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군 자살 공격, ‘야스쿠니 신사’있어 가능 ”
▶ OSS, 1945년‘자살.일본의 비밀무기’ 보고서 작성
미국은 세계 2차 대전 당시 전쟁터에서 자살을 무기로 공격과 방어를 하는 일본군의 ‘정신’(psychology)을 분석한 결과 근원이 ‘야스쿠니 신사’에 있으며 일본군 최고 사령부가 이를 내세워 병사들의 희생을 조장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미국의 이 같은 판단이 결국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결정에 크기 기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전략사무국’(OSS)은 1945년 7월30일 “자살: 일본의 ‘비밀’ 무기”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일본군 지도부는 우세하고 공세적인 적(미군)을 맞이하자 일본군의 자살 수용력을 기본적인 방어 무기로 적극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OSS의 ‘연구·분석부’(RAB)가 ‘정보현황연구서 제31호’(R&A 3301S)로 작성한 이 보고서는 “일본군은 일본을 위해 전쟁터에서 죽는 것이 전사의 최대 영광이라고 배우면서 죽음을 향해 주의 깊게 단련돼 왔다”며 “이러한 이론 주입과 전쟁터에서의 정신적 긴장, 적에게 생포됐을 경우 고문을 당한다는 두려움, 그리고 집단으로부터 느끼는 의무에 대한 압박감 등이 복합돼 자살 방어 또는 자살 공격을 가능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군부는 원래 일본제국의 병사들이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면 ‘할복’(hara-kiri) 또는 ‘죽음을 향한 돌격’(banzai charge)을 할 것을 요구해왔다”며 “그러나 이제 최고 사령부는 이 같은 전통적인 개념을 의도적으로 확대해 자살 전략을 기본적인 군사책략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RAB는 그 예로 일본 공군 조종사가 전투기로 함선을 들이 받는 ‘가미가제’(Kamikaze)와 폭격기가 투하하는 2,250파운드 탄두폭탄에 직접 올라타 표적을 향해 조종하는 ‘바가’(Baka) 비행 공격을 내세웠다. 또 일본 해군이 소형 스피드보트에 폭발물을 잔뜩 실고 군함을 들이 받거나 등에 어뢰를 묶고 헤엄쳐가 상륙용 주정, 또는 수송선을 터뜨리는 경우, 그리고 육지에서는 일본군이 폭발물을 몸에 지고 탱크를 공격하거나 적진에 뛰어들어 자폭하는 자살공격 사례들을 들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일본군 지휘관들은 전투가 절망적인 마지막 단계를 맞이하면 적을 괴롭히기 위해 소위 ‘자살공격대’로 불리는 ‘기리고미 타이’(Kirikomi Tai)를 동원해 왔다”며 “그들은 적군 현황과 지형에 대한 사전 지식은 물론 ‘자신들 마음속의’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갖고 공격을 수행하기 위해 ‘영적으로도 준비’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자살 방어로는 패배에 앞서 장교들이 일장도로 배를 가르는 할복과 병사들이 아랫배에 수류탄을 품고 자살하는 경우, 또 일본군 수백 명이 마리아나 섬과 오키나와의 절벽에서 바다로 투신자살한 사례 등을 들고 죽창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장교를 따라 기관총 세례에 진격하는 행위도 자살 방어 중 하나로 소개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일본군의 자살 수용력은 기초 군사교육 과정부터 “무사의 길은 죽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가르침과 “천황을 위해 죽는 모든 사람들의 혼은 도쿄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모셔져 ‘일본을 보호하는 신’으로 영생 한다는 약속”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일본 ‘전쟁장관’(War Minister)은 “그들에게 제국의 황제인 천황이 다스리는 우리 제국의 영토와 제국의 조상들의 혼이 모셔져 있는 곳(야스쿠니 신사)을 끝까지 지켜야한다”며 “적의 침략을 물리치는데 있어 모두를 바칠 것과 죽은 후에도 혼으로 제국영토를 지킬 것”을 훈계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보고서는 모로타이(Morotai) 섬에서 자살 임무를 앞둔 한 병사가 자신의 부친에게 편지를 보내 “양키들을 최대한 많이 죽이고 끝에 내 자신을 파괴해 큰 공을 세울 것으로 만일 내가 보고 싶으면 야스쿠니신사로 오시라”고 전한 내용과 또 다른 병사가 죽기전날 밤 일기장에 “내 조국을 수호하는 혼이 될 수 있어 마음속에 기쁨이 가득 차있다”고 기록한 내용을 일본군의 정신으로 소개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이들 자살 전략은 무사들이 야스쿠니 신사로 가는 길을 재촉하는 것 이외에도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시점에서 연합군의 희생자 수를 최대한으로 늘리기 위해 계획되고 있다”며 “천황과 자신들을 위한 불멸의 영예는 연합군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 된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또 “일본 최고 사령부는 이 같은 이단 전술을 최대한으로 이용키로 작정한 듯하다”며 “최근에 들어서는 연합군의 ‘무조건 항복’ 요구 변경을 시도하고 후방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본토 섬들에서 민간인들이 최후까지 버티는 저항을 할 것을 위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하지만 일본군이 조국의 국익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치는 것은 일본이 국가로서 계속 존속할 것이라는 강한 충심에 부분적 근거를 두고 있다”며 “(일본 지도부의) 현재 ‘선전’(propaganda)을 떠나 만일 일본 인구가 ‘완전 사멸’(total extinction)될 가능성에 다가가는 무언가에 의해 일본이 국가로서 계속 존속하는데 위협을 받을 경우 다수의 일본군과 민간인들은 죽음보다는 항복을 선호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미국은 이 보고서가 작성된 후 정확히 일주일만인 1945년 8월6일 히로시마에 첫 번째 원자폭탄을 투하했으며 그 후 이틀 뒤인 8월9일 두 번째 원자폭탄으로 나가사키를 공격했다.보고서가 언급한 일본 인구의 ‘완전 사멸’로 국가의 존속을 위협하는 “무언가”가 바로 원자폭탄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결국 일본 지도자들이 군인들에게 야스쿠니신사 이상을 강조해 세계최초의 원자폭탄 공격 피해를 자초했다는 결론이다.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당시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사실을 대국민 라디오연설을 통해 밝히고 “만일 일본이 항복하지 않으면 일본의 군수산업들에 폭탄들이 투하될 것으로 불행스럽게도 수천 명의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며 “나는 일본 민간인들이 즉시 산업도시들을 떠나 자신들을 구할 것을 촉구 한다”고 경고했다.
나가사키가 폭격을 당한 뒤 6일 만인 1945년 8월15일 미치노미야 히로히토 일본 천황도 라디오 방송을 통한 대국민연설에서 ‘무조건 항복’ 의사를 밝히고 그 이유를 “적은 새롭게 잔학한 폭탄을 사용하고 끊임없이 무실의 사람들까지도 살상하고 있어 참담한 피해가 어디까지 미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까지 도달했다”며 “이대로 전쟁을 계속한다면 마침내는 우리 민족의 멸망을 부를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인류 문명도 파멸하고 말 것이다”고 해명했다.
한편 일본은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일 직전인 21~23일 야스쿠니 신사 춘계대제를 갖는다. 작년 12월26일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번 봄 제사를 맞아 21일 신사에 공물을 바쳤다.
아베 총리는 지난 17일 ‘애국자(The patriot): 아베 신조, 타임에 말하다’는 제목과 함께 자신을 표지인물로 등장시킨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에 대한 질문에 “국가를 위해 무한한 희생을 한 영혼을 기리기 위해 야스쿠니를 방문해 참배한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세계 2차 대전에서 승리한 연합국이 개최한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서 1928년 이후 일본제국의 침략전쟁을 주도한 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A급 전쟁범죄자가 합사돼 있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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