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겨울 메트 뮤지엄의 ‘황금의 나라 신라’전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새삼 우리가 얼마나 멋진 문화민족인 지 자부심을 가졌고 이 땅에 함께 살고 있는 타인종에게 마음껏 자랑도 했다. 그 신라전을 담당한,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유일한 한인 큐레이터 이소영을 메트 한국관에서 만났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
“2003년 2월 메트에 들어와서 11년째 일하고 있다. 메트에 큐레이터가 100명, 그 중 아시안 파트에 9명이 있다. 전시 아이디어, 유물 선정, 도록 제작 등 모든 스텝과 협조하면서 공동으로 일한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큐레이터 이소영(43)은 지난 11년이 재미있었고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뤄낸 것이 가슴 뿌듯하다고 말한다.“시간이 너무 빨리 지난 것 같다. 좋아하는 일에 파묻혀 있다 보니.....” 매일 새로운 일에 부딪치다보니 시간 가는 것을 잊어버리지만 책을 보고 자료를 찾고 글을 쓰는 하루하루가 만만찮다.
작년 11월 4일부터 올 2월23일까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열린 ‘황금의 나라-신라전’은 관람객 20여 만명 기록을 보유하고 막을 내렸는데 이 기간 동안 한류 소개 프로그램은 물론 전시회 관련 특강도 열렸다. 이소영은 직접 강사로 나서 타인종에게 한국 고대미술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특강뿐만 아니라 여러 군데 기고도 하다 보니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일은 바빠도 나 자신의 발전을 눈으로 보게 되는 점이 참 좋다. 이번 전시회로 인해 한국 전통문화와 현대문화, 음식, 노래, 드라마 등 한국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 늘고 있다.”
메트 관객 ‘신라전’ 20여만명 관람은 지난 1980년대초에 열렸던 ‘한국미술 5,000년전’ 유럽과 미주순회 이후 처음이다.이번 신라전은 황남대총 출토 금관(국보 191호)과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등의 국보 9점을 비롯한 신라대표문화재 130여점이 출품되었고 특히 신라가 실크 로드를 통해 유라시아 다른 지역들과도 교역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중대한 전시였다.
드니스 라이디 큐레이터와 함께 특별전을 마련했으며 준비기간으로 5년이 걸렸다. 국립경주박물관을 방문하여 신라유물을 대여해 왔는데, 국보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 자주 해외나들이를 한다는 반대여론이 일어 문화재청의 반출 허가를 어렵게 얻어냈다.
그 덕분에 뉴욕에 사는 한인들은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을 만나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을 다들 좋아했다. 불상 앞에서 기도를 하고 오랫동안 자리를 못 떠났고 여러번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을 보러온 사람도 있었다. 마음의 평화를 준다고들 했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 설립된 것은 1870년, 한국관은 1998년 개관했다. 메트 뮤지엄 중앙계단을 올라 2층 오른쪽으로 조금만 가면 48평의 깔끔하고 환한 공간이 나온다. 은은한 자연광아래 우리의 소박하면서 품격 높은 유물들을 만날 수 있다.
개관 당시에는 한인 큐레이터가 없었다. 5년후 한국관 담당 큐레이터를 찾는데 당시 이소영은 컬럼비아대 미술사학 박사과정에 다니고 있었다.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다.
“어려서는 정치인이 되고 싶고 작가의 꿈도 있었는데 컬럼비아 대학에서 영문과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이렇게 재미있는 과목이 있구나 했다. 자연스레 박물관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소영은 메트에서 일한다는데 기쁨이 크다. 자신의 직업을 더할 수 없이 사랑한다.
●한인사회의 적극적 관심 필요
그동안 이소영이 메트에서 기획한 전시는 괄목할만한 것들이다.
2008년 3월 11일-6월 1일에 열린 ‘미와 학습을 배움-책거리 병풍’전시회는 문방사우를 비롯 화초, 과일 등을 비단 천에 정물화풍으로 그린 것으로 이때도 이소영은 ‘19세기말~20세기초 책거리 병풍’ 에 대한 영어 가이드를 직접 맡았다.
2009년 3월 17일~6월21일에는 세계의 17개 뮤지엄과 소장자에게 대여한 ‘코리아 르네상스 예술 1400~1600년’전이 열렸다. 2011년 4월 7일-8월14일에는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코리아 분청전’을 기획하여 해외 도자가 애호가들의 관심을 급증시켰다.
보통 전시 아이디어를 내고 전시회를 열기까지 준비기간으로 5년이 걸린다. 미국, 한국, 일본 뮤지엄등을 돌며 유물을 직접 보고 대여해 온다. 그런데 그는 전통미술만 고집하지 않는 것이 현대작품들도 함께 기획, 고미술품과 현대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대표적인 것이 2009년 11월 강익중의 달항아리 연작 ‘25 wishes’에서 실제의 달항아리 옆에 현대작품을 조화시켰고 2011년 11월 이일의 ‘IW-105’ 2점을 전시하여 과거와 현재가 만나게 했다.과거와 현재, 동서양을 막론하여 탁 트인 세계관을 가졌기에 빛나는 전시회를 기획할 수 있는 이소영, 그는 어려서부터 글로벌 아이였다.
이소영은 1971년 이찬용, 장정자씨의 1남2녀 중 맏딸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태어났다. 이찬용씨는 평생 외교관으로써 LA한국문화원장을 거쳐 87년~90년 뉴욕한국문화원장, 이후 아리랑TV 이사장을 지냈다.
“한국에서는 이대부속 초등학교 1, 2학년과 세화여중 1학년을 다녔고 주로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영국, 스웨덴, 일본,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성장하며 교육받았다. 아버지는 언젠가는 한국에 들어가야 한다 생각하셨고 자식들에게도 한국말을 잘해야 한다고 말하셨다. 런던 토요한국학교를 열심히 다니게 하고 집에서는 한국어로 일기를 쓰게 하셨다. 지금 남동생은 변호사, 여동생은 심리학자이다. ”
그래서 그는 한국에서 교육받은 기간은 별로 없지만 한국말도 잘하고 한국 문화풍습에 익숙하다.
“아버지가 LA문화원장이 되시면서 85년 여름 미국에 왔다. 뉴욕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를 했고 박사학위 논문은 ‘17세기 일본 큐슈지방 도자기와 조선시대 도자기의 비교’를 주제로 했다.”
그는 일본에서 열린 서머 랭귀지 프로그램에서 만나 결혼한 미국인 스티븐 컷킨(프린스턴대 러시아사 교수)과의 사이에 11살된 아들 헨리(한국이름 찬호), 9세딸 오드리(한국이름 예진)를 두고 다복한 삶을 살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아버지는 미국의 대도시에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터를 닦았고 그 딸은 탄탄하게 다져진 그 위에 발을 딛고 주류문화의 심장으로 들어가 우리 문화를 직접 전달하고 있다.
“한국 출장이나 타 도시의 출장이 있고 남편이 학교에 나가는 날에는 지금은 은퇴하여 뉴저지에 계신 부모님이 맨하탄 아파트로 달려와 손자손녀를 학교에 보내고 돌봐주신다. 부모님의 보살핌으로 마음껏 일을 할 수 있다.”
“한국관이 비록 작지만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정말 좋은 고미술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메트에 신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각 시대 한국미술품 500여점이 소장되어있는데 한국관의 반은 상설전시로 소장품 하이라이트가, 반은 소 테마의 전시를 6개월마다 바꿔가며 전시된다. 현재 한국미술 속의 꽃과 새, 동물 등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6월까지 전시된 후 7월부터 새롭게 바뀐다. 정물화, 책거리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소영은 메트에 한인커뮤니티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번 신라전에 온 한인들 서베이 결과 60%가 메트에 처음 왔다고 했다. 메트 자체가 고대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다양하게 소장되어 있다. 뉴욕한인들이 현재 살고 있는 도시에 있는 메트를 좀더 자주 찾기 바란다. 현재 가장 큰 과제는 한국관 컬렉션을 늘리는 것이다. 집안에 내려오는 소장품이나 성공한 한인들이 한국 고미술품 구입후 기증 해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신라전에 한국학교와 한인교회 어르신 등이 많이 오셨다.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특히 젊은 세대가 우리 전통에 관심을 갖기 바란다.’며 “다음 한국특별전 주제는 비밀! 핫하하, 아이디어를 찾는 중이다. 아시아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한국문화의 특성을 보여주려 한다.”고 활짝 웃는 이소영, 그의 웃음이 참 예쁘다. <민병임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