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헌 (맨체스터 대학 교수)
지난 몇 달 동안 필자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었던 국제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였다. 바로 이 칼럼에 러시아에 관한 것을 올 해에만 벌써 세 번을 썼다. 그러나 조용히 자신을 살펴보면서, 의식적으로 한국에 관한 글쓰기를 피하기 위해 택한 주제가 바로 러시아였다는 우울함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인으로 한국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 것 인가. “세월호” 사건이 온 세상을 뒤덮은 지난 두어 달 동안, 읽은 모든 신문 들이 비판하는 글로 가득했다. 사태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네가 잘못했다는 손가락 질 뿐 이었다.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수사과정도 그렇다.
죄의 혐의가 있거나 기소된 사람일지라도 법원의 판결에 의해 유죄로 확정될 때 까지는 무죄(the presumption of innocence)라는 민주 국가의 가장 기초적인 법리 (法理)는 철저하게 무시되고, 체포되어 재판도 받기 전에 ‘죽일X’ 이라는 감정의 편향만이 신문 방송의 머릿글을 장식하고 있었다. 꽃다운 나이에 숨져간 자식을 잃고 슬퍼하는 부모들의 아픔을 우리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슬픔에 잠긴 부모들이 어떻게 이리 저리 떼 지어 몰려다니며 항의하고 농성을 할 수 있는지 필자의 우둔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관피아’ ‘마피아’ 무슨 ‘피아’들이 사회 곳곳에 박혀 ‘썩을 대로 썩은 것이 한국 사회’라는 요란한 비판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러면 그렇게 비판하는 그 분들은 한국 사회가 다 썩는 그 동안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은 것도 필자만의 의문은 아닐 것 이다.
뉴욕타임스에 썩은 한국에 대한 광고를 내는 한심한 재미동포들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대통령에게 종교탄압을 중지시켜 달라 청원 하는 한국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 절망에 가까운 부끄러움을 표현할 능력이 필자에게는 없는 것 같다. 듣는 사람은 없고 소리 지르는 사람들만 가득한 사회 에서 어떻게 내재한 문제들을 바르고 정의롭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일까?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모두 근본으로 돌아가야 할 것 이다. 산산이 부서진 우리 사회의 인륜과 도덕의 기초를 다시 세우는 것이 새로운 사회를 향한 우리 교육의 기본이 되어야 할 것 이다. 자식들로부터 버림받고, 바카스 아줌마로 불리는 50, 60대 할머니들이 매춘에 나서는 나라가 바로 한국 이라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탓”이라는 본질에 대한 성찰 없이 새로운 사회는 오지 않을 것 이다. 우리 모두가 다 공범이라는 깨달음이 필요한 때 이다.
간음한 여인이 군중들에 끌려 나왔을 때,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했던 그리스도의 말씀을 거울삼아 우리 자신을 바라보아야 하리라. 사회구조의 개혁을 통해 새 세상 을 창조하려던 칼 막스(Karl Marx)의 거대한 혁명도, 그 사회구조를 구체적으로 형성하는 개인들의 도덕성을 개조 하는 실험에 실패하여 무너지고 말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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