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 국내 조립품 가격이 수입 완제품보다 비싸
▶ 국산화 노력 성과 못 거둬, 한해 무기수입액 110억달러, 대부분 러시아로부터 사들여
최근 세계 최대 무기수입국인 인도는 자신들이 생산한 전투기와 탱크, 그리고 모바일 곡사포, 그리고 전함 등을 선보였다. 만약 인도가 무기 국산화에 성공한다면 러시아는 곤란하게 된다. 러시아는 인도에 대한 최대 무기수출국이기 때문이다. 현재 인도로부터 주문받은 물량만 39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러시아 전체 무기 수출의 3분의1에 해당한다.
인도 국방상인 A.K. 앤토니는 가자회견에서 외국에 대한 무기의존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해했다. 그는 “여전히 외국 업체들에 무기의 상당 부분을 의존해야 하는 것이 즐거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인도가 무기수입 중독을 벗어날 수 있을지는 두고 볼일이다. 그러나 많은 무기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인도는 수십년 간의 무기국산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 한에만 110억달러의 무기를 사들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안보를 연구하는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의 수석 연구자인 피터 웨제만은 “인도처럼 무기생산에 많은 노력을 들이고도 철저히 실패한 국가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의 새로운 무기 생산품들이 역사를 바꿀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전투기와 탱크, 총기류의 품질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인도는 군사비 지출에서 세계 8위이다. 10대 무기 구입국들 가운데 오직 사우디아라비아만이 인도보다 자국 무기생산 능력이 뒤떨어진다. 대조적으로 중국은 효율적인 생산능력 확충으로 최근 하이 테크놀러지 무기들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무기 생산국으로서의 인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첨단 무기를 만들어낼 기술도, 그리고 대량생산을 가능케 하는 재원도 갖추지 못한 정부의 비효율성과 부패라고 뉴델리에 소재한 옵저버 리서치 재단의 마노히 조시 연구원은 지적했다. 한 예로 인도는 조립이 완전히 끝난 러시아산 수코이 전투기를 대당 5,500만달러에 들여올 수 있다. 하지만 국영 힌두스탄 에어로노틱스에서 부품들을 들여와 조립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대당 6,800만달러이다. 거의 4분의1 가량 더 많은 돈이 드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인도 정부는 항공기 엔진 개발을 위한 연구소에 수십억 달러를 썼지만 결국 이를 포기하고 최근 선보인 인도산 전투기 테하스의 엔진을 GE사로부터 구입했다.
스톡홀름 연구소의 프로그램 디렉터인 사무엘 페를로-프리맨은 “수코이 전투기 조립이 아이키아 가구 조립보다는 복잡하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다”라며 “인도가 독립적인 새로운 무기 시스템을 갖추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인도정부는 민간 기업들이 정부와 합자로 혹은 독립적으로 무기를 생산하도록 독려해 왔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인도산 무기 대부분은 50개의 정부 연구소들과 8개의 대규모 국영 생산시설, 그리고 40개의 국가 지정 공장들에서 만들어져 나온다.
기업들은 인도 정부와 함께 일하기를 꺼려한다. 또 인도 정부는 외국 기업들이 인도 기업의 소유지분을 26% 이상 가질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최근 이 상한선을 49%로 높이기로 했지만 이런 예외규정을 신청한 기업은 하나도 없다.
앤토니 국방상은 정부가 무기생산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반박한다. 그는 “인도의 과학자들과 산업은 효율적이며 정부는 이들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시 연구원은 “우리의 방위산업 기반은 한참 뒤떨어져 있으며 이것을 완전 해체해 민간 부분에 이양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이 러시아에게는 더 할 나위없는 기회가 되고 있다. 지난 2012년 인도에 인도된 러시아산 무기는 2011년보다 무려 50%가 늘었다. 최근 5년 간 인도는 전 세계 무기수입의 5분의1을 차지했으며 이 가운데 러시아산이 무려 79%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업체들이 몇 건의 수송기와 해양 순찰선 계약을 따냈지만 여전히 러시아는 인도 무기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러시아는 2012년 인도에 사상 두 번째로 핵잠수함을 수출하기도 했다. 알렉산더 카다킨 인도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인도에 대한 수출 둔화를 일축했다. 그는 인도에 대한 최대 무기수출국으로서의 러시아 지위는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보잘 것 없는 인프라와 불합리한 노동규정들, 그리고 부동산 구입의 어려움 등은 인도에서 무엇을 생산한다는 것을 어렵게 한다. 인도의 제조업 부문은 갈수록 위축돼 현재는 인도 경제의 13%만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군사와 민간 항공 시장은 대단히 매력적이어서 많은 제조업체들이 인도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 2010년에는 미국의 유나이티드 테크놀러지의 자회사인 시콜스키 항공이 인도기업과 합작으로 하이더라바드에 공장을 오픈했다. 이 공장에서는 중간형 사이즈 헬기인 S-92용 캐빈을 조립하고 있다. 이 캐빈은 이전까지 일본의 미쓰비시 공장에서 생산되던 것이다.
생산지가 이곳으로 이전된 것은 비용이 저렴해서가 아니라(놀랍게도 싸지가 않다) 인도 내에서 생산된다는 점이 인도에서의 판매를 돕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전은 만만치 않았다. 11에이커에 달하는 공장에 이르는 도로들이 필요했으며 도로건설은 대단히 더뎠다. 또 공업용 용수와 하수 등을 처리하는 시설도 새로이 세워야 했으며 전기는 정부로부터 공급 받았지만 잦은 정전에 대비한 백업용 발전기를 6대나 돌려야 했다. 종업원들은 상당한 훈련이 필요했다. 하지만 훈련이 끝나면 좀 더 많은 돈을 주는 일자리를 찾아 이직하기 일쑤였다. 이들을 눌러 앉히는 것도 큰일이었다. 게다가 운송도 커다란 골칫거리였다.
인도 내 생산을 독려하기 위해 인도정부는 외국 민간 무기생산 기업들에 대해 무기 가격의 3분의1 이상에 해당하는 부분을 인도에서 제조할 것을 의무화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프랑스 항공기 제조업체인 다설트 에비에이션으로부터 160억달러에 달하는 라팔 전투기 126대를 수입하는 계약이다. 이 계약은 인도 정부의 3분의1 규정 때문에 수년째 답보 상태에 있다. 한 군수업계 전문가는 “어쨌든 인도의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에 라팔 전투기 수입은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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