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람사는 이야기/홀리네임 병원 코리안 메디칼프로그램 양희곤 메디칼 디렉터
●외과의로서 완벽한 손
“제 손이 외과의로서 완벽한 손이다”고 말하는 양희곤, 그의 손은 작다. 남자로서 크고 투박한 손이 아닌 아담 사이즈의 섬세한 손은 참으로 많은 사람을 살려냈다. 환자의 몸 안으로 쏙 들어가 병든 부위를 찾아내고 잘라내어 환자에게 새생명을 선사하는 손은 그래서 경이롭다.
“수술실에서는 0.1mm가 틀려도 보인다. 외과의는 수술하다가 돌발상황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어 자신감이 강하고 빠른 판단에 용기도 있어야 한다.”양희곤은 몇 년 전만 해도 1년에 750건의 수술을 했으나 지금은 스스로 줄여서 현재 400~500건 정도의 수술을 하고 있다.
“가장 많이 하는 수술은 담낭, 탈장 수술이고 그외 유방암, 대장암, 직장암, 췌장암 수술도 많다. 버겐카운티 한인들에게 위암이 가장 많은데 100명 이상 수술 했다. 의사의 라이프 스타일은 대단치 않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직업이니 고달프다. 그러나 사람이 죽고 위험할 때 도와줄 수 있다는 장점이 내게는 천직이다.
”양희곤은 20여년간 노던 웨체스터 꼭대기에 살면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새벽 한시에 60마일을 달려 근무지인 병원으로 갔다. 15분간 맹장수술을 하고 다시 60마일을 달려 집으로 돌아가서 나머지 잠을 잤어도 힘든 줄 몰랐다.
“사운드 쇼어 메디칼 센터에서 15~16년 동안 일하면서 가장 수술 많이 하고 가장 잘 나가는 의사였다.
의사들의 힘은 환자들을 얼마나 병원에 많이 데려오냐에 달렸다. 미국 병원에서 가장 바쁜 의사였지만 어느 순간, 인생을 살면서 내가 목표를 너무 낮게 잡지 않았나 하는 회의가 왔다. 이게 인생의 다는 아닌 것 같았다.
그때 어린 시절 약속이 기억났다.”그는 중학생때 부모님을 따라 이민 왔고 관절염을 앓는 외할머니를 모시고 미국 병원에 다니면서 영어를 못하니 무섭고 불편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커서 남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했는데 그때가 지금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미국병원에서 만난 한인 환자를 위한 통역을 했고 한인환자 이름을 빨간 볼펜으로 쓰지 말 것 등을 병원측에 주문했다.
2003년 뉴저지 패스캑 밸리 병원 코리안 메디칼 프로그램(KMP) 디렉터 최경희씨와 함께 일하면서 한인들을 만났다. 한인사회에 본격 들어와 활동하면서 거의 잊어버렸던 한국말을 다시 배웠다.
2007년 패스캑 밸리 병원이 문을 닫자 한국 메디칼 프로그램은 뉴저지 홀리네임 대형종합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재 티넥 메인 오피스, 버겐카운티 클로스터, 잉글우드 클립스 분원에서 한인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후배의사들의 구심점
홀리네임 병원 한국 메디칼 프로그램은 현재 연간 4만여명의 한인이 이용할 정도로 성공한 프로그램이다. 보험 없는 한인들을 위한 건강검진도 남다르다. 1년에 한번 가을에 건강무료검진을 한다.
일단 1회는 참가자 1,000~1,500명의 피검사를 하고 2회 때는 자신의 검사 결과를 갖고 내과, 심장과, 외과 등 자신이 보고 싶은 전문의를 만나 정확한 치료를 받는다.
“서구식 식생활을 하다 보니 한인여성들에게 유방암 빈도가 높아졌다. 2005년 웍 포 맘 (Walk for Mom)행사를 시작했다.
처음엔 조기예방에 치중하자는 생각이었다. 2007년 행사에서 유방암 환자 2명이 발견됐고 병원측 후원으로 각종 검사와 방사선 치료 무료, 수술은 내가 직접 하니 무료, 항암치료는 실비로 병원에서 협조해주었다.
당시 나눔의 정서가 조성되지 않았으나 점차 기부도 받고 기금모금 행사를 하면서 프로그램이 깊고 다양해졌다.”한인무료건강검진 결과 당뇨환자와 혈압 환자가 많은 데이터가 나와 당뇨센터를 세웠고 자살하는 한인이 늘어나면서 정신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코리안 메디칼 프로그램에 소속된 한인의사가 80여명, 각 분야별로 다 있다. 메디칼 디렉터인 양희곤은 한인 1.5세, 2세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자신 미국 병원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팔이 안으로 굽는 설움을 많이 당했기에 후배들이 미국병원에서 한인의사라고 차별받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때 일이 지금 보니 한국 프로그램 셋업을 위한 트레이닝 과정이었다’고 웃어넘긴다.
‘잘 웃고 수술 잘하는 의사’ 양희곤, 환자는 그를 보면 안심이 되었고 같은 의사들은 좋은 유대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다.
●최소 침윤센터장
양희곤은 세계적인 외과의인 미국인 스타이션과 함께 94~95년 처음으로 웨체스터 지역에서 최소 침윤센터를 시작했고 5년 전 홀리네임 병원에 최소 침윤수술 센터를 설립했다.
“최소침윤센터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안 다치고 고쳐야 한다는 컨셉으로 시작됐다. 제거수술 경우 몸 밖으로 빼내는 병소의 크기에 따라 수술법이 달라진다. 어떤 결정을 할 때 뭐든 환자를 위해서 하면 올바른 결정이 되고 최고의 효과가 나온다. ”원래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과 같은 최소침윤 수술은 일반 수술보다 비용이 높으나 홀리네임 병원에서는 수술비가 같도록 방침을 세웠다. 환자들은 상처가 적고 덜 아프고 회복이 빠른 최소침윤 수술을 하려해도 최선의 결과를 위해선 의사의 판단이 중요하다.
“이민 1세들은 자녀가 의사되기를 원하는 분이 많다. 돈을 많이 번다, 사회적 지위가 높다, 그런 착각으로 의사의 길을 택하면 불행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좋아해야 하고 20대를 모두 공부로 보낼 각오, 하루종일 대기자로 살아도 좋은 각오를 해야한다. 다행히 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8년간 왕복 120마일을 달려 오고가도 환자 수술 일이 좋았다”그는 어린 중고등, 대학생들에게도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은 병원 견학을 하여 진료와 수술 현장들을 직접 보고 결정해야 한다. 학생들은 순수하고 깨끗해 만나면 기분이 좋다.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이런 기회를 주고싶다.”
●모든 것은 환자를 위해서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난 양희곤은 양창모, 양인옥씨의 2남1녀 중 둘째로 어려서는 손재주가 없었다. 조립장난감을 형과 둘이서 만들면 이후 형의 것은 예쁘고 정확한데 본인 것은 잘 만들어지지 않았으나 메디칼 스쿨을 다니면서 달라졌다고 한다. 형은 엔지니어가 되었다.
성동중학교 1학년때인 1975년 이민 와서 시카고에서 성장, 시카고 유니버시티, 러시(Rush) 메디칼 스쿨을 다니면서 쥐의 신경세포 관련 리서치를 하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아버지는 보건소 고위직 공무원 출신, 어머니는 간호사 출신으로 그가 의사가 된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그는 1989년 뉴욕으로 왔고 94년까지 맨하탄 레녹스힐 하스피탈 레지던트, 일반전문의로 일했다. “내과의는 학구적인 선비타입이라면 외과의는 끼가 있고 행동이 빨라야 한다”는 양희곤은 노래를 잘 한다. 지난달 10일에 열린 ‘웍 포 맘’행사 무대에서 윤도현의 노래를 열창하며 숨은 끼를 발산하기도 했다.
그는 수술실에서는 철저하게 정확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그냥 풀어진다고 한다. 약사 출신인 양보석씨와의 슬하에 제이슨(인규)과 재클린 (미규) 1남1녀를 두었으며 컬럼비아대 4학년인 아들은 장차 의사가 되려하고, 코넬대에 다니는 딸은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공부를 하고 있다.
“7년 전부터 온두라스에서 의료 봉사를 하고 있다. 아들과 둘이서 먼저 갔고 다음해부터 아내와 딸도 함께 갔다. 6월말에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프리랜서 외과팀으로 KPM(Kingdom Pioneer Missions)과 함께 10일간 의료봉사를 간다. 안과, 정형외과, 마취과 의사들과 함께 가서 병원에서 직접 수술도 할 것이다.” ‘내가 불편하고 상황이 여러모로 어려워도 결정은 환자를 위해서 해야 한다.’는 양희곤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의사는 하나님의 선물이다’고 표현한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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