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미(용커스 거주)
올겨울처럼 긴 추위와 간단없는 눈 폭풍이 덮쳤던 때가 언제였는지 3월이 왔건만 아직도 바깥풍경은 한겨울의 그것처럼 녹지 못한 눈 더미로 산을 이룬 곳이 적지 않다. 날씨도 이러한 때에 부음소식을 전해 들으면 왠지 마음이 더 짠해진다.
지난해 말 청천벽력 같았던 후배 남편의 교통 사고사 소식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는데 해를 넘기며 또 다른 부음이 이어 들린다. 지인의 시모님과 또 다른 지인의 친정어머니, 오래도록 혈액에 관련된 병마와 싸우다 결국 하늘의 부름을 받으신 분이 그들이다. 천수를 다하셨다는 분도 채 60세를 맞지 못하고 돌아가신 분도 남은 가족들에게 지워진 슬픔의 무게는 아마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세상장막을 벗고 본향으로 돌아간다 라든가 번뇌의 사슬을 끊는다든가 하는 종교적인 표현들은 남겨진 자들을 위한 위로의 의미만은 아니지 싶다.
몇 년 전에 참석했던 어떤 특별한 장례식이 떠오른다. 형식적인 엄숙한 장례 절차가 잠시 거행된 후, 특별한 의식이 이어졌다. 고인이 평소 즐겼다는 노래와 춤이 가족과 지인들에 의해 마치 한 바탕 축제처럼 펼쳐졌었다. 얼굴 가득 즐거운 미소와 주고받는 덕담이 흡사 고인이 우리 곁에 계신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그렇게 흥겨운 노래와 춤으로 고인의 가시는 길을 축복하는 장례식을 보며 미래에 있을 나의 장례식도 저런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아무튼 인상적이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한편 FM 라디오에서 레퀴엠이라도 흘러나올라 치면 괜스레 마음의 저 깊은 곳에서 무언가 차올라 숙연해지는 것은 거기에 분명 누군가의 죽음의 그림자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평균 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의학 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이젠 더 이상 고치지 못하는 병이 없다고 해도 언젠가 죽음을 맞는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난해 여름 친구로부터 모 종교기관에서 ‘죽음학교’ 강의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솔깃했던 적이 있었다. 결국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죽음’에 관해 좀 더 구체적이고 명료한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몇 해 전부터 한국에서도 이곳 뉴욕에서도 ‘유언장 작성’이 이슈가 되어 많은 이들이 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다.
부동산 같은 유형적인 재산이나 값어치가 높은 소유물에 대해 본인의 의사와 결정을 미리 문서화 해놓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부지불식간에 찾아 올 사고나 병마, 천재지변에 대비해서 남은 가족에게 고통을 주지 않을 목적으로 미리 준비해 놓는 ‘유언’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뇌일혈로 혼수상태가 된 분이 계셨다. 평생을 의료계에 종사하시며 적지 않은 재산을 모으셨는데 말씀 한 마디 못하는 상황이 되니 자녀들이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탓에 고인이 된 후 엄청난 비용을 국가 기관에 납부하느라 변호사를 사용했다가 약점을 쥔 변호사의 추태로 그 와의 송사에까지 휘말리고…일각에선 남긴 재산이 많으니 그 정도는 법대로 국가에 납부를 하는 것이 옳다고 하는 여론도 있었지만, 그 분이 평생 입을 것 안 입고 쓸 것 안 쓰고 자식들을 위해 바쳤을 그 힘든 인생 여정을 생각하면 가족들 입장에선 그리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거란 이해가 생기기도 한다.그래서 아직 건강할 때에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주변에서 가장 흔히 나누는 얘기가 마지막 순간 연명을 위한 산소호흡기 제거에 관한 것과 장기기증에 대한 문제인 것 같다. 지금 젊다고 건강하다고 남의 일처럼 제쳐둘 일이 아니라는 거다. 그 것이 후에 남은 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열심히 살았으니 어느 날 그날이 임할지라도 경쾌하고 산뜻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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