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은 국가원수 등극시점 “글쎄?”
▶ 유엔에 정확한 임명 날짜 통보안해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에 참석한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의전 연락실 기록에 공백 처리
193개 회원국 중 브루나이.북한 뿐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북한이 유엔에 김정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을 ‘국가 원수’(Head of State)로 신고했으나 그의 등극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유엔 193개 회원국 중 자국을 대표하는 ‘국가 원수’의 ‘임명 날짜’(Date of Appointment)를 유엔 사무국에 공식 통보하지 않은 국가는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남아시아 왕국 ‘브루나이 다루살람’(Brunei Darussalam)과 북한 2개국뿐이다.
유엔 사무국 의전·연락실(Protocol and Liaison Service)이 가장 최근인 지난 달 21일 ‘업데이트’(update)한 명단은 북한 ‘국가 원수’를 “김정은 각하”(His Excellency Mr. Kim Jong Un)로 기록하고 그의 공식 직책을 ‘조선노동당 제1비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수록했다.
또 ‘정부 수반’(Head of Government)으로는 박봉주 내각총리를, ‘외교 장관’(Minister for Foreign Affairs)으로는 박의춘 외무상을 명단에 올렸다.
의전·연락실은 그러나 박 ‘정부 수반’과 박 ‘외교 장관’의 ‘임명 날짜’를 2013년 4월1일, 2007년 5월8일로 각각 기재한 반면 김 ‘국가 원수’의 ‘임명 날짜’ 난은 공백으로 처리했다.
의전·연락실은 회원국들의 주유엔 대표부와 정부로부터 수시로 접수하는 공문에 의거해 각국의 ‘국가 원수’, ‘정부 수반’, ‘외교 장관’ 등 유엔과 관계하는 3개 주요직위 인물정보를 종합 정리한 명단을 관리하고 있다.
유엔이 회원국들에게 배포하는 ‘의전 소책자’(Manual of Protocol)는 “회원국과 비회원 옵서버(observer) 국가 대표부들은 의전·연락실을 통해 사무총장에게 자국 정부의 구성과 그에 대한 모든 변화를 통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이같이 제공되는 정보가 유엔과 회원국 정부와의 공식 교신의 토대가 됨을 강조하며 “대표부들이 (해당 신고 대상자의) 올바른 이름, 공식 직함과 직책의 효력 발생 날짜에 각별히 주의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따라서 유엔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김 최고사령관이 ‘국가 원수’ 직책을 수행하기 시작한 공식 날짜를 통보 받지 않아 명단에서 해당 난을 공백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유엔 관계자는 “유엔은 회원국 대표부 또는 정부로부터 접수하는 공문 내용에 따라 명단을 계속 업데이트(update) 하고 있다”며 “특정 국가를 지목해 얘기할 수는 없지만 어떤 경우에는 정확히 누가, 어떻게, 어느 시점에 ‘국가 원수’가 됐는지 그 자체가 내외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이 유엔에 김 최고사령관을 ‘국가 원수’로 신고하면서도 그의 등극 시점을 알리지 않은 것은 그가 국가를 공식 대표하기 시작한 날짜를 꼬집어 통보하기가 곤란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체제 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발표들에 따르면 2011년 12월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의 아들인 김정은은 2010년 9월 북한 당 대표자회의에서 조선노동당 제1비서로 추대됐다. 그 후 2011년 12월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관, 2012년 4월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북한의 헌법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을 보면 제6장(국가기구) 제2절(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 제100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령도자이다”라고 돼있다.
그러나 같은 법 제6장 제1절(최고인민회의) 제87조는 “최고인민회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주권기관이다”고 정하고 있다.
또 제6장 제4절(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18조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상임위원회사업을 조직 지도한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 헌법은 특히 “다른 나라와 맺은 조약을 비준 또는 폐기 한다”, “대사권을 행사한다”, “다른 나라 국회, 국제의회기구들과의 사업을 비롯한 대외사업을 한다” 등 북한의 대 유엔을 비롯한 양자·다자관계와 관련된 모든 대외사안들의 결정권한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자국 헌법에 따라 유엔에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아니라 1998년 9월5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10기 1차 회의에서 첫 선출된 뒤 2003년 재선, 2009년 3선을 거친 국가의 대표 김영남 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국가 원수’로 신고했어야 했다.
마틴 네서르키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이 지난 달 18일 유엔 정례브리핑에서 반 총장과 김 상임위원장의 러시아 소치 회동 사실을 발표하면서 김 상임위원장을 “본질적으로 국가 원수(essentially the Head of State)이며 국가 서열 2위(number 2 in the country)”라고 묘사한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반 총장은 소치 만남을 계기로 김 상임위원장을 오는 9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원국 ‘국가 원수’들, ‘정부 수반’들이 세계 상업, 금융, 시민사회 및 지방 지도자들과 함께 갖는 ‘2014 기후 정상회의’에 초청했다.
그러나 유엔은 회원국 ‘고관들’(dignitaries)의 공식 방문을 치밀한 사전준비와 각별한 예우로 영접하는 별도의 특별 의전을 ‘국가 원수’, ‘정부 수반’, 왕세자와 부통령들에게 국한하고 있어 김 상임위원장이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의전을 중시하는 유엔 사무국과 회원국들 사이에 그에게 어떠한 지위를 부여하는가의 여부를 놓고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2012년 7월18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와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17일에 발표한 결정은 다음과 같다”며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칭호를 수여할 것을 결정 한다”고 밝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국가 원수’로 정한 북한 헌법 자체가 집권체제에 의해 무시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yishin@koreatimes.com
술탄국왕 재임중 독립, 복잡한 역사적 배경
■‘평화의 나라’ 브루나이는?
유엔 ‘의전·연락실’은 브루나이 다루살람 ‘국가 원수’를 “술탄 하사날 볼키아 무이자딘 와다울라 국왕 각하”로 기록하고 북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의 ‘임명 날짜’를 공백으로 남겨두었다.
술탄(Sultan:이슬람교국 군주) 하사날 볼키아는 브루나이 왕국이 영국의 보호령일 당시인 1967년 아버지 오마르 알리 씨이푸딘 국왕으로부터 왕위를 이어받았다.
그러나 씨이푸딘 국왕은 퇴위 후 국방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스리베가완’(Seri Begawan: 위대한 현자)이란 칭호를 받는 국민적 추앙의 대상으로 1986년 사망할 때까지 막후에서 정치에 개입, 실제 술탄 위의 술탄으로 떠받쳐졌다.
더욱이 브루나이는 1984년 1월1일에서야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면서 잃었던 외교권을 되찾아 현 국왕인 술탄 하사날 볼키아가 언제부터 실제로 브루나이를 대표하는 ‘국가 원수’가 됐는지 해석이 분분한 매우 복잡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석유, 천연가스, 석탄이 경제 기반인 브루나이는 2012년 기준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5만4,000달러가 넘는 부국으로 술탄 하사날 볼키아는 국민을 위한 폭넓은 복지정책을 펼치는 국왕으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
‘브루나이 다루살람’이란 국호는 국어인 말레이어로 “평화의 나라”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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