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려 <지국장>

웨체스터에 교회가 하나 더 생겼다는 소식이다. 그렇다고 이 지역에 기독교 교인이 더 늘은 것이 아니다. 한 교회가 둘로 나뉜 것이다. 비일비재한 일이라 놀라지 않았다. 처음서 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그 교회가 갈라졌다고 하니까, 누구는 ‘그 교회 주인이 또 목사를 쫓아냈대요?” 한다. 웃을 수밖에 없다.

이 교회 말고 웨체스터의 다른 교회들에도 말썽이 있다는 소문이 들어온다. 이 교회들이 몇 년 전에도 교인들이 줄을 지어 나오는 등 한바탕 난리를 겪은 것으로 안다. 강 건너 불구경 같았던 한인 교회의 분란이 이제는 웨체스터에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것 같다.

수년 전 일이다. 둘로 갈라진 어느 교회 교인들이 부활절 연합 새벽예배에서 만나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광경을 목격했었다. 아니, 왜 교회를 떠나며, 또 저렇게 원수를 만들어가면서 왜 교회를 다니는 걸까. 설교 때문에 또는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교회를 바꾸며, 다리 건너 멀리 교회를 다니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떠났던 교회에 다시 나오는 신도도 있고, 1,2년에 한번 씩은 꼭 교회를 바꾸는 사람도 있다. 물론. 한 교회를 수십 년 충실하게 다니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지금 교회가 세 번째다. 마운트 버논에 살면서 미국에 오자마자 부터 다니던 브롱스에 있는 교회를 한 7년 다녔다. 그리고 이 동네로 이사하고 집에서 가까운 교회로 옮겨 20년 넘게 다녔고, 나이가 들면서는 아침 일찍 예배를 보고 나머지 시간을 쉴 수 있는 지금의 교회로 옮긴지 4년이 되어 간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교회를 다닌 내가 교회분란 소식에 전혀 놀라지도 않는다. 과연 나는 진정한 크리스천인지 회의가 든다.

물론 그 중에는 장애인을 도우며 나이 든 교인들을 위한 취미교실을 마련하고 지역 사회에 봉사를 하는 모범적인 교회도 있고 말썽 없이 조용한 교회도 있다. 그러나 이런 교회들도 그 교회를 떠난 사람들로부터 들리는 거북한 소문에서는 크게 벗어나질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예수님이 성전을 뒤엎었다는 이야기는 과연 설화인가? 떠도는 소문의 중심은 대부분이 돈인 것은 2,000년 전 그 옛날과 마찬가지이다. 예수 안 믿으면 지옥 가고, 목사님 말에 무조건 순종해야 하고, 기도는 하나님이 마음을 돌릴 때까지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전혀 의심 없이 따라가다가도, 한번 기분이 상하면 당장에 오랜 친구를 배반하고 원수로 삼는 것이 크리스천인가?

교회라는 곳은 뺨을 때리는 자에게 다른 쪽 뺨을 내밀고 남을 도와줄 때에는 왼손도 모르게 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배우며 그것을 실천하기가 정말로 어려울 때는 서로 격려하는 그런 곳이어야 한다고, 아마도 내가 잘못된 환상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기독교를 핍박하던 로마가, 정치적인 이유로 기독교를 국교로 삼았다는 역사를 다시 돌이켜 본다. 십자군은 내버려두고라도, 마틴 루터 종교개혁 때에도 역시 수많은 사람을 서로 죽였다는 개신 기독교 역사도 한번 떠 올려 본다.

바람이 불 때마다 갈대밭에서 울리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신라의 설화가 오히려 진리인 것 같다. 또,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이 오늘 날에 과감 없이 그대로 적용이 된다. 이현령비현령 믿음의 눈에만 보인다는 투명한 그 옷을 입고 대낮에 활보하는 기독교인들을 향해, ‘야. 저것 봐라. 빨게 벗었다.’ 깔깔 웃을 사람조차 없는가보다.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로고스(logos)-진리를 말할 자신이 없는가 보다.

수학여행 가던 어린 생명의 어처구니없는 희생에 가슴이 저민다. 허위와 부정부패가 상식이 된 우리 사회와 그 종교 집단에 푹 길들여지고 무감각해진 나부터 회개를 해야겠다. 더 이상 회칠한 무덤과 같은 기독교 교인으로 머물 수는 없다. 오늘부터 나는 하나님이 우리 인간 모두에게 골고루 부어주신, ‘양심’과 ‘상식’과 ‘이성’으로 살기 위해서, 수십 년을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우르르 몰려가던 인생길의 방향을 한 1도 만이라도 돌려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