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실 (연합감리교회 뉴욕연회 여선교회장)
우연한 기회로 한국인들을 위한 컴퓨터 교실을 5월 8일 목요일 저녁 7시 부터 2시간씩 4주를 열게 되었다. 26년간 미국 공립학교와 불란서 사립학교에서 컴퓨터 교사로 교편생활을 해 왔던 내가 컴퓨터를 가르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는데, 이렇게 한국인들을 위한 교실을 준비하면서 ‘이것은 내게 주어진 우연 혹은, 당연한 기회라기보다는 컴퓨터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필연의 만학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과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한 선교를 하기 위해4년 전에 오랜 교편생활에서 은퇴하고 나서는, 봄과 가을철에 잠깐씩 스카스데일의 성인교실 (Continuing Education)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컴퓨터를 가르쳤다. 그러면서, 개체 교회 목사님들을 위한 컴퓨터 교실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어 무료로 목사님들에게도 강의를 시작하였다.
설교가 아무리 은혜롭고 감동적이어도 말로만 하는 설교는 교인들의 기억에 오래 남기가 힘들지만, 시청각 재료를 사용하면 기억에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이에 많은 목회자들이 호응하여 재미있게 배워가며 설교와 성경공부 준비를 하였다. 또한 나와 함께 봉사를 하는 각 교회의 여선교인들도 초대하여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이 함께 배우는 흔하지 않은 친밀한 친교의 기회도 마련하였다. 무료강의에 부담을 느끼는 그들에게 레슨비를 받기로 하여, 거의 100여 년 전 여선교인들이 시작한 불우한 환경의 청소년들을 위한 선교비로 보내었다.
나의 은퇴한 직장생활과 제 2의 삶 이야기를 잘 아는 두 단골 한인 영업소 주인 여성들은 몇 년 전 부터 웨체스터 지역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교실을 열어 달라고 권면을 해왔었다. 그동안 내가 계획한 일들에 몰두하느라 그들의 권면에 별 심각성을 주지 못하였는데, 이 적극적인 40대의 여성들이 한국일보에 연결해주어, 지난 달 웨체스터 판에 실리기도 했고, 또 본인들의 고객을 대상으로 홍보를 해 주어 드디어 일반 한국인을 위한 컴퓨터 교실을 열게 된 것이다.
신문 기사를 읽은 한 남성은 꼭 배우고 싶었던 터라며 내 집 전화번호와 주소를 수소문 해 등록금을 보내고, 컴퓨터 교실 장소를 미리 답사까지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오후 8시 퇴근인 직장에서 한 시간 반 일찍 나올 수 있는 양해가 되지 않아, 결국 마지막에 취소를 하며 무척 섭섭해 하였다. 첫 수업에 참석한 7명은 40 - 70세 여성들인데 무척 진지하고 흥분된 모습들이었으며, 대부분 퇴근길에 오기 때문에 피곤할 텐데도 언제 2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게 열심히 배우는 그들을 보며 이 기회는 우연으로 시작된 필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시대를 당면한 40세 이상의 사람들은 ‘디지털 이민자 (digital immigrants)’라 하고, 어려서부터 집에서나 학교에서 컴퓨터를 배우고 사용하며 자란 40세 미만은 ‘디지털 토착민 (digital native)’이라고 말한다.
이민생활이 길어질수록 영어 실력이 늘기는 해도 액센트는 여전하고, 모르는 단어들도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난감할 때가 있듯이, 테크놀로지를 잘 쓰는 디지털 이민자들도 모든 것이 자연스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어서 배울수록 더 도전이 되고, 급격히 변하는 정보시대에 더 늦기 전에 이 테크놀로지를 이용하여 삶이 편해지고, 도움이 되는 정보를 알맞게 사용하는 이 기회가 만학의 길에 들어선 이들에게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선교를 위한 제 2의 삶을 결심하고, 내가 아는 컴퓨터 지식을 나누며 받은 수고비를 선교를 위해 쓰게 된 우연한 기회가 불러온 필연적인 상황에서, 나의 모든 삶이 그래왔듯이 이 또한 나에게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이심을 깊이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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