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집중취재 - 한인가정 아동학대 위험수위
#사례1. 퀸즈 플러싱의 한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K군은 늘 말이 없는 조용한 아이다.
친구들과 쉽사리 어울리지 못하며 자꾸 눈치만 보는 K군을 주시하던 담임선생은 어느 날 면담 도중 그의 팔과 다리 군데군데에 들어있던 멍 자국을 발견했다. 담임선생은 곧장 뉴욕시 아동보호국(ACS)에 ‘아동폭력’으로 신고했다.
알고 보니 K군의 아버지는 이민 온 뒤 지난 10년간 일궈오던 사업이 몇해 전 파산하자 알콜 중독에 빠져 가정 폭력을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례2. 중학생인 C군은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혼이 나기가 일쑤다. 처음엔 대화를 원한다는 C군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금세 고압적인 태도로 보이며 윽박을 지르기까지 한다.
이때 C군이 조금이라도 반항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버지는 곧바로 욕설과 함께 맨 손과 발로 C군을 무자비하게 구타하기 시작한다. 아버지 말씀 도중에 버릇없이 굴었다는 이유였다. 매번 반복되는 아버지의 모습에 참다 못한 C군은 결국 휴대전화를 집어 경찰에 아버지를 신고했다.
한국의 칠곡과 울산 계모의 의붓딸 학대 사망 사건과 게임중독에 빠진 아버지가 두살난 아들을 살해한 사건 등이 연일 보도되며 국민적 공분을 낳고 있는 가운데 뉴욕 일원 한인가정에서도 아동학대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가정상담소 산하 클리니컬서비스에 따르면 올들어 뉴욕시아동보호국(ACS)에 신고된 한인가정 내 아동폭력 사례가 무려 40여건에 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75%에 달하는 30건은 폭력 행태가 매우 과격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클리니컬 서비스의 김희옥 디렉터는 “어린 시절부터 권위적인 문화에 길들여져 온 한인 부모들은 아동 학대에 대한 인식자체가 부족해 스스로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체벌’이라는 미명하에 홧김에 손찌검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고 “이민생활, 경제문제, 신분제약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가정 내에서 아동들을 대상으로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한인들의 아동학대 사례는 주로 자녀 훈육 목적의 신체 체벌과 더불어 ‘나가 죽어라’, ‘한번만 더하면 쫓아낸다’ 등 심각한 수준의 폭언 형태가 두드러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한 문화적, 언어적인 이유로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무지한 나머지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고 인격적 대우를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한인 가정내 아동학대에 대한 해소법으로 무엇보다 부모 스스로가 폭력의 위해성과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의 윤성민 부실장은 “아동학대를 일삼는 부모의 유형으로는 선천적 반사회성 기질을 지녔거나, 사회적 스트레스에 기인한 반작용 행동으로 나뉠 수 있는데 이는 자발적인 교육을 통한 인식 변화나 종교활동, 친목활동 등을 통한 사회화 과정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가정상담소는 이와관련 한인단체로는 유일하게 ACS와 연계해 ‘아동폭력방지 학부모 교육’(parenting education)을 실시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이용을 당부했다. ▲문의: 718-460-3800(24시간 핫라인)
<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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