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여자 피겨스케이팅은 충격을 남기고 끝났다. ‘퀸 연아’ 의 금빛 나는 결과가 확실해 보였는데 어디서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이 와서 금메달을 가져갔다. 실수 없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연아 대신 러시아의 ‘듣보잡’은 허우적거리는 연기와 흔들리는 착지를 하면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내가 피겨 스케이팅을 본 건 5학년 때였다. 그룹 피겨스케이팅 팀에 있던 친구가 논 위에 만들어진 비닐하우스 스케이트장에서 이리 저리 돌고 점프를 하는 걸 보면서 피겨스케이팅을 처음 접했다. 그 뒤 나의 피겨 사랑은 카타리타 비트가 마이클 잭슨 노래에 맞춰 펼친 공연을 보면서 이어졌다.
나름 피겨매니아가 되면서 예술 표현성은 공산주의 국가 선수들이, 기술은 서방국가 선수들이 더 낫다는 것도 알고, 그 두 가지를 다 잘하는 선수가 없음을 안타깝게 여기기도 했다. 항상 뭔가 10% 찜찜한 미셀콴, 빙판 위에 발레리나같이 우아했지만 기술적 실수가 있던 옥사나 바울의 아쉬웠던 모든 점을 시원하게 극복한 것이 우리의 김연아였다.
여왕 연아는 미셀콴의 실력, 옥사나 바울의 우아함, 카타리나 비트의 신선함을 다 가진 선수였다. 막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할 때, 스폰서가 없어서 일반석을 타고 해외 시합을 간다는 기사에, 좌석 업그레이드하라고 내 마일리지를 연아에게 주기 위해서 고민하기까지 했다. 다행히 연아의 완벽해져 가는 피겨연기에 빠진 팬클럽이 생기면서 연아는, 나만의 연아에서 세계인의 ‘연아 퀸’ 이 되었다. 나는 더 이상 연아의 안 맞는 신발, 몸 상태, 재정 등에 대해서 고민 할 필요 없이 그저 아름답고, 수준 높고, 편안하면서, 음악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으면 됐었다.
그저 ‘아름답고 우아하고’ 란 말밖에 못하는 내 자신이 싫을 정도의 흠 없이 물 흐르는 듯 한 연기가 허우적대고 콩콩 뛰어 다니는 다른 선수들과 동급으로 비교되고, 교과서적인 점프로 유명한 기술에서 점수를 깎이고 연아는 은메달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진정한 금메달은 누구 것임을. 이 순간부터 2014년 여자 피겨스케이팅 이야기가 나올 때 우리는 연아와 그리고 러시아의 ‘듣보잡’을 항상 비교할 것이다. 내가 한 것을 인정받지 못할 때, 그 분함과 원통함에 내가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동분서주 하는데, 연아는 담담했다. 아마 진정한 실력은 심판이 아닌, 나와 관객들이 아는 것임을 알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더 여왕에게 열광을 한다. 심판들과 ‘듭보잡’선수는 이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승리의 샴페인을 터트리겠지만, 전 세계 피겨인들은 여전히 ‘퀸 연아’를 진정한 승리자로 기억할 것이다. 내가 살아서 내 눈으로 연아를 볼 수 있었던 것, 게다가 같은 조국민으로 응원을 할 수 있게 해 줌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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