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꼬마까지 16강 진출을 간절히 염원했던 12번째 태극전사들이 뉴욕, 뉴저지 합동응원 축제에서 벨기에전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다. 후반전 한국팀이 벨기에게 결승골을 내주자 한인들이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진수·조진우 기자>
한국 축구 대표팀에 2014 브라질 월드컵은 악몽으로 기억될 듯하다. 한국은 H조 조별리그에서 1무2패로 최하위에 그쳐 짐을 쌌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이라는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성적이다. 이전 대회에 비춰보면 오히려 몇 걸음 퇴보했다.
월드컵에서 한국이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은 1998년 프랑스대회에서 1무2패를 거둔 이후 16년 만이다. 1954년 스위스 대회에서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은 1998년 프랑스 대회까지 5번 월드컵에 나가는 동안 1승도 챙기지 못했다. 그러나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본선 첫 승리와 4강 진출이라는 최고성적을 동시에 달성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후 2006년 독일 대회에서 1승(1무1패),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서 1승(1무1패)을 꼬박꼬박 챙겼다. 남아공 대회에서는 원정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도 냈다.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시계는 16년 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1-1로 비긴 게 그나마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이 보여준 가장 나은 모습이었다. 2차전에선 1승 제물로 여기던 알제리에 충격의 2-4 패배를 당했다. 3차전에선 강호 벨기에에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0-1로 졌다. 16강 진출 가능성은 2차전에서 이미 멀어진 일이 됐다.특히 이번 대회에 출전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의 한국, 일본, 호주, 이란 등 4개국은 모두 조별리그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최하위에 머물렀다. 네 팀의 성적을 합하면 12경기에서 3무9패다.
아시아축구가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 없이 물러난 것은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24년 만이다.
■점유율·슈팅 앞서고도 ‘결정적 한방’없어 무릎
한국은 공 점유율과 슈팅 횟수에서 벨기에를 앞서고도 공격 기회를 살리는 ‘결정적 한 방’이 없어 답답하고 아쉬운 모습을 남겼다. 한국은 공 점유율이 51%로 벨기에(49%)보다 높았지만, 결국 1-0으로 패하고 말았다. 슈팅 횟수도 18회로 벨기에의 16회보다 2차례 많았고, 골대 안쪽을 위협하는 유효슈팅 횟수 역시 벨기에보다 1개 많은 12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회를 골로 연결하는 결정력이 부족했다.
특히 페널티 지역 안으로 공을 몰고 간 횟수가 14회로 6번에 그친 벨기에를 압도했다.
크로스·코너킥 기회도 한국이 더 많았다. 한국은 벨기에보다 1회 많은 13번의 크로스를 올렸고, 코너킥 기회도 벨기에보다 2번 많은 총 6번을 잡았다. 프리킥은 벨기에가 17번으로 한국보다 2번 많았다.
패스도 한국이 벨기에를 능가했다. 한국은 총 501개, 벨기에는 총 421개의 패스를 시도해 각각 368개, 285개를 성공했다. 패스 성공률도 한국이 73%로 벨기에 69%보다 많았다.골키퍼는 한국의 김승규가 티보 쿠르투아보다 활발히 움직였다. 김승규는 총 3.908㎞를 움직이며 벨기에의 슛을 7번 막았고, 쿠르투아는 3.793㎞를 뛰며 한국의 슛을 6번 막아냈다.
이날 경기장을 가장 많이 누빈 선수는 11.597㎞를 뛴 벨기에의 마루안 펠라이니다. 한국은 구자철이 11.425㎞로 가장 많이 뛰었고, 이용이 11.018㎞로 뒤를 이었다.한국대표팀의 주장 구자철은 러시아전에서 11.338㎞, 알제리전에서 11.892㎞ 등 이번 월드컵에서 총 34.655㎞를 달리며 태극전사 중 가장 많은 활동량을 보였다.
■손흥민 눈물 뚝뚝…"져서요. 미안해서요"
한국 축구 대표팀의 공격수 손흥민이 미안함의 눈물을 펑펑 쏟았다.
손흥민은 벨기에전이 패배로 끝나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오열하고 말았다.
그는 경기를 마치고 떠나는 선수와 기자들이 자유롭게 대화하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지날 때도 서러운 표정을 털지 못했다.
손흥민은 "내가 원래 눈물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팀이 지는 것도 싫고 상대에게 지는 것도 싫고 모든 게 마음에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준비해온 선수들, 감독님, 코치님들, 지원 스태프께 너무 미안하고, 또 새벽부터 생중계를 보면서 한국 축구를 응원한 분들께도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손흥민은 월드컵 데뷔 무대인 이번 대회에서 주축 공격수로서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선발로 출전했다. 세계 무대에서 충분히 통하는 빠른 드리블, 과감한 슈팅, 역습의 감각을 자랑하며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 골을 터뜨리기도 했다.손흥민은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가 너무나도 배울 것이 많은 무대였다"고 밝혔다.
■ 독일-미국 봐주기 없었지만 ‘누이좋고 매부좋고’ 결과
26일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만난 독일과 미국은 이날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같은 시간에 열리는 포르투갈-가나전 결과와 상관없이 나란히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호사가들은 이날 경기에서 양팀 감독이 의도적으로 무승부로 경기를 끝낼 가능성을 언급했다.
독일 대표팀 감독은 요아힘 뢰브, 미국 대표팀 사령탑은 독일 축구 스타 출신의 위르겐 클린스만이다. 돈독한 사이인 두 감독이 이날 경기에서 짜인 각본대로 무승부를 연출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두 감독의 의지는 이날 경기 시작 1분도 안돼 분명하게 드러났다.
독일은 경기 시작부터 파상공세에 나서 미국 골문을 두들겼고, 미국도 선수비 후역습 전략으로 독일에 맞섰다. 8년 만에 적으로 만난 두 감독은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며 마치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
이날 경기에서 독일은 후반 10분 토마스 뮐러의 이번 대회 4호골로 선취점을 뽑았지만 마리오 괴체 등을 연이어 투입하면서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결국 경기는 독일의 1-0 승리로 끝났지만, 미국으로서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독일을 상대로 1점 차 패배는 선전으로 볼 수 있다.우려했던 의도적인 무승부는 없었지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가 나왔다.
■외신 "한국, 열정적이었지만 계획 없었다"
한국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패배하자 외신들은 선수 수에서 우위를 점하고도 이를 승리로 연결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영국 가디언은 경기 직후 홈페이지에 올린 기사에서 "한국은 알제리와의 2차전 때보다 더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초반에 페널티지역으로 달려 들어가 넘어지는 것 말고는 계획이 없어 보였다"고 촌평했다. 독일 DPA 통신은 후반 교체 투입된 디보크 오리기와 나세르 샤들리가 속도를 앞세워 한국에 위협을 가했다고 평가하면서 "(코너킥 상황에서)한국은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11명이 수비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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