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단한 계산.전화번호 외우기 힘들고
▶ ‘네비게이션’ 없이는 길 못 찾아...
사례 1. 맨하탄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박모씨는 하루 종일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업무에 관계된 거래처 전화번호, 스케줄, 이메일 등을 수시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혹시라도 스마트 폰을 집에 놔두고 출근하는 날에는 업무를 진행할 수가 없다. 늘 통화하던 거래처 전화번호는 물론 이고 당장 몇 시간 뒤의 약속장소도 도저히 기억해 낼 수가 없다. 결국 출근을 하다말고 플러싱으로 다시 발길을 돌린다.
사례 2. 유학생 이모씨는 요즘 종종 길거리 한 가운데서 멈춰서 고개를 갸웃거리곤 한다.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걷다 가끔 행선지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한창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다보면 내려야 될 지하철역을 지나치기도 일쑤다. 요즘 부쩍 건망증이 심해진 것 같아 걱정이다. 교수님이 제출한 과제를 까마득히 잊어버리기도, 대화중 가까운 친구의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아 애를 먹기도 한다.
스마트폰 없이는 제대로 외울 수 있는 전화번호가 거의 없으며 늘 다니던 길도 네비게이션이 없으면 운전대를 잡기가 막막하다. 간단한 물건 값도 암산으로 계산하기 어렵고 스마트폰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최근 휴대용 스마트폰 등이 급속도로 보급되고 한인 특유의 IT문화 발달에 따른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높아지며 소위 ‘디지털 치매’ 증세를 겪는 젊은 한인들이 늘고 있다.
정신·심리치료 전문가인 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 클리닉의 윤성민 부실장은 "스마트 기기는 일방적인 소통만 가능한 TV·라디오 등의 매체와는 달리 적극적 개입에 의한 반응으로 뇌에 순간적인 만족감을 충족시켜 도파민·아드레날린 같은 쾌락 호르몬 분비로 중독성을 높인다"며 "이 경우 뇌기능과 사고 능력을 저하시켜 사용자에게 마치 치매와 같은 증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윤 부실장은 "특히 아무생각 없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면 뇌 자극이 줄어 고차원적인 사고나 판단·계획 등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고 창의·공간을 담당하는 우뇌의 발달도 저하돼 공간 지각능력, 균형감각 등에 문제"가 생길 수 도 있으며 "심할 경우 감정조절에 실패해 쉽게 흥분하거나 예민해지는 증세가 나타날 수 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디지털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전화번호와 가족, 회사 전화번호를 잘 외우는지 ▶사람들과 대화중 주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소통하는 지▶전날 식사 메뉴나 만난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는 지 ▶손 글씨를 자주 쓰는지 ▶늘 다니던 길도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는 지 등의 질문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 부실장은 "디지털 치매는 뇌의 일부 기능이 일시적으로 약화된 것이기 때문에 노력하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며 "자신의 상태가 의심스러울 경우 즉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고 주변인들과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스킨십을 쌓는 등 아날로그 생활방식으로 회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화통화 시 단축버튼 사용보다 직접 번호를 누르거나 간단한 계산은 암산으로 하는 버릇을 들여 전두엽을 활성화 시키는 한편, 스마트폰·PC 등은 분명한 목적과 시간을 정해두고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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