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인장 막강 권위...현지직원은 권익 없다
▶ 승진 등서도 주재원과 차별 호소할 곳 없어
#사례1=한국 대기업계열사인 H모사의 뉴저지 법인 현지채용 직원이던 김모(34·여)씨는 3년전 눈물을 머금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기업이라는 이름 아래 체계적인 시스템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오히려 실망스러운 기억만을 안고 퇴사를 한 것이다.
김씨가 가장 크게 실망한 부분은 대기업이라는 이름과 달리 현지법인 사무소의 상황이 너무도 열악했다는 점. 특히 한국에서 파견된 법인장의 제왕적 권위가 문제였다. 걸핏하면 직원들에게 서류를 던지며 상습적인 폭언을 해도 어디에 하소연할 곳 조차 없었다는 게 김씨를 힘들게 했다.
#사례2=또 다른 한국기업 S모사의 뉴욕지사에 근무하던 박모(33·남)씨 역시 큰 꿈을 품고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법인장의 개인 업무를 처리하다가 회의감을 느낀 케이스.
박씨의 상관인 A법인장은 수시로 박씨에게 자신의 집에 와서 가구를 조립하고, 아이를 학교에서 픽업하라 등 업무와 상관없는 일을 수시로 맡기곤 했다. 유학생 출신인 박씨는 회사를 관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비자 문제 때문에 오랜 기간 망설이다 결국 영주권 스폰서를 해주지 않겠다는 회사 측의 답변을 듣곤 지난달, 10년여만의 미국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떠났다.
우리은행 뉴욕지점의 현지직원 해고 소송사건<본보 5월19일자 A1면>을 계기로 뉴욕과 뉴저지 일원에 진출한 한국 지상사에 채용된 현지 직원들의 직장내 근로 환경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일부 지상사들 가운데는 ‘상명하복’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군대식 직장문화가 여과 없이 옮겨지면서 주재원 상사와 심한 갈등을 겪는 것은 물론 현지 직원들의 권익을 대변 또는 보호해줄 만한 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불이익을 당하기 쉽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뉴욕주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뉴욕 사무소는 지난 2012년을 기준으로 약 70개<본보 2012년 6월6일자 C3면>. 뉴저지까지 합치면 모두 2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10명 이하로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제대로 된 인사과 부서조차 마련되지 않은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대신 한국에서 파견된 차장 혹은 부장급 직원이 법인장 자격으로 직원들의 채용과 해고, 연봉인상은 물론, 성추행과 같은 문제에까지 직접 개입해 해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법인장이 인사 전문가가 아닌 이상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고, 사실상 실적위주의 업무를 해야 하는 법인장 직책의 특성상 문제가 발생해도 덮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이번 우리은행 뉴욕지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모씨는 소장에서 성추행 사건을 본사 인사과 등에 고발하며 “(피해) 여직원들이 본부장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렸지만 본부장이 문제를 덮는 바람에 더 이상 적극적인 대처를 할 수 없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거기에다 본부장이 지닌 ‘인사권’ 때문에 직원들이 자신의 정당한 요구까지 말을 아끼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본부장이 부당하게 해고를 통보해도 사실상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지채용 직원들의 경우 전적으로 법인장과만 소통할 수 있을 뿐 한국의 본사에 있는 인사과와의 연락망은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실질적인 능력에 관계없이 현지채용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승진기회는 매우 적고 한국에서 파견된 주재원에 비해 저급한 대우를 받는 풍토 또한 현지 직원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지채용 직원이라고 할지라도 한국의 본사 인사과와 연계돼 각종 처우개선 등을 요청할 수 있는 방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미국에 진출했다면 이는 글로벌 기업인 만큼 글로벌 기업다운 직장문화를 갖춰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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