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살아 돌아와야해...” 안타까운 절규
▶ 교실 칠판엔 “보고십다” 메시지만...
실종된 학생들을 위한 안산시민 촛불 기도회가 17일(한국시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눈물로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함지하 특파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로 학생 200여명의 행방을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4층 강당. 사고발생 다음날인 17일(이하 한국시간)에도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 학생들이 가득 메운 채 추가 구조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실종된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대부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강당에 마련된 임시 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뉴스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거센 파도로 구조대의 접근이 어렵다는 소식을 접하곤 “왜 아직까지 제대로 된 구조 활동을 못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딸이 제발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는 한 어머니는 본보에 “아무도 믿지 못하겠다”며 심경을 털어놓으면서 “기다리는 게 너무나 힘들다”며 오열했다. 사고 직후 단원고는 임시 휴교를 결정했지만 상당수의 학생들이 강당에 삼삼오오 모여 선배와 후배들이 무사하기만을 두 손 모아 기도했으며, 학부모들에게 물과 음식을 건네는 등의 자원봉사를 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학생들이 찾아와 소식이 끊긴 친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칠판과 책상에 남겼다. 메시지엔 “얼른 살아 돌아와서 같이 게임을 하자”, “2학년 1반 전원 무사귀환 하도록. 보고싶다”는 등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진도로 향하는 무거운 발걸음
학교측은 하루에도 수차례 진도를 왕복하는 버스를 운영하며 학부모들을 현장에 실어 나르고 있었다. 버스에 오르는 학부모들은 대부분 자녀와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하는 마음이 역력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학부모는 버스에 오르면서 “처음 학교 측이 아이들이 모두 무사하다고 말해 마음을 잠시나마 놓았던 게 가장 후회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단원고를 비롯한 경기도 교육청은 사고 발생 직후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잘못된 정보를 전해 학부모들로부터 큰 원성을 들었다.
이와 관련해 학교 관계자는 “진도와의 연락을 취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학부모들의 분노는 사고 발생 이튿날까지도 쉽게 가라앉지 않은 듯 보였다.또 다른 학부모는 “모두가 원망스럽다”는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살아남아 미안하다
단원고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고려대학교 안산 병원에는 사고 직후 구조된 65명의 학생과 1명의 교사가 입원해있다. 이들은 대부분 경미한 부상을 입었지만, 병원은 외상후 스트레스 등에 대비해 심리검사를 진행하는 등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청소년 소아과 서원희 교수는 언론브리핑에서 “학생들 대부분이 20~30분간 물에 있었지만 저체온증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만 대부분 심리적 안정이 필요한 상태”라고 밝혔다.
병원 측은 “학생들이 지금은 급성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고 있지만 이게 1개월 이상 지속되면 외상후 스트레스가 된다”며 “심리검사 등을 통해 좀 더 자세히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병원에서 본보와 만난 학생들은 대부분 무거운 심경을 전했다. 김수빈(16)군은 떨리는 목소리로 “친구들아 제발 살아있어 달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못한 상태로 물에 뛰어들었던 김군은 해경에게 구조돼 목숨을 건졌다. 김군이 속해있던 5반은 현재까지 6명만 살아남은 상태다.
김군의 모친인 정경미(42)씨는 “아이가 처음 나를 만나서도 친구들 이야기만 했다”며 “모두가 무사히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근거 없는 문자 메시지로 한 때 소동
이날 오후 3시께 갑자기 강당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손녀 박지윤(16)양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는 할머니 김옥경(72)씨가 “손녀가 배 안에 살아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소리쳤기 때문이다. 이어 강당에 있던 또 다른 부모가 같은 연락을 받고 오열을 시작, 순식간에 강당은 사실여부를 확인하려는 취재진들이 학부모들과 뒤엉키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김씨 등이 전해들은 내용은 학생 14명이 배 안에 살아있으며, 이들 중 한 명이 휴대폰을 이용해 외부에 소식을 알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후 가짜로 밝혀져 실종학생 부모들을 두 번 울린 게 됐다.
이와 관련 이날 경찰은 학생들이 사용하던 휴대폰에서 발신되거나 전송된 문자메시지는 없는 것으로 공식 확인했다며, 장난을 친 사람을 찾아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살아남은 학생 인터뷰
“처음엔 배가 살짝 기울어져 ‘이게 뭐지’했는데 갑자기 한순간 확 쓰러졌어요.”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한희민(16) 군은 배가 기운 뒤 ‘쿵’하는 소리가 났다는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배가 기운 뒤 안에 있던 컨테이너 등이 배의 외벽을 치며 ‘쿵’ 소리가 났을 것이라는 일각의 추정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한 군은 “사고가 나기 전 양치질을 하고 방을 나와 복도를 거닐다가 사고를 당했다”며 “이후 구명조끼를 입고 1시간가량 복도에서 대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물이 차올랐고, 구명조끼가 물에 떠오르면서 결국 꼭대기에 있는 작은 구멍을 통해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군은 “기대가 컸던 수학여행에서 이런 사고를 당해 혼란스럽다”며 “배를 타고 가는 게 더 좋을 줄 알았는데 이런 결과로 이어져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단원고는 지난해 학생 설문조사를 통해 수학여행시 배를 탈지 여부를 결정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제주도에 가는 길에 배를 탈 경우 비행기를 탈 때보다 하루의 시간이 더 주어져 대부분이 배를 선호했다. 한군 역시 ‘배를 타고 싶다’고 응답했었다.
한 군의 담임선생님인 남윤철 교사는 학생들의 탈출을 돕다가 정작 본인은 주검으로 발견됐다. 한 군은 담임선생님 이야기가 나오자 말을 잇지 못하며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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