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 분야 50여년 외길인생
▶ “80년대 지상사.한인업체 전화, 이 손으로 다 설치했지”
애주가인 김선교 대표가 막걸리 잔을 앞에 두고 매일 저녁 반주로 스카치 2잔씩을 마시는 것이 보약이자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군대서 쌓은 통신분야 일이 평생 직업으로
유대인 전화회사.전화 제조업체 등서 실무 터득
“빈손으로 시작...먹고 사는데 지장없으니 행복”
■ 공군장교로 통신과 인연
자신이 하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그 일에 보람을 느끼며 ‘돈’보다는 ‘가족의 행복’을 추구하는 이가 있다. 그는 70대의 노장으로 평생을 통신 분야의 일에만 몰두하면서 다른 일에 한 눈 팔지 않고 50여 년 동안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며 ‘외길인생’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2시간 정도의 인터뷰와 뒤풀이로 막걸리를 마시며 취중에 늘어놓은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는 자신의 하는 일에 혼을 바쳐서 딴 생각을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온 그의 ‘외길인생’은 그 자체가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아름다운 외길인생’을 살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한인사회 처음으로 전화회사를 설립한 김선교(77) 대표이다.
1961년 대구에서 친구와 함께 살고 있던 김선교대표는 공군장교로 입대한다. 공군소위로 초등교육을 받은 후 통신장교로 부임하면서 자신의 전공인 영문학과 전혀 다른 통신 분야와 인연을 맺는다. 그는 6년 동안 공군에서 복무하다 대위로 제대 후 1967년 월남파병을 지원해 3년간 미군부대에서 통신장교로 근무함으로써 도합 9년 동안 통신계통의 노하우를 쌓았다.
월남전에서 돌아온 그는 전화기와 전화교환대 생산업체인 동양정밀 회사에 입사해 6년간 통신계통의 인연을 계속 이어간다.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재직 당시 미국과 남미의 수출창구 마련을 위해 전화판매 세일에 직접 나서 괄목한 성과를 달성한다. 하지만 승진의 기준을 능력보다는 인맥위주로 하는 문화가 적성에 안 맞아 회사를 그만두고 통신계통의 일을 찾아 도미할 결심을 하게 된다.
■ 꿈을 찾아 나홀로 미국행
영문학을 전공했고 군대에서 미군부대 파견 경험이 있던 그는 1977년 미국생활에 자신감을 갖고 아내와 두 자녀는 한국에 남겨둔 채 방문비자를 받아 단신으로 뉴욕 길에 오른다. 뉴욕에 도착해 공항에 마중 나온 월남에서 만난 친구 집에서 이틀 만 기거한 뒤 한국일보를 보고 숙식을 제공하는 맨하탄 야채가게에서 일을 시작한다. 주급은 80달러지만 먹고 잘 곳이 필요한데다 통신계통의 일을 찾을 때까지는 생활비가 필요해 망설임 없이 취직한 것. 4개월간 야채가게에서 일하면서도 통신 분야의 일자리는 끊임없이 찾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일리뉴스에서 통신기술자를 찾는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롱아일랜드 힉스빌에 있는 전화회사로 무작정 찾아간다. 방문비자라 정식으론 일을 할 수 없다는 사정을 설명하고 일단 한 달만 시켜보고 마음에 안 들면 고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도 내 세우는 간곡한 부탁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통신계통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다. 유대인 전화회사에서 1년 정도 근무하며 미국의 전화설비에 대한 기술을 책과 실무를 통해 습득한 뒤 맨하탄 전화제조업체로 옮겨 경험을 더 쌓은 후 드디어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선교(SONKYO)전화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 나의 전화회사를 갖다
1978년 전화회사를 설립한 초창기에는 야채가게, 식품점, 세탁소 등의 전화시설 설치를 주로 했다. 80년도 중반부터는 LG, 쌍용, 한국화약 등 지상사와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거의 대부분의 한국계은행과 총영사관, 유엔대표부 등 관공서 대부분이 고객으로 다가왔다. 이들은 뉴욕 현지 고객들이 한번고객이면 영원한 고객인 것과 달리 책임자가 바뀌면 전화회사를 옮기는 경우가 종종 있어 현재 고객도 있지만 한때 고객으로 그치기도 했다.
36년 동안 전화회사를 운영해 오면서 수많은 사연도 쌓였다. 나이지리아 고객이 전화회사를 차린다고 해서 2주 동안 라고스로 출장 갔을 때 거의 매일 야채류 없이 닭고기로 만든 음식만 먹던 때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급하게 필요하다고 해서 30여 대의 전화시설(당시 장비 및 시설비 1만2,000달러)을 해 주었더니 계약체크는 부도내고 10일 후 야반도주해 1만 달러 정도를 하루아침에 날린 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특히 서비스를 요청할 때 회사의 스케줄은 아랑곳하지 않고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불만을 토로하는 한인고객은 꼴불견이었다, 작업 중 추가 작업이 발생하면 추가비용을 내지 않고 덤으로 생각하는 고객들 때문에 심할 경우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때’를 당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렇게 삶의 희로애락을 겪으며 통신 분야의 한 우물만 파면서 외길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1937년 1월 서울서 외아들로 태어난 6.25 때 아버지를 잃고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마저 돌아가셔 사춘기는 결혼안한 이모와 보냈다. 중학교(당시 6년)의 나머지 3년은 전쟁 때 대구로 피난 내려간 중학교 친구네 고무신 가게에 종업원으로 취직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야간학교를 다니며 마칠 수 있었다. 대학은 현 영남대학의 전신인 청구대학에서 영문학과를 나왔고 졸업 후 곧바로 공군장교로 입대했다. 그리고 공군소위 때 지금의 아내인 가정문제연구소 레지나 김 소장을 대구의 한 음악 감상실에서 처음 만났다. 가족의 반대로 몇 번이나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다 연애 1년 만인 스물네 살에 결혼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이후 딸, 아들을 낳았고 그들은 이제 결혼해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지금은 딸이 딸을 둘 낳고 아들이 아들 둘을 낳아 친손자 둘, 외손녀 둘을 두고 있다.
■ 조종경력 20년차 천주교인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를 따라 천주교에 입교했고 현재는 롱아일랜드 성당에서 노인들 단체인 요셉회 회장으로 꾸준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와일드한 운동을 좋아해서 스키 경력 12년, 바다낚시 경력 5년 그리고 54세에 비행기 조종면허를 취득해 경비행기 조종 경력은 20년이 훨씬 넘었다. 평생 병원에 입원한 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한 비결은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노하우로 꼽는다.
■ ‘돈’ 잃고 ‘꿈’ 사라지고
뉴욕 올 때 단돈 500달러를 들고 왔지만 도착 이틀 만에 숙식을 제공하는 야채가게에 취직하게 돼 그나마 한국에 있는 아내에게 모두 돌려보냈다. 미국생활을 제로(0)에서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월남파병 3년 동안 모은 돈을 귀국해 수출용 박스를 만드는 친구회사에 모두 투자했다가 한 순간에 홀랑 날린 후 돈하고는 인연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생겨 재물을 모으는 것을 일찍 포기했다.
그나마 전화회사를 운영하면서 모아 놓은 돈마저 가정문제연구소 때문에 다 날리는 바람에 60대에 새로 세웠던 ‘내 비행기 타고 세계일주 여행’의 꿈도 사라졌지만 “빈손으로 시작했으니 먹고 사는데 지장 없으면 그나마 다행 아니겠냐?”며 너털웃음으로 대신한다.
■ "인생은 귀천..."
“내가 기쁜 것보다 남이 기뻐하는 것을 보는 것이 더 기쁜 삶을 사는 것”이라는 그는 “물질만능 시대에 살고 있긴 하지만 부와 행복은 비례하지 않으니 건강하게 가족 간에 불화 없이 사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며 자신의 행복론을 펼친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 마지막 구절인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를 특히 좋아한다.”며 “이것이 바로 인생이라 생각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말 속에서 나는 인터뷰를 마치며 50여년 외길인생을 아름답게 살아온 그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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