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지난해 5월 졸업한 한인 정 모씨는 주류기업에 취업해 전공을 살리는 것을 희망했으나 1년 넘게 제대로 된 직장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하는 수 없이 올해 초부터 플러싱의 한 개인 사무실에서 보조직으로 일하고 있지만 정식직원이 아니다보니 시간당 급료만 받고 의료보험 같은 혜택은 없다. 정씨는 “뉴스에는 연일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는데 왜 이렇게 취직하기가 힘든지 모르겠다. 지금껏 이력서는 수십 군데 넣었는데 면접한번 제대로 보기 어렵다”며 “이제 부모님 뵐 낯도 없다”고 푸념했다.
수년 전부터 미국의 고실업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기업들의 인력충원도 늘고 있지만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병들의 일자리 구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미 경제연구기관인 ‘경제정책연구원(EPI)’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 졸업자 가운데 취업이나 진학을 하지 못한 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청년백수 세대’(Disconnected Youth)’의 누적으로 올해 졸업생들의 취업시장은 여전히 먹구름이 낀 상태다.
미국의 불황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지 5년이 지났지만, 그간 실업률 개선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아무런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 백수 세대 규모가 커졌다는 것. 실제 2013년 기준으로 ▶17~20세의 고교 졸업생 중 18%, ▶21~24세의 대학 졸업생 중 11%가 진학도 취업도 하지 않은 청년백수 세대에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대학 졸업생 중 취업에 성공한 경우는 61%에 불과했으며 28%는 진학을 선택했다.
이처럼 대졸자의 취업난 가중은 대졸자의 현장 경험이 부족한데다가 실직 등으로 취업 시장에 쏟아져 나온 경험이 풍부한 구직자들과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나마 취직기회를 잡는 대졸자들 경우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분야에 취업하고 있는 사례가 허다하다는 지적이다.
화학전공 대졸자가 바텐더로 일하고 클래식 음악전공자가 전화응답 서비스를 하며, 이탈리아어 전공자는 월마트에서 복도 청소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급여와 복지는 더욱 문제다. ▶17~20세의 고교 졸업생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9달러82센트로 인플레이션을 적용할 경우 2,000년보다 오히려 11%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21~24세의 대학 졸업생의 평균 임금은 16달러99센트지만 이 역시 2007년에 비해 8% 낮은 수준이다.
복지 혜택도 마찬가지로 2000년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의 53%가 직장으로부터 건강보험을 제공받은데 반해 현재는 31%에 불과하다.인력채용 업체 관계자들은 “취업시장이 점점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너무 느리기 때문에 그간 적체돼 있는 실업자 규모를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도 구직자에게는 취업시장이 최악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최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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