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이 뒤치다꺼리 너무해” “영어 못한다고 무시”
상담 케임스 급증...충분한 교제기간 가져야
결혼적령기를 놓치거나 원하는 이성을 찾지 못한 한인 2세들 가운데 지인의 소개나 결혼 정보업체를 통해 한국에서 성장한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지만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갈등을 겪거나 상담기관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외형적으로만 보면 한인이라는 동질성을 갖고 결혼식을 올리지만 자라온 환경과 문화적 상대성으로 인해 갈등을 느끼는 것은 물론, 부부간의 갈등이 집안 싸움으로 확대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사례=한인 2세 변호사 이모(37)씨는 한국에서 갓 대학원을 졸업한 여성과 결혼을 한 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부부싸움을 하고 있다. 아내가 미국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어 일상생활의 모든 시시콜콜한 일까지 아내 뒤치다꺼리를 해야 했고, 이에 이씨가 “대학원까지 졸업했는데 너무 아무것도 모른다”고 지적하자 아내가 “미국생활이 처음인데 남편이 당연히 챙겨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면서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결혼 정보회사를 통해 미국 한인 2세를 만나 한 달 만에 결혼한 여성 김모(38)씨는 신혼 초부터 배우자와의 문화적 차이에 따른 갈등이 깊어져 한국 귀국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경우. 김씨는 “연애기간이 짧아 몰랐는데 외모만 한인이지 김치도 싫어하고 모든 게 외국인과 다른 게 없더라”며 “특히 부부싸움을 하거나 한인 친구를 만나도 영어로만 이야기 하는 등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참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6개월전 이민 와 한인 2세 여성과 두 달 전 결혼한 서모(39)씨도 갈등을 털어놓았다. 부모님 댁에서 식사를 한 뒤 아내가 설거지를 할 줄 알았는데 바로 거실로 가서 TV를 켰다는 것. 서씨는 “나중에 물으니 ‘오늘은 부모님이 초대해서 손님으로 온 거 아니냐.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하면 되지 않느냐’며 오히려 핀잔을 줬다”며 고민이라고 말했다.
■실태=뉴욕일원 한인 가정상담 기관 등에 따르면 이렇듯 결혼시기를 놓치거나 원하는 이성을 찾지 못한 한인 자녀들의 상당수가 부모님의 권유로 한국 출신의 배우자를 만나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뒤늦게 배우자를 찾아 단기간 내 결혼한 커플들의 경우 상대방의 자라온 환경이나 문화를 인정하지 않고 문화·언어적 갈등을 호소하는 케이스가 과거에 비해 3배 이상 많아졌다고 한다.
레지나 김 가정문제연구소장은 “한국에서 온 배우자에게 시민권 제공을 이유로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김치와 같이 사소한 식문화 차이로 인해 발생한 부부싸움이 집안싸움으로 확대되는 케이스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대책=전문가들은 최근 한인사회에서 늘어나고 있는 한국 출신의 배우자(한국인 포함)의 결혼생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용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혼기를 넘겨서 상대방을 만났더라도 충분한 교제기간을 갖는 것도 건강한 결혼생활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대부분의 커플들이 연애 초기에는 서로 장점만 보지만 서로에게 익숙해지다 보면 단점이 눈에 먼저 보인다”며 “외형적으로는 같은 한국 사람이지만 자라온 환경 및 성격은 쉽게 변화되기 어렵기 때문에 배우자 그대로를 인정하고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소통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천지훈·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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