 5월 또 다시 안보리 의장국을 수임하게 된다.국제사회의 압박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는 북한 체제에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반 총장이 최근 김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장시간 “유엔과 북한과의 관계”를 논의했다는 네서르키 대변인의 발표가 주목되는 대목이다.인도주의적 문제인 남북이산가족상봉의 차질 없는 진행을 주문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나온 얘기로 보인다.
통상 감춰지는 조용한 유엔 외교가 표면에 뚜렷하게 드러난 한 사례다.마음속 깊은 곳에 맴도는 한을 이번에 풀게 된 남북의 782명이 한국의 유엔 사무총장 배출을 진심으로 감사해야 하는 이유다.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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