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열린 한국과 알제리와의 월드컵 본선 경기에서 알제리팀이 3골을 연이어 넣은 후 마지막 네 번째골로 쐐기를 박자 플러싱 금강산 연회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한인들이 탄식하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천지훈 기자>
■합동응원전 3곳 800여명 몰려
“전반에 너무 쉽게 골을 내줬다. 아쉽다. 초반에 집중했더라면…. 이제 벨기에전에서 기적을 바라야 한다.”
한국과 알제리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H조 2차전이 열린 22일 뉴욕 한국일보와 TKC 공동주최로 뉴욕과 뉴저지 곳곳에서 열린 합동 응원전에 참여한 한인들은 이날 2-4로 한국 대표팀이 완패하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가 시작하는 오후 3시가 가까워오면서 플러싱의 프라미스교회와 금강산 연회장, 뉴저지 티넥 나비박물관 등 합동 응원전이 열리는 3곳에는 빨간 티셔츠를 입은 한인 800여명이 모여 들었다.
긴장감 속에 경기가 시작되고 두 팀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다 전반 25분 알제리의 첫 골이 터지자 안타까움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쉬움이 채 가시기도 전 2분 뒤 알제리팀이 코너킥에서 헤딩골로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키자 관중들은 허탈감에 말을 잃었다.
이후로도 알제리의 공격적인 골문 위협에 아슬아슬한 경기가 계속되고 알제리에 또 한골을 먹으면서 한국팀은 단 한번의 슈팅도 제대로 날리지 못한 채 0-3으로 전반전이 마감됐다.
가족과 합동 응원전을 찾은 이모씨는 "알제리팀의 실력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전반에 쉽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며 "한국팀 선수들이 국제 대회 경험이 많지 않아서인지 몸이 덜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하프타임에는 삼삼오오 모여 과연 한국팀이 동점으로 만회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큰 실망감에 자리를 뜨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후반 5분 손흥민의 첫골을 시작으로 27분 다시 구자철 선수가 두 번째 골을 터뜨리면서 응원장에는 다시 ‘대~한민국’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열기가 살아났다.
경기를 지켜보던 박은정씨는 옆에 있는 친구를 얼싸 안으며 "지금 페이스로 알제리를 몰아붙이면 역전승도 가능하다"며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열심히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제리의 벽은 높았다. 후반전 한층 몸이 풀린 한국선수들이 몇 번의 기회를 만들어냈으나 아깝게 골문을 빗나갔다. 경기 종료가 10여분 앞으로 다가오자 관중들은 몸을 바짝 세우고 스크린을 응시했다. 1분1초가 아쉬운 이때 알제리팀 선수의 부상으로 경기 시간이 지연되자 여기저기서 ‘심판은 빨리 경기를 진행시키지 않고 뭐하느냐’며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알제리팀 선수가 다리를 걸어 페널티킥 찬스가 주어질 수 있었음에도 심판의 제재 없이 지나가자 또 한번 탄식이 흘러나왔다.
결국 2-4 완패로 끝나자 관중석 여기저기서 "그래도 한 경기에 2골을 넣었으니 선전했다", "전반전 0-3이었던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후반전 정신을 똑바로 차려 경기에 임했다"라며 서로를 위로하고 아쉬움속에 발길을 돌렸다. 한쪽에서는 "H조 중 벨기에가 가장 막강한 팀인데 16강 진출이 가능하겠느냐"며 자포자기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조진우·천지훈·함지하·김소영 기자>
■응원전 이모저모
◎뉴저지 정치인들도 ‘대~한 민국’
뉴저지 한인들에게 친숙한 정치인들도 나비박물관을 찾아 빨간 티셔츠를 입고 응원에 동참했다. 특히 뉴저지 연방하원 제5선거구에 도전장을 내민 로이 조 후보는 우드클립 레이크 도나 애빈 시의장, 고든 존슨 주하원의원과 행사장을 찾아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한국팀을 응원했다. 그외 팰리세이즈 팍 이종철 시의원과 제이슨 김 부시장, 테너플라이 박일환 시의원, 뉴저지한인회 유강훈 회장 등이 응원전에 합류했으며 이들은 경기가 안 풀릴 때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탄식을 내뱉는 모습을 보였다.
◎일이 문제예요? 한국팀 당연히 응원해야죠!
두 딸을 둔 이경상·감향숙 부부는 모두 ‘렛츠 고 코리아’가 적힌 빨간 티셔츠를 입고 한국경기를 관람하려고 롱아일랜드에서 플러싱까지 원정 응원을 왔다. 러시아와 첫 경기가 열린 17일 경기가 평일 오후였음에도 불구하고 일손을 그만두고 합동 응원전을 찾을 만큼 월드컵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다. 부인 김향숙씨는 "붉은악마 티셔츠를 나눠주는 한인마트에서 4장을 얻으려고 몇 번씩 장을 봤다"며 "우리 가족의 열렬한 응원이 브라질까지 전달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패셔너블한 붉은 악마들
합동 응원장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에 맞춰 티셔츠를 리폼해 입은 한인들이 눈길을 끌었다. 플러싱 금강산 대동연회장에서 진행된 합동응원소를 찾은 맹은제씨는 붉은악마 티셔츠의 뒷부분에 넣은 태극기를 보여주며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한국인 여자친구 따라 응원하러 왔어요
프라미스 교회에서 열린 합동 응원전에 한국인 여자친구를 따라 왔다는 한 20대 미국인 남성은 빨간 티셔츠에 태극기를 손에 들고 열렬히 한국팀을 응원했다. 그는 전반전 경기를 지켜보면서 "한국 선수들은 패스만 하고 슈팅을 하지 않는다"며 한국 선수들을 위해 파이팅을 외쳤다.
◎0-3으로 패하자 응원중 자리 뜨기도
전반전에만 세 골을 내주며 한국의 패색이 짙어지자 전반전 종료와 함께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인파가 목격되기도 했다. 자리를 뜨던 한 한인은 “기대했던 것만큼 실력도 운도 안 따라주는 경기”라며 “응원할 맛이 나질 않는다”고 아쉬운 심경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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