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는 무수한 체크리스트와 매뉴얼이 존재한다. 특히 수술과 관련되서는 이중삼중의 서류확인절차가 있다.
간호사가 먼저 환자를 확인하고 인턴, 담당 주치의, 수술팀 레지던트, 수술담당의, 마취과에서 와서 계속해서 환자와 수술할 내용을 확인한다. 수술날에는 환자를 옮기는 transporter 가 확인하고, 수술실에선 간호사가 다시 확인을 한다.
그럼에도 종종 엉뚱한 환자를 수술하는 경우가 있다. 다리 대신 신장이 없어지기도 하고, 왼쪽다리 대신 오른쪽 다리가 사라지기도 한다. 분명히 수술 전 후 거즈나 물품 갯수를 다 확인하고 수술방을 나오는데 나중에 거즈나 가위가 배속에 남아 있어서 재수술을 하는 경우가 있다. 약을 주기 전에 환자를 확인하고 약을 확인하고 그럼에도 사람이 확인하는 것을 믿지 못해 컴퓨터와 스캐너를 사용해도 약을 잘 못 주는 경우가 생긴다.
‘앗 실수입니다’ 라고 넘어가기 힘든 이런 일들이 생기면 병원은 뒤집어 진다. 어디서 잘못이 시작되었는지, 다시 그런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병원 안의 시스템을 점검한다. 때론 직원이나 상사가 그 책임을 진다.
나도 실수를 했다. 조무사가 피를 못 뽑겠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내가 환자 피를 뽑고 조무사에게 피를 건네줬는데 그 환자의 피검사 결과가 오후 늦게까지 나오질 않았다. 알고보니 조무사가 환자 혈액샘플에 다른 환자 이름을 붙여서 내려 보냈다. 하지만 조무사가 아닌 내가 불려갔다. 피를 뽑은 사람이 환자 이름표를 혈액샘플에 붙여야 하는 조항을 내가 어긴거였다. 어떤 상황이던, 무슨 이유에서던 피를 뽑은 사람이 환자 이름과 준비된 혈액샘플에 붙일 이름표를 확인했어야 했다.
당연히 시말서를 썼고, 수간호사는 간호부장과 담당의사와 미팅을 가져야 했었다. 나역시 그뒤론 아무리 바빠도 피를 ?내가 직접 뽑는 경우 다른 동료를 불러서 매뉴얼대로 확인을 했다. 되풀이 되는 실수는 해고로 연결되기 때문이였다. ?
인간은 실수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체크리스트(checklist)와 매뉴얼을 만든다. 그대로 해서 문제있으면 고치고, 잘 만들어 졌으면 훈련하고 공부한다. 실수가 있을 땐 때로는 담당자가 그 책임을 지면서 정해진 매뉴얼을 따르지 못해 벌어진 실수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운다.
?의사들도 수시로 ?컨퍼런스를 하면서 환자에 대한 최선의 치료법을 배우고 숙지한다. 실수를 서로 나누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새로운 수술법과 약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가진 것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MT 중이던 젊은 청춘들은 건물에 깔려 죽었다. 천안함 때 나라를 지키던 젊은 피를 수장했다. 더 이상 실수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보호받을 기본권리가 짓밟히고 싶지 않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 그래야 정치가들도 경각심을 가지고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을까 한다.
매뉴얼이 있다면 다듬고, 없으면 만들어서 더이상 학살과 같은 비극을 대한민국땅에서 사라지게 해야한다. 그것이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에게 국가 해줄 수 있는 최소의 의무고 위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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