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헌 (맨체스터대학 교수)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고대 로마의 풍자 시인이었던 쥬브널(Juvenal)이라는 사람이 남긴 말 이다. 라틴어로는Anima Sana in Corpore Sano이다. ASICS라는 일본 스포츠 용품 회사의 상호는 바로 이 라틴어의 첫 자를 모은 것이라고 한다.
고대에서부터 지금까지 교육의 이상은 젊은이들의 지, 덕, 체 (智, 德, 體)를 균형 있게 계발하여 책임 있는 시민으로 길러내는 것이었다. 현대의 교육도 그 이상에서 멀지 않다. 중고등 학교와 대학에서 여러 종류의 스포츠가 장려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3월을 “광란의 3월 (March Madness)”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무수한 대학 농구팀들이 전국 패권을 놓고 격돌하는 시기가 바로 3월이기 때문이다. 올 해에는 커네티컷 주립대학(UConn)의 남녀 농구팀이 동시에 전국의 챔피언이 되었다. 흔히 볼 수 없는 대단한 성취임에 틀림이 없다.
농구에 별로 관심이 없는 필자도 남녀 팀의 결승전이 벌어지던 이틀 저녁을 텔레비전 앞에 앉아 손에 땀을 쥐면서 보냈다. 여자 팀이 우승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남자 팀이 우승을 했을 때에는 정말 믿겨지지 않을 만큼 흥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커네티컷의 시민으로 산 시간이 한국의 국민으로 살았던 세월 보다 더 길다는 실존적인 경험이 그 기쁨을 더했던 것 같다.
경기에 이겼다는 흥분이 그 저녁 나를 지배한 것이 사실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에 스며드는 만족감의 근원이 바로 경기 후에 기자들에게 남긴 케빈 올리 (Kevin Ollie) 코치의 몇 마디였다는 것을 점차로 깨닫게 되었다.
“나는 지난 시즌 동안 내 팀이 농구 경기에서 승리하고 패배한 모든 것 보다는, 선수 하나 하나가 강의실에서 공부에 성공한 것을 훨씬 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단순한 농구 코치의 말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몇 마디였다. 지덕체의 이상을 교육으로 삼는 참된 교육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었다.
미국 사회의 풍조를 거스를 수 없는지 미국의 대학 스포츠들이 거대한 비즈니스가 되어버린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이다. 대학 운동선수들이 공부보다는“선수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다”는 미시간 주 법원의 판결이 나온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 보인다. “선수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얼만데…… 그들도 덕을 좀 봐야지”
케빈 올리씨는 이런 썩은 생각에 정면으로 맞서는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코치인 듯하다. 2012년 가을 코치로 임명될 때 그가 물려받은 UConn농구팀은 학업성적 미달로 전국대회 출전권을 박탈당한 팀이었다. 그러나 그는 취임한 첫 해에 20승, 두 번째 해에 32승과 그 팀을 전국 챔피언으로 키웠을 뿐만 아니라, 그가 지도한 선수 중 적어도 다섯 명이 대학 우등생 명단 (Dean’s List)에 이름을 올렸다.
“농구가 우선이 될 수 없다. 나는 그들이 이 대학 캠퍼스를 떠날 때 보다 훌륭한 인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내가 할 일을 한 셈이다.” 케빈 올리 만세! 지덕체 (智德體) 교육 만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