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에 불길이 칫소아 오르고 있는 가운데 소방관들이 긴급 진화작업에 나서고 있다.
“‘꽝’하는 엄청난 굉음 소리에 폭탄 테러가 발생한 줄 알았습니다.”
12일 출근 시간대 맨하탄 이스트 할렘 파크애비뉴에서 발생한 빌딩 폭발·붕괴 사고는 이 지역 주변 한인 상인들을 2001년 9.11테러 사태의 악몽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순식간에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번 사건이 테러가 아닌 가스누출에 의한 폭발 사고라는 소식에 일단 안도는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상자가 속출하자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사고현장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의 뷰티서플리업소에서 일하던 김도은 씨는 “순간 폭탄이 떨어진 줄 알았다”며 “무슨 큰 일이 발생한 건 아닌가 하며 직원들이 모두 놀라 어리둥절하는 사이 바깥으로 뛰쳐 나가보니 큰 화염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며 당시 긴박한 순간을 전했다.
116가와 3애비뉴 교차지점에서 뷰티서블라이 점포를 운영 중인 박정석 씨도 “사고 직전까지 주차를 위해 사고 지점을 몇차례 오갔는데 하마터면 변을 당할 뻔 했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박씨는 “파킹 자리를 찾던 중 군대에서 폭발물(크레이머) 터뜨릴 때처럼 큰 소리가 났다”며 “차가 흔들린 건 물론이고 엄청난 충격파를 온몸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이스트할렘 소재 PS57 교사로 재직 중인 김은주 교사 역시 폭발음에 수업을 중단해야 했던 상황을 전했다. 김 교사는 “사고 현장과 두 블록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소리가 엄청났다”면서 이후 자녀의 안전을 염려한 학부모들의 문의가 빗발쳐 사실상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페니쉬 할렘’이라고 불릴 정도로 히스패닉계 주민이 많은 맨하탄 116가 일대(3애비뉴~매디슨 애비뉴)는 125가와 함께 한인상점이 몰려있는 할렘의 대표 상권으로 꼽히는 지역. 실제로 사고현장을 중심으로 2블록 이내에는 뷰티서플라이 업소 2곳을 비롯 드라이클리닝 3곳, 약국, 신발 가게, 런드로맷, 리커 스토어 등 한인 비즈니스가 10여개가 운영되고 있다. 다행히 붕괴 사고가 발생한 파크애비뉴와 116기 교차지점에 한인 비즈니스가 없어 직접적인 화는 면할 수 있었다는 게 한인 상인들의 전언이다.
인근에 있는 시립 노인 아파트에 거주하는 일부 한인들 역시 모두 소재가 파악된 상태다. 그러나 이날 경찰이 사건발생 직후 현장에 폴리스라인을 설치, 교통 통행을 차단하면서 일부 한인 업소들은 일터에 들어가지 못하는 등 막대한 영업피해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실제로 사고현장에서 1블록도 안 떨어진 116가 선상에서 30여년째 운영 중인 약국 레이솔과 건너편에 위치한 크리스탈 런드로맷은 통행이 금지돼 하루종일 셔터가 내려졌으며, 1블록 가량 떨어져 있는 ‘뷰티 토탈서플라이’업소와 신발가게 ‘캐주얼 타운’도 경찰만이 지나갈 수 있는 좁은 통로만 나있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괜찮냐? 한국친지들 안부전화 쇄도
빌딩 폭발·붕괴 사고가 일어난 11일 오전 뉴욕일원 한인들은 때 아닌 안부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한국의 뉴스매체들이 이번 소식을 속보형식으로 보도하면서 ‘뉴욕 대형건물 폭발’이라는 짧은 문구만을 내보냈고, 이에 한국에 있는 친지 등이 이번 사건을 ‘제2의 911테러’로 받아들이면서 벌어진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퀸즈 베이사이드에 거주하는 브라이언 이씨는 오히려 한국의 친지로부터 ‘괜찮냐’는 전화를 받은 후에야 이스트 할렘에서 벌어진 주거용 빌딩 붕괴소식을 알 수 있었다. 이씨는 “한국에 있는 친지들에겐 이스트 할렘과 내가 살고 있는 베이사이드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몰랐을 것”이라면서 “그래도 오랜만에 친구, 친지들과 통화해 즐거웠다”고 전했다.
맨하탄의 한 어학원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는 김주영(22)씨 역시 “수업 중에 한국의 부모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깜짝 놀랐다”며 “미국에서보다 한국이 이번 사고를 더 크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붕괴된 빌딩 알고보니 100년 된 건물
폭발 붕괴된 5층 짜리 주상복합 아파트 2채는 100년 전 지어진 노후된 건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나란히 붙어있는 1644번지 아파트와 1646번지 아파트는 1층에 각각 ‘스페니쉬 크리스천 교회’와 ‘앱솔루투 피아노’가 입주해 있고 위로는 가정집 1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당국은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스 누출의 발생 이유도 아파트가 낡았다는 점을 꼽고 있다.
빌 디블라지오 뉴욕시장도 이와관련 "무너진 아파트 중 한 곳의 가스관이 낡아 새로운 가스관으로 교체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밝혔다.이스트 할렘은 센트럴팍의 북동쪽 지역으로 히스패닉계가 주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저소득층 밀집 지역이다. 붕괴된 아파트 2채 옆 건물도 저소득층을 위한 아파트다. 1646번지 빌딩이 먼저 폭발 굉음과 함께 붕괴되면서, 1644번지 건물도 함께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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