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한인 청년이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까지 3,000여 마일에 이르는 거리를 장장 57일에 걸쳐 자전거로 횡단해 화제다. 주인공은 바로 한국 인제대학교 통계학과 2학년 재학생 조완철(24·사진)씨.
태극기를 꽂은 자전거 1대에 배낭 두 개를 싣고 올해 4월18일 캘리포니아 LA를 출발한 조씨는 애리조나의 그랜드캐년과 세도나, 뉴멕시코의 앨버커키, 미주리 세인트루이스, 일리노이 시카고에 이어 뉴욕의 버펄로와 나이아가라, 캐나다의 토론토를 거쳐 14일 드디어 뉴욕 맨하탄에 도착했다.
16일 본보를 방문한 조씨는 "고교 시절이던 5년 전 자전거로 8년째 세계 여행 중인 한 여행가의 글을 읽고 막연히 미주횡단을 꿈꿔왔다”며 "1년간의 준비 끝에 비로소 도전에 성공해 무척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조씨는 고교 시절만 해도 90kg이 넘는 거구에 소심한 학생이었다고. 매사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성격을 바꿔보자는 일념으로 운동을 시작해 단번에 25kg을 감량했다.
자신감이 생긴 조씨는 스스로를 조금씩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군대를 제대한 후로는 항상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상상 같은 도전을 현실로 옮기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외국에 나가본 적이 없던 그는 학교를 휴학한 뒤 체력을 다지고 여비 마련에 착수했다. 모교인 인제대학교와 자전거 의류업체 ‘토엘’의 후원까지 약속받았다. 결국 자전거 하나를 달랑 메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조씨는 LA 도착 다음 날부터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사실 겁도 많이 났어요. 출발 직전까지는 성공할 것이란 자신도 없었죠. 하지만 자전거에 몸을 싣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이 여행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조씨는 여행 중 만나는 사람들에게 한식을 전파하려고 배낭에 고추장, 참기름 등의 식재료를 가득 싣고 출발했다. 처음에는 자전거 여행자 네트웍을 이용해 숙소를 구했지만 시골로 들어갈수록 숙소 잡기가 쉽지 않았다고.
"결국 음식점에서 만난 백인 노인에게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부탁하자 흔쾌히 허락하더라"는 조씨는 "여행 중 병을 얻기도 했고 도로에서 큰 사고를 겪을 뻔하기도 했지만 내내 이어진 각 지역 주민들의 호의가 이어지며 이번 횡단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잠을 재워주는 집마다 답례로 김치볶음밥, 불고기, 돼지고기 두루치기 등의 한식을 대접했다. "한식에 대한 반응은 무척 좋은 편이었다"는 조씨는 "특히 불고기는 집안 식구들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였다"고 말했다.
조씨는 "매번 난생 처음 보는 미국인들과 부족한 어휘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감을 할 수 있었다"며 "경쟁과 물질적 풍요에 목을 매는 한국인과 달리 가족의 가치와 소박한 꿈을 존중하는 그들의 삶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전했다.
내달 1일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조씨는 이번 횡단에서 보고 느낀 점을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조씨의 여행기는 네이버 블로그 ‘희망을 찍는 사진기’에서 자세히 살펴 볼 수 있다. <천지훈 기자>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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